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에도 억대 연봉 '공기업 낙하산' 기승

최훈길 2016. 10.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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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남동·서부발전에 TK 출신 유력 후보로산단공→에너지공단 '회전문 인사'aT에 퇴직관료, 농어촌공사에 낙선자 임명민관유착 우려에도 담당 장관 "능력 보고 뽑아"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최순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억대 연봉의 공공기관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TK 출신(대구·경북)이나 퇴직 관료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고 이미 공모 시작부터 특정인사가 낙점돼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낙선한 정피아(정치인+마피아), 관피아(官 +마피아)까지 기승을 부려 국정 난맥상이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인사혁신처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이르면 내주에 취임할 예정이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내달 4일 회의에서 각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배수 후보군을 2배수로 정리하면, 산업부 심의·제청, 공공기관 주주총회, 대통령 임명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미 인사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관련 재취업 심사는 끝난 상황이다.

이외에도 대한석탄공사·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전략물자관리원 등 산업부 산하기관도 이미 기관장 임기가 만료됐다. 다만 차기 기관장이 결정 안 돼 현 기관장이 직을 유지 중이다.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등 12월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산하기관장까지 포함하면 연내에 굵직한 공공기관장이 대거 교체된다.

◇‘고위관료 퇴직 후 3년 재취업 제한’ 유명무실

이데일리가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 323곳(공기업 30곳·준정부기관 90곳·기타공공기관 20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10월부터 연말까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36곳에 달했다. (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하지만 재취업 심사나 공운위 회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해당 공공기관에 낙점자가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3배수 후보 중에서 한수원은 이관섭 전 산업부 1차관, 남동발전은 장재원 한전 전력계통본부장, 서부발전은 정하황 전 한수원 기획본부장이 사장으로 임명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들어 TK 출신이나 퇴직 관료·선거 낙선자들이 잇따라 산하기관장에 임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의원이 지적한 이들 공공기관장 후보 3명은 모두 대구 출신이다. 앞서 지난 10일 취임한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도 대구 출신으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고위공무원을 거쳤다.

특히 강 이사장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재직 중에 에너지공단 공모에 응모한 뒤 임명됐다. 다른 산하기관장으로 옮긴 이른바 ‘회전문 인사’가 이뤄진 셈이다. 강 이사장이 퇴임한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에는 황규연 전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이 임명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인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에도 각각 여인홍·정승 전 농림부 차관이 이달 임명됐다. 정 전 차관은 지난해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한 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다.

◇“‘정권 말기 막차 타자’ 분위기..민관유착 우려돼”

지난해 강화된 공직자윤리법(관피아 방지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을 ‘취업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기관 업무(2급 이상 기준)와 관련 있는 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는 기간을 ‘퇴직일부터 3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퇴직일로부터 3년이 채 안 된 이들 퇴직관료나 선거 낙선자가 잇따라 산하기관장에 임명되거나 유력 후보군에 포함되는 상황이다.

손 의원은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공공기관 막차를 타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이라며 “산업부 소관기관 인사를 보면 회전문 인사를 넘어 끼리끼리 인사, 동네 선후배 인사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 관료가 공공기관에 재취업 할 경우 주무부처와의 민관유착이 우려된다”며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를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업무 연관성이 있더라도 전문성을 고려할 경우 재취업이 바로 가능하다”며 “매출액이 수조원이나 되는 공기업을 운영하려면 소규모 민간 업계 출신보다는 정책을 직접 다뤄본 고위공무원 출신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추천권을 가진 주형환 산업부 장관도 지난 14일 국감에서 “공정하게 전문성, 능력을 보고 선정했다”고 말했다.

9월부터 연말까지 산업부·농림부 주요 산하기관장 취임&임기만료 현황(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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