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한달]기업 대관업무 '올스톱'..블로거들은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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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동차 업계는 최근 디젤자동차 출시 지연으로 애를 먹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가뜩이나 디젤차 인증이 까다로워졌는데, 그로 인해 출시가 늦어져도 협조를 위한 대관업무를 할 수 없게 됐기 때문. 특히 수입차 업체들의 경우 연간 신차 출시계획이 지연되면서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3. BMW는 최근 전세계 미디어를 모두 초청해 신차 출시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여서 한국 기자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못했고, BMW가 자사에 유리한 점을 내세워 작성한 보도자료와 사진만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했다. 일각에선 비용을 지불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일반 공개에 앞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명확한 비용을 따지거나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이를 두고 ‘해외 미디어와의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행한 지 한 달, 김영란법은 각자 계산하자는 의미의 ‘더치페이법’이라는 설명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기업 홍보팀 내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정부 관계자들이 아예 만나주지 않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고, 국내 독자들은 자동차 업체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자료를 토대로 한 기사 만을 볼 수 있게 됐다. 미디어를 대신하는 수단으로 ‘블로거’가 뜨면서 일부 유명 블로거들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체감하는 김영란법 여파는 적지 않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는 실제 미팅 횟수가 예전보다 20~30% 정도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디어보다는 공공기관 쪽에서 몸을 더 사리는 편”이라며 “아예 미팅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커피 한 잔 하기가 힘들어진 것은 물론 전화로 처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체 홍보임원은 “대관업무는 올스톱 상태”라며 “만남 자체를 꺼려하기 때문에 손을 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시승기가 필수적인 자동차 업계는 최근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가 아닌 블로거들을 위한 행사를 늘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i30’ 시승행사에서 본인은 물론 배우자가 김영란법 대상자가 아니라는 내용의 서류를 돌리고 서명을 받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일부 기자들이 직업을 블로거로 바꿨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5명 미만의 소규모 언론사에 소속돼있고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명성이 있다면 아예 블로거로 전향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전자업계도 신제품을 출시하면 사용기 의뢰를 블로거들에게만 맡기고 있다. 소형 가전의 경우는 소개하는 제품을 협찬 받거나 제품 단가에 따라 소개 1건당 최소 10만원의 원고료를 받는 정도로 대가를 지급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일부 인기 블로거들이 더 높은 수준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금액을 지급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비용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언론사에는 제품을 일주일 정도 대여해주는 정도였는데 블로거들은 원래도 금전적으로 대가를 지급해왔고, 이제는 언론사를 이용한 홍보가 전면 차단됐다는 점에서 더 높은 금액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전문성을 지닌 블로거들이 깊이있는 사용기로 홍보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한다. 법적으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다보니 언론사 수준의 공신력을 갖지 않는다.
당분간 블로거 대상 체험 행사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한 리조트 업체 홍보 담당자는 “블로거들이 글을 재미있게 쓰긴 하지만 글에 대해 책임을 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블로거를 통한 홍보도 필요하지만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취재와 관련된 편의 제공까지 막는 건 국제적인 관행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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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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