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리는 해외 화주들..해운업계 "선복 확대보다 신뢰 회복이 우선"

조지원 기자 2016. 10. 28. 18: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진해운의 주요 대형 화주들이 물류대란 이후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됐다며 국내 선사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해운업계는 해외 화주로부터 신뢰를 되찾지 못하면 산업 경쟁력을 크게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해운 홈페이지

월마트‧나이키‧아디다스 등 한진해운의 해외 대형 화주들은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촉발된 물류대란을 겪으면서 한국 선사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대형유통업체 물류담당 임원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의사를 국내 선사에 전달했다”며 “이들은 한진해운이 회생에 성공하더라도 당분간 화물을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한진해운에 화물을 맡긴 화주들은 지난 9월 1일 법정관리 개시 이후 화물 하역 작업에 차질이 생기자 배송 지연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닛산 등 일부 화주들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하역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물류대란이 발생한지 58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역을 못한 컨테이너선이 14척 남았다.

해외 화주들이 한국 선사를 이용하지 않게 되면 국내 해운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시작하기 전까지 매출 90%를 해외 화주를 통해 달성했다. 해운업 전문가들은 국내 해운업체들이 해외 화주들을 붙잡으려면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현 평택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이번에 보여준 태도는 글로벌 화주, 포워딩업체, 해운업체에 우리나라가 해운업에 대해 무관심하고 언제든 산업을 버릴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으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신뢰 회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 대형 화주 없이 신규 노선 구축도 어려워

대형 화주들은 대부분 해운사와 1년 이상 장기 계약을 체결한다. 장기 계약을 체결해야 운임 변동이 크지 않고, 안정적으로 화물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체들은 대형 화주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노선 계획을 세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형 화주 물량을 30~50% 정도 기본 물량으로 깔고, 나머지 빈 공간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영업이익률이 달려 있다”며 “대형 화주들이 확보돼야 안정적으로 노선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한진해운 여의도 본사 /연합뉴스

국내 선사가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한진해운 미주‧아주노선을 인수하더라도 대형 화주 확보가 관건이다. 기존 화주들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시작한 이후 다른 선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노선 인수자는 매각 목록에 포함된 선박, 인력, 운영 시스템, 장비 등을 이용해 화주들과 새로 계약을 맺고 노선 운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노선 영업망을 살리려면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해외 화주들이 믿고 화물을 맡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해운업체를 확실히 지원하겠다는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 “선박 있어도 화물 못 채우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신뢰 회복이 우선

해외 화주 신뢰 회복은 유일한 국적 선사로 남게 될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정부는 오는 31일 발표 예정인 조선‧해운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에 선박 금융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선복량을 늘려 한진해운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초대형 선박을 대거 확보하더라도 화물을 싣지 못하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 등 국내 기업들이 현대상선에 화물을 몰아주더라도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해외 화주 확보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화주들이 해운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가격과 안정성인데 이번 물류대란으로 한국 선사가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낙인 찍혔다”며 “한국 물류업체를 이용하면 정해진 시간에 운송 가능하다는 신뢰를 쌓아야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