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의 창] 인간의 확장과 노벨상

장윤옥 테크M 편집장 2016. 10. 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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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장윤옥 테크M 편집장]

해마다 가을이 되면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북구의 한 도시에 쏠린다. 노벨상 발표 때문이다. 발표 전에는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과연 누가 될 지 점치느라 바쁘고 수상자가 발표되면 선정된 이유가 무엇인지, 수상자는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느라 정신이 없다. 올해도 탁월한 연구 실적을 쌓은 사람들이 각 부문에서 선정돼 많은 화제를 낳았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거부가 된 노벨이 자신의 재산을 기부, 각 부문에서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라는 유언을 남긴 덕분에 탄생했다. 의학과 물리학, 화학, 문학 등 각 분야의 학자들에게 수여하는 노벨상에는 생뚱맞게 평화상이 들어가 있다.

왜 평화상을 제정했는지에 대해 노벨은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지만 비평가들은 노벨이 자시의 부고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노벨의 형인 루드비히 노벨이 죽었을 때 거부인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것으로 잘못 알려져 신문에 크게 사망기사가 나났던 것. 그런데 이 기사의 제목이 문제였다. 재계의 거물의 사망을 놓고 그 신문은 ‘죽음의 상인 드디어 사망’ 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이를 본 노벨은 자신이 죽은 뒤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결국 노벨상 제정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평화상 제정은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평화가 아닌 전쟁에 이용된 것에 대한 반성의 뜻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추측한다.

노벨의 일화는 기술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노벨은 자신의 기술이 안전하게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는데 쓰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쟁의 무기로 쓰이면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기술 자체는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기술의 파장은 매우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인공지능, 바이오공학 등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환경에 놓일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두뇌나 시각, 후각 등 우리 몸의 능력은 물론 시간과 공간의 한계마저 뛰어넘는 인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고 이는 다시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많은 생각과 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가족, 사회, 직장은 물론 인간에 대한 정의까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같은 기술의 발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기술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우리를 새로운 번영의 시대로 데려다 줄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두려움을 함께 갖고 기술의 발전에 관심을 기울인다.

로봇에게 모든 일자리를 뺏기고 궁핍하게 살아야 하는 우울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기도 하고 많은 우려는 영화에나 나오는 공상이고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제시나 토론이 빈약하다보니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불안해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혁신 없는 정글이 되고 만다.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려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술의 다양한 측면과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되 이 과정을 대중과 함께 해야 한다. 기술발전의 내용과 영향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노벨이 자신의 부고를 보고서야 깨달은 것처럼 기술은 그저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변화와 발전에 사람들이 준비하고 대응하도록 도와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과학기술자들이 인식해야 할 때다.

장윤옥 테크M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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