[취재파일] 승격 확정한 대구의 환호성

김정용 기자 2016. 10. 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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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대구] 김정용 기자= 작년 대구FC는 우승할 줄 알고 만들어뒀던 티셔츠가 머쓱해졌다. 올해도 우승은 놓쳤지만 대신 승격을 확정했다. 딘과 헤이즈는 환호하는 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30일 대구 수성구의 대구 스타디움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6` 44라운드에서 대구가 대전시티즌을 1-0으로 꺾었다. 정규리그를 마친 대구의 최종 순위는 2위다. 승격 권한이 없는 1위 안산무궁화 대신 내년 K리그 클래식으로 올라가는 자동 승격권도 잡았다. 4년 만의 복귀다.

1년 전에도 대구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할 기회가 있었다. 부천FC를 홈에서 잡기만 하면 1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당시 결과는 실패였다. 우승을 놓쳤을뿐 아니라 핵심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겹치며 승격 플레이오프까지 놓쳤고, 결국 K리그 챌린지에 남아야 했다. 그때 선수들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 폭죽, 우승 기념 티셔츠 모두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됐다.

올해 대구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자력으로 승격하는 동시에 선두 안산무궁화(승격 권한 없음)의 경기 결과에 따라 우승까지도 노릴 수 있는 상태였다. 반대로 무승부에 그치거나 패배한다면 3~5위 그룹에게 따라잡혀 플레이오프로 밀려날 수도 있었다.

이번엔 티셔츠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우승을 놓치더라도 써먹을 수 있는 이벤트 위주로 최종전을 맞았다. 하프타임엔 1대 번개맨 서주성 씨가 등장했고, 경기가 끝난 뒤엔 R&B 가수 딘과 래퍼 헤이즈가 공연했다. 번개맨은 어린이, 초대가수는 젊은 관중들을 겨냥했다. 대구가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한 건 23일 경남FC를 상대로 승리했을 때부터였다. 앞선 두 경기에서 1무 1패로 부지하던 대구가 경남을 격파하고 안산의 승점을 따라잡자 구단 내에서 최소한 자동 승격은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축하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우승 가능한 모든 경기장에 트로피가 준비되기 때문에 세리머니를 할 단상을 마련해야 했다. 승격 축하 무대는 별도로 서포터들이 모이는 가변석 옆에 설치했다.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만 경기장 중앙에서 공유하고, 권영진 대구시장과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참석하는 축하 행사부터 공연까지 특별 무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손현준 대구 감독대행은 경기 전부터 `작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8월 이영진 감독 사퇴 후 지휘봉을 잡은 손 대행은 작년 우승을 놓치는 순간을 코치로서 경험했다. 그는 지휘봉을 잡은 뒤 줄곧 작년의 실패를 의식하고 있었다. 10월 초부터 "지난해를 돌아보면 안타까웠다. 조금의 방심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느꼈다"며 작년처럼 막판에 무너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경기 초반은 대구의 뜻대로 흘러갔다. 대구는 일방적인 우세를 유지하며 대전 골문을 계속 위협했다. 경기 전날 최문식 감독의 사임이 발표된 대전은 무기력했다. 다른 경기장에서 FC안양이 전반 20분 만에 두 골을 넣으며 선두 안산무궁화를 몰아붙였다. 안산이 질 경우 대구는 무승부만 거둬도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그런데 전반전 막판을 지나 후반전으로 들어가며 대구의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외국인 선수 세징야 등이 무의미한 슛을 난사하며 비효율적인 경기를 했다. 컨디션 난조로 벤치에 아껴뒀던 알렉스와 파울로를 후반전에 거푸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는데, 같은 시간 안산은 3-2로 경기를 뒤집고 있었다. 안산이 다득점으로 승리한다면 대구는 우승할 수 없게 된다. 설상가상 강원이 후반 12분까지 경남FC를 꺾고 대구를 승점 동률로 따라붙은 상태였다.

대구는 후반 34분 살아났다. 이날 혼자 7개나 슛을 날린 세징야가 7번째 슛으로 결국 득점에 성공했다. 세징야의 중거리 슛이 떨어지는 엄청난 궤적을 그리며 대전 골망을 흔들었다. 이대로 승리를 지키면 우승은 몰라도 승격을 확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끝까지 대전을 몰아붙인 대구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경기장 꼭대기까지 감정이 전달될 정도로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동시에 대구의 승격을 축하하는 폭죽이 터졌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뛰어들어가는 한편 유소년 선수들도 가장자리에서 자기들끼리 팔을 허공에 휘두르며 승격을 축하했다. 대구는 3년에 걸친 K리그 챌린지 생활을 뒤로하고 K리그 클래식으로 돌아가게 됐다. 우승은 놓쳤지만 승점 67점으로 1위 안산무궁화와 같은 승점을 따내며 승격할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

경기 후 우승 행사로 머리가 젖은 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손 대행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고, 정신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였던 부천전(19일, 0-0)을 필두로 여러 고비가 있었는데 그같이 넘기고 여기까지 온 게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기쁨을 선수들에게 다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 대행은 내년 감독직에 대해 아무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이어서 인터뷰를 가진 조광래 대표이사는 "구단주와 의논해 손 대행을 내년 감독으로 승격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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