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아저씨 동행] "집 이사가니 개는 안락사시켜주세요"
(서울=뉴스1) 라이프팀 = 2012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서울 성동구 금호동은 일부 지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돼 주민 대부분이 이사를 가 동네가 황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여러 가구가 이사를 갔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가는 주민 중 한 사람이 충격적인 일을 벌였습니다.
한 주민이 동네 동물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동물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나 이사 가니까 이 강아지 안락사 시켜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강아지를 병원 안으로 던져 놓고는 쏜살같이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너무나 황당한 일이지만 당시 병원장님은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키우던 강아지들을 더 이상 책임지지 못한다며 가끔 이런 일을 벌인다고 하셨습니다.
졸지에 키우던 주인으로부터 '개를 죽여 달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받은 병원장님은 그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강아지는 세 살 정도 된 페키니즈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병원에서 강아지를 키울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병원에 오시는 손님들 중 유기견에 관심이 있는 분이 있었습니다. 병원장님은 그분께 사연을 얘기하고 '난 이 강아지를 죽일 수는 없으니 좋은 입양자를 찾아봐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뚱아저씨는 팅커벨 프로젝트를 설립하기 전이었지만 코돌이와 코순이, 럭키, 순심이 등 유기견을 몇 차례 구조한 경험이 있었고, 그분은 어떻게 수소문을 해 저에게 연락을 했더군요.
사연을 들은 저는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당시 자양동에 살고 있던 저는 사연을 읽자마자 금호동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곤 버려진 페키니즈를 마주했습니다. 그 작은 강아지는 뭔가를 체념한 듯한 얼굴로 얌전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 슬픈 표정을 보니 '그래. 이제 전 주인은 잊어버려라. 너를 잘 돌봐줄 수 있는 새 주인을 찾아줄게'라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리고 전 그 강아지의 사연을 뚱아저씨의 블로그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하루 만에 삼식이의 소식을 수천 명이 읽은 겁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여러 명이 삼식이를 입양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입양은 신중하게 보내야 다시 버림받지 않을 수 있기에 입양을 하겠다는 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한 후 가장 믿음이 가는 분에게 페키니즈를 입양 보내기로 했습니다.
강원 춘천시에 살던 그분은 페키니즈를 위해 '삼식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오셨더군요. 그 이름은 집에서 기르는 보스턴테리어 '민식이'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마음에서 그런 이름을 붙이셨답니다.
그렇게 페키니즈 삼식이는 민식이가 있는 춘천 집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고,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삼식이는 민식이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삼식이는 입양을 가기 전 뚱아저씨와 3일 정도 얼굴을 본 사이입니다. 그리곤 입양을 간 삼식이를 볼 수 없었죠. 그런데 지난해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있었던 '2015년 동물보호문화축제'에서 삼식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입양자와 함께 놀러온 삼식이는 3년 만에 보는 뚱아저씨를 잊지 않고 몸을 비비며 반겨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찡했는지요.
살아있는 생명을 물건을 처분하듯 버리며 심지어 죽여 달라고까지 한 전 주인이 지금 행복하게 잘사는 삼식이의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네요. 자신이 키우던 생명을 내팽개친 그분, 잘 살고 계신가요?
ssun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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