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누나 따라 갈래요 줄 타고 강 건너 학교까지
중국 서남부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중국과 티베트를 잇던 고대 교역로로 유명하다. 이곳 윈난성 고산 지대에 위치한 외진 마을에는 와와(딩지아리)와 나샹(아나무랑) 남매가 살고 있다. 와와의 소원은 누나를 따라 강 건너 학교에 가는 것. 하지만 학교로 향하는 길이라곤, 험준한 협곡 사이에 놓인 지프라인(Zipline·양쪽 지지대가 연결된 와이어의 도르래를 타고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이동 수단)뿐. 엄마(천이페이)는 와와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강을 건너지 못하게 하고, 그럴수록 학교를 향한 아이의 갈증은 심해진다. 결국 와와는 가족 몰래 줄을 타고 강을 건너 학교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와와의 학교 가는 날’(원제 走路上學, 10월 27일 개봉, 이하 ‘학교 가는 날’)은, 이들 남매의 깊은 우애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 짓게 되는 따뜻한 영화다. 차마고도 절경에 넋이 빠졌다가, 중국 소수민족의 애환이 서린 결말에 이르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제15회 몬트리올국제어린이영화제 최고영화감독상, 제48회 휴스턴국제영화제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등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이유다. 성공적인 데뷔작을 내놓은 펑천(48) 감독과 e-메일로 나눈 긴 인터뷰를 바탕으로, ‘학교 가는 날’의 뒷이야기를 살폈다.
차마고도의 원시적 자연을 담다
소수민족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펑천 감독이 외진 마을에 찾아가 ‘학교 가는 날’ 세트를 지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화려한 도시와는 아주 다른, 지방의 낙후한 환경을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소수민족의 삶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도 낡은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는 아이들, 돈을 벌기 위해 외지로 나간 가장, 외줄 타기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 등 소수민족의 삶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 이유다.
지난해 각종 영화제를 통해 먼저 선보인 ‘학교 가는 날’은 중국에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가 크게 주목받자, 이동 수단이 지프라인뿐이던 누강 근처 여러 마을에 새로운 다리가 가설됐다. “중국 정부에서 만든 것 외에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다리도 여럿”이라며 펑천 감독은 자부심을 내비쳤다. 월드 스타 성룡(成?·청룽)의 깜짝 참여도 있었다. 결말 부분에 흐르는 노래 ‘길 위에서’가 바로 그의 목소리. 우연히 펑천 감독을 만난 성룡이 ‘학교 가는 날’ 제작에 대해 듣고 먼저 “도와주겠다”며 나선 것이다. 또한 펑천 감독의 말에 따르면, 외줄을 이용해 하나씩 운반한 자재로 만든 극 중 남매의 집은 “지금도 누강 주변에 그대로 있는데, 윈난성에서 아주 중요한 관광지가 됐다”고 한다.
■와와의 등굣길은 어떻게 그려도 비극적이다
「펑천 감독(사진)과의 e-메일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번거로울 만도 한데, 그는 성실하고 꼼꼼하게 답을 보내왔다. ‘학교 가는 날’ 제작기와 별개로 나눈,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싣는다.
-무엇보다 와와 남매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샹처럼 ‘무엇이든 희생하는 누나’는 너무 판타지적 설정 아닌가.
“극 중 나샹은 무척 순수하면서 철든 아이다. 모든 것을 와와에게 양보한다. 이런 ‘완벽한 누나’를 만든 것은, 사실 개인적 욕심이었다. 관객이 ‘요즘 세상에 나샹 같은 아이가 있을까?’ ‘지금 도시 아이들은 이런 모습으로 자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은 도시에서 온 헌신적인 선생님(차오시원)을 만나 새로운 세계에 눈뜬다. 현실에 기반한 설정인가.
“중국 대도시의 많은 젊은이가 편리한 생활을 포기하고 열악한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이런 젊은이의 모습을 꼭 그리고 싶었다. ‘학교 가는 날’에 비극적 요소를 담은 것도 그곳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매일 목숨을 걸고 학교에 가는 상황은, 사실 어떤 이야기로 만들어도 비극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어떤 영화든 이번처럼 현실을 반영할 것 같다.”
-아역 배우들이 건너는 지프라인을 직접 타 봤나.
“그건 아주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촬영 막바지에 한 번 탔다. 그 몇 초의 공포는, 아…, 정말 잊을 수 없다.”
-차기작은.
“지금 이 시대에 일어나는 진귀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할 생각이다. ‘학교 가는 날’을 만든 후 베이징에서 미친 듯이 시나리오를 썼다. 벌써 시나리오 네 편을 완성했는데, 내년 초쯤 로맨스영화를 촬영하게 될 듯하다.”
」
글=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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