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400억 문화창조센터'.. 7000억 대형사업으로 커져

정시행 기자 2016. 10.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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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 농단] 2014년 문화융성 예산안.. 문건엔 최순실의 필적도 보여 이재만·김종의 모교 한양대, 김종덕이 교수였던 홍익대 지목 문화예술대학원 건설 추진.. 최씨 측근 밀어주려한 의혹 스포츠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최순실 딸 정유라 염두에 둔 듯

최순실씨와 그의 측근들이 2014년 4월부터 9월까지 만든 '문화 융성' 관련 문건들에는 정부가 짜야 할 각종 국가 사업과 예산안이 담겨 있다. 문서에는 각종 시설 건립이나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듯한 신규 프로젝트성 사업과 이벤트 등도 포함됐다. 이 중 상당수는 실제 정부 정책으로 이어져 수천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최씨가 정부 예산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문화 융성' 사업은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중점 사업으로 진행됐다.

◇최씨, 문화 융성 틀 짰나

TV조선이 최씨의 사무실에서 입수한 문건은 모두 5건이다. 2014년 6월 17일자 '대한민국 창조 문화 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29쪽)'와 그해 7월 21일 작성된 'True Korea(진정한 한국) 실행을 위한 보고서(54쪽)', 9월 2일자 '대한민국 문화 융성 프로젝트 True Korea(16쪽)'다. 이 사업들의 실행을 위한 '예산 편성' 관련 문건도 2건 (각각 19·14쪽)이다.

앞서 3개 자료에선 현재 문화 예술 동향에 대해 "10~30대 문화 소비 위주로 이루어져 전통문화는 사라지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 생산이 결여" "일방향적인 시각과 편중된 문화 소비로 국가에 대한 애정 결핍" 등으로 비판했다. 문건은 대안으로 2014~2015년 벌일 12개 사업과 28개 프로젝트와 각 소요 예산을 제시했다.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통합 작업' 50억원, '관광 콘텐츠 개발 및 보급' 130억원, '명품 브랜드와 한복의 콜라보 패션쇼' 30억원, '대형 융합 공연' 140억원, '드라마 영화 뮤지컬 제작 지원' 300억원 등이다. 예산 총액은 1796억원이다. 정부가 보통 연초에 다음 연도 사업을 짜는 데 비해, 이 문건은 아이디어를 즉시 실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정부가 한 해 기준으로 사업별 구체적 예산을 세세하게 책정하는 데 비해, 이 문건에선 '2014년 또는 2015년부터 계속'으로 장기간으로 잡아놓고 사업비도 총액만 제시했다.

◇특정인 밀어주기 의혹

문건에선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발견된다. 우선 문화 예술 융복합대학원을 건설하자면서 '한양대와 홍익대'를 제시했다. 한양대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출신교이고, 홍익대는 김종덕 문체부 전 장관이 교수로 일했던 학교다. 또 유일하게 포함된 체육 관련 정책은 '차세대 스포츠 인재 양성 프로그램 개발 및 은퇴 메달리스트 복지 확보'로, 예산 120억원을 책정해놨다. 2014년 당시 고교 3학년으로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던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염두에 둔 예산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사업은 나중에 최씨가 배후에서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으로 넘어갔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문화창조센터 건립'이다. 문건에서 여기에 배정한 예산은 당초 400억원 규모였으나, 현재 이 관련 사업은 5년간 총예산 7000억원이 넘는 대형 사업으로 발전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서울 상암동에 CJ그룹이 '문화창조융합센터'를, 한국관광공사 건물엔 정부 출연으로 '문화창조벤처단지'를 세웠다. 올해 말엔 홍릉에 '문화창조아카데미'를, 2017~2018년 일산 'K컬처 밸리'와 제주도에 '융복합 상설공연장'을 건립하기로 돼 있다. 이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문체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주도해왔는데,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초대 본부장을 맡았다.

문건에는 최씨의 필적도 발견됐다. '문화 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에는 누군가 펜으로 '계획안'이라고 적었는데, 박 대통령의 순방 일정표에 옷 색깔을 메모했던 최씨의 필적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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