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록키> 공연 취소, 피해자는 많은데 책임은 누가?

곽우신 2016. 10. 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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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실드] 공연 전날까지 공식 입장 안 내놓은 엠뮤지컬.. 상처받은 관객·배우·스태프

[오마이뉴스곽우신 기자]

▲ 뮤지컬 배우 김도현 "서고 싶다... 15라운드." - @kimdohyun_action
ⓒ (주)엠뮤지컬아트
뮤지컬 <록키>가 결국 엎어졌다. 오는 29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1일 정식 개막, 내년 1월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뮤지컬 <록키>는 결국 국내 관객에게 한 번도 소개되지 못한 채 사장됐다.

28일 1시, 뮤지컬 <록키>의 기획사인 (주)엠뮤지컬아트(아래 엠뮤지컬)는 "2016 뮤지컬 <록키> 공연 취소 안내" 공지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엠뮤지컬아트입니다.

2016년 10월 29일에 프리뷰 공연으로 개막할 예정되었던 뮤지컬 <록키> 공연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리며, 그 동안 뮤지컬 <록키>를 기다려주신 많은 관객 여러분들께 공연 취소라는 죄송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저희 제작진 일동은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초연이라는 타이틀 아래 원작을 뛰어 넘는 무대를 선보이고자 투철한 사명감과 강한 책임감으로 공연을 준비해왔으며, 모든 스텝과 배우들도 가슴 따뜻하고 희망 가득 찬 이야기로 관객 분들께 감동을 선사하고자 하나된 마음으로 관객 분들과 만나는 날을 고대해 왔습니다.

공연 준비 초기 단계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관객 분들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 하였지만, 준비 과정에서의 난항이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10월 29일 첫 공연을 앞두고 공연 취소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제작진은 관객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으나, 많은 손실과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록키>를 기다려주신 많은 분들께 불편과 혼란을 드리고, 관객 여러분들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고개 숙여 사과 드리며, 예매하신 모든 분들께 순차적으로 안내전화 드릴 예정이며 예매수수료와 배송료를 포함한 티켓구매금액 전액을 조속히 환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엠뮤지컬아트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 하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로 향후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불편하게 된 많은 분들과 끝까지 공연에 힘써준 스텝과 배우 분들께 깊은 사죄와 감사를 드립니다.

뮤지컬 <록키>를 기다려 주신 관객 및 관계자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뮤지컬 <록키>는 왜 취소된 걸까? 새로울 것 없는 여러 원인들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적자를 다른 적자로 메우며 성장한 이 공급 과잉 시장은, 관객은 비싼 값의 티켓을 구매하지만 정작 공연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배우·스태프 등)들을 열악한 환경으로 내모는 기형적 구조로 굳어졌다. 기업 단체관람에 의지하고, 초대권 뿌리기에 매진하던 기획사들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주요 돈줄이 막혔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이 취소되고, 제작사였던 비오엠코리아 대표가 사라지며 국내 공연계에 충격을 줬던 2014년 이후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국내 뮤지컬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돌려막기는 결국 폭탄 돌리기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하필이면, 뮤지컬 <록키>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이미 엠뮤지컬의 전작 <잭 더 리퍼>의 지방 공연들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면서 불안이 감지됐다. 일차적으로 개막 두 달 전부터 미리 예매했던 관객들이 최대 피해자였다. 쇄도하는 문의에 공식적인 채널은 묵묵부답이었고, 배우나 스태프의 SNS를 통해 알음알음 추측만 할 뿐이었다. 최종적으로 취소가 확정된 건 공연 바로 전날이었다. 그 사이에서 마음 졸이던 관객의 마음을 누가 위로해줄까.

상처 받은 이는 부지기수인데...

▲ 뮤지컬 배우 황만익 "무엇보다도 관객분들과의 약속을 못 지켜드리고 보내는 게 너무 가슴 아프고 죄송할 뿐이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정말 배우와 스태프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래도 작품은 잃었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얻었다. 난 두 번의 권투소재의 작품과 만났었다. 그러나 모두 이런 식으로 이별했다. 굿바이 록키~." - @manikhwang
ⓒ (주)엠뮤지컬아트
구조의 문제를 비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제일 중요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 사건의 특수성이다. 엠뮤지컬이 관객과 배우·스태프에게 보인 태도에 대한 지적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엠뮤지컬이 폭탄을 떠안은 건 단순히 이들이 '운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비록 부족하지만, 관객들에게는 티켓값 환불과 보상 차원의 추가 초대권이라도 돌아간다. 하지만 배우와 스태프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까. 몇 달 동안 땀 흘리며 공연을 준비하던 배우와 스태프의 마음에도 깊은 상처가 남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정말 이건 아니지. 배우들의 땀을 보고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는 거다. 매출부진이라고?!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소식도 전화통화로 통보를 받고(그것도 들어온 지 3개월 밖에 안 되었다는 친구가 무슨 죄로 울먹거리며 모든 배우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대표라는 분들은 공연 연습 시작하면서부터 취소가 된 지금까지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우리 배우들…. 얼마나 열심히 열정을 다해서 연습에 임했는지 한 번이라도 두 눈으로 봤다면. 이런 식으로 통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이런 꼴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좀 더 힘있는 사람이었다면...'하는 생각이 하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다시 한 번 어떻게든 성공해야겠다는 결심이 들게 만들어준다." - 배우 김지우의 인스타그램 중에서

▲ 뮤지컬 배우 김지우 "뭘 어떻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황에... 내가 무능하게 느껴진다. 이 미련스러울 정도로 착하고 맑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흘린 땀과 눈물.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복잡하다. 안녕... 록키..." - @jennifer_lunari
ⓒ (주)엠뮤지컬아트
배우들의 허탈감과 배신감,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범벅된 여러 글들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퍼졌다. 올해 여러 작품에서 멋진 결과물을 보여준 김성수 음악감독도, 곧 화촉을 올리게 될 신성우 배우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습이 끝난 후 무대 바닥에 붙어있는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 내며 눈물을 흘렸다는 한규원 배우의 글은 또 어땠나. 배우는 관객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관객은 배우들에게 힘내라고 위로하는 상황에서 정작 문제를 일으킨 엠뮤지컬은 한 발 뒤로 빠진 모양새이다.

디큐브아트센터 관계자와의 통화를 통해 엠뮤지컬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와의 전화에서, 항간에 도는 '10억 원 연체설'에 대해 "구체적인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상당한 금액"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서 "<록키>의 대관료는 전혀 받지 못했고, <잭 더 리퍼> 때의 대관료도 아직 못 받았다"라며, "엠뮤지컬의 상황을 고려해 약속된 입금일도 네 번이나 연기해줬지만, 더 이상 무조건 미뤄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최근에 엠뮤지컬 측에 '담보물만 확보되어도 공연장 열어주겠다'고 전달했고, 처음에는 담보물이 없다던 엠뮤지컬도 담보를 잡아주겠다고 하여 공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날(27일) 늦게 엠뮤지컬 쪽에서 (공연 취소) 연락이 온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니 다른 직원이 전달해주더라"고 말했다.

"당연히 우리도 공연을 올리고 싶다. 연말 성수기에 어떤 공연장이 무대를 비워놓고 싶겠나. 우리로서도 당황스럽다. 공연장 이미지도 있는데…. 엠뮤지컬에서 돈 들고 공연 올리겠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누가 '매출 부진' 배우인가

▲ 뮤지컬 배우 최우리 "안괜찮아요, 당연히... 괜찮아지겠지요. 꿈이었나 싶어요. 너무 달달했거든요. 저 시간들이, 우리들이 함께여서 불안하고 슬프면서도 힘이 났어요. 보고 싶어요. 록키 사람들." - @woorilov2
ⓒ (주)엠뮤지컬아트
엠뮤지컬 측 관계자와도 통화가 되었으나 들을 수 있는 답변은 많지 않았다.

배우 및 스태프 페이 그리고 대관료 미지급 등과 관련해서는 '내부 사정'이라며 말을 아꼈고, 대표의 연습실 참관 관련해서는 "담당 부서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신입 직원이 배우들에게 공연 취소 통보를 전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든 직원이 돌아가면서 연락을 드렸다"며 "신입 직원에게만 배우 연락을 맡겼다는 건 오해"라고 일축했다.

다만 "공연 취소의 최종 확정은 공지가 나가기 몇 시간 전에야 결정됐다"라며 "일일이 직접 연락을 드릴 수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전화를 드린 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공식적인 사과를 배우 및 스태프에게 할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또한 2017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될 예정인 뮤지컬 <신데렐라>는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록키>를 예매했던 관객들에게 환불과 더불어 지급될 초대권은 "특정한 작품의 초대권을 드리는 게 아니라 2017시즌 엠뮤지컬의 공연 중에서 원하는 작품을 보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과문에 올린 주요한 공연 취소 사유는 "매출 부진"이었다. 매출 부진이 정말로 표가 많이 안 붙은 것을 뜻하는지 물었으나 엠뮤지컬 관계자는 "그냥 매출 부진"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설사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김지우 배우가 지적한 것처럼 이렇게 고생한 배우들을 엠뮤지컬이 '매출 부진' 배우로 낙인찍은 것은 아닌지 의아스럽다. 그 '매출 부진' 배우들을 캐스팅한 건 다름 아닌 엠뮤지컬 바로 자기네인데 말이다.

▲ 뮤지컬 <록키>의 포스터 이번 뮤지컬 <록키>에 출연 예정이었던 배우들은 신성우·김도현·송창의·윤형렬·최우리·김지우·조휘·박은석·신구·김진태·송용태·김병호·김하라·백민정·황만익·홍경수 그리고 보도자료에 이름도 실리지 못한 20여 명의 앙상블이었다. 이들의 앞길을 가슴 깊이 응원한다. 부디, 지지 마시라.
ⓒ (주)엠뮤지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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