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지시 따라야 하나"..'최순실 패닉'에 빠진 공직사회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공직사회가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와 관련해 분노와 실망감으로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 내각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정권 말기 국정시스템이 마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28일 세종청사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한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1급 공무원 A씨는 "최순실 사태로 우리가 무엇을 해 왔는 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면서 "자괴감과 분노가 밀려와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B국장은 "매일 충격적이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납득할 수준이 아니고 최순실씨는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여 더욱 화가 치솟았다"고 전했다.
C과장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해왔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하는 말이 이제 모두 거짓말로 들려 지시가 내려와도 따라야 할지 말지 고민스러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에서는 '우리 공직사회라도 흔들림 없이 제 위치를 지키자'는 분위기도 읽힌다.
국무조정실 1급 공무원 D씨는 "지금은 완전한 레임덕(권력누수)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국민의 실망감이 큰 만큼 공무원들이 위기를 더욱 잘 버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에 근무하는 E국장은 "가뜩이나 경제가 매우 힘든 상황인데, 이번 사태로 개혁작업이 중단되고 경제의 활력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공무원들이 제 자리를 지켜야 할 때"라고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세종청사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 직원들은 정치권과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총리비서실 1급 공무원 F씨는 "정치권에서 청와대 비서진 물갈이와 함께 황 총리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내각을 흔드는 것이 국정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태가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처에서는 개각 요구가 확산되는 데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기재부 G과장은 "정기국회에 제출된 민생·경제 법안들이 이번 사태로 제때 처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내각 개편까지 요구하고 있어 불안불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H국장은 "만약 내각까지 교체하게 되면 청와대의 인사검증부터 국회의 인사청문회 등 시간도 많이 걸려 경제팀 콘트롤타워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어려운 경제상황에 매우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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