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진짜 모른다" 말하는 안종범의 딜레마

2016. 10. 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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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말이 거짓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물증들이 나왔다.

<한겨레>가 28일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한 결과, 안 수석은 지난해 12월27일부터 올해 7월21일까지 모두 55차례에 걸쳐 정 전 총장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스마트폰의 일정표와 비교해보면 직접 만난 것도 7차례인 것으로 나온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안 수석이 시간과 장소를 정해 정 전 총장에게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7번 가운데 플라자호텔이 5번으로 가장 많고, 롯데호텔과 조선호텔이 각각 1번씩이다. 안 수석은 정 전 총장이 ‘신임 이사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정동춘 CRC 운동기능회복센터 원장 010-9377-○○○○”이라고 전화번호까지 알려준다. 또 4월12일 문자를 보면 “먼저 문자로 경제수석 소개라고 K sports 사무총장이라고 보내고 통화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는 내용도 있다. 재단 일을 돕기 위해 누군가를 소개해준 것이다.

이는 안 수석이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몇차례나 “내가 케이스포츠재단에 전화 걸 일이 없다”고 전면 부인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이런 자료들이 ‘최순실을 전혀 모른다’는 안 수석의 주장을 완전히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최순실씨가 정 전 총장과 주고받은 문자도 42차례에 이른다. 최씨가 보낸 문자를 보면 “사무총장님~~제ㅣ 제가ㄷㆍ공항갔다와야해서 4시경뵈야할것같아요~ 외국에서손님이와서요”라는 내용 등인데 맞춤법 틀린 게 눈에 띈다. 또 스마트폰 일정표에 나와 있는 면담 약속만도 9차례에 이른다.

정 전 총장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최순실 회장이 오전에 지시를 내리면 오후에 아니면 다음날 안 수석이 거의 동일한 내용을 얘기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재단 일을 놓고 수시로 협의하는 사이인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안 수석과의 첫 만남도 최순실씨가 주선했다. 그는 “1월께 최 회장이 ‘안 수석한테 가서 한번 인사를 하시죠. 전화가 올 겁니다’라고 말을 했고 진짜로 며칠 뒤 안 수석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자메시지 기록을 보면 1월25일 오후 ‘수석님, 전화 받지 못하여 송구합니다’라고 정 전 총장이 문자를 보냈고 그날 밤 ‘1월26일(화) 오후2시 플라자호텔 5층 비즈니스센터(예약자명; 김○○)입니다’라고 안 수석이 문자를 보낸다. 이런 정황으로 보면 안 수석과 최순실씨가 모르는 사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안 수석은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겨레는 내가 최순실을 아는 것처럼 하는데 나 최순실 진짜로 몰라. 내가 모든 걸 걸고 얘기하는데 나 진짜로 몰라. 내가 어떻게 알겠나”라고 하소연을 했다. 정 전 총장도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해 안 수석에게 “두 분 사이에 교감이 있는 거죠?”라고 물은 적이 있으나 안 수석은 “누군지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안 수석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두 사람을 이어주는 제3자가 있다는 거고, 그건 박근혜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문고리 3인방’이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아 두 사람 사이에서 중계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럴 경우 안종범 수석은 제3자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등의 혐의에서 벗어나거나 책임의 정도가 가벼워진다. 포괄적 통치행위를 하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책임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반대로 안 수석이 ‘최순실씨를 안다’고 인정하면 대통령의 짐은 가벼워진다. 대신 안 수석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 자신이 살려면 대통령을 팔아야 하고, 대통령을 살리려면 자기가 죽어야 한다. ‘안종범의 딜레마’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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