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르 전 총장 "녹취파일 70여개..아직 10%도 얘기 안해"

2016. 10. 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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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성한 ‘16시간 인터뷰’ 뒷얘기

녹취파일 70여개중 4건 들려줘
휴대폰속 미르 문건 보여주기도
“감시 받아” 보안에 극도로 신경
“민정수석실서 나를 조사했다”

지난해 8월 강원도 한 골프장에서 미르재단 이성한 전 사무총장(가운데)이 차은택 감독(이씨 오른쪽 두번째) 등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JTBC> 화면 갈무리

<한겨레>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만난 건 모두 네 번이다. 두 번은 강남에서 다른 두 번은 그가 사는 춘천에서다. 첫만남은 지난 9월7일이다. 이후 같은 달 9일, 18일, 25일 모두 16시간 동안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말할 때 자신이 직접 보고 듣거나 경험한 것만을 말하려 애썼다. 추론과 생각은 팩트와 구분지으려 했다.

그는 녹취 파일이 77~78개에 이른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취재진이 직접 들은 건 4건이었다. 녹취에 등장하는 인물은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차은택 감독, 최씨 측근인 고영태씨, 미르 이사인 이한선씨 등이다. 시기적으로는 주로 그가 재단 사무총장에서 해임된 6월 전후에 집중됐다. 그를 회유하려는 내용에서부터 재단 운영을 둘러싼 알력 등이 담겨 있다. 그는 재단에서 제공한 카니발을 출퇴근용으로 썼는데 자신의 휴대폰과 동기화해, 차 안에서 취재진에게 녹취를 들려줬다. 그는 “회의를 할 때 녹음하는 습관이 있다”며 녹취를 많이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녹취를 3곳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녹취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미르재단 관련 문건들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일부를 즉석에서 불러내 보여주며 설명하기도 했다. 녹취와 문건은 자신을 보호할 방어용으로 보였다. <한겨레>는 그와 수십차례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그는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썼다. 도감청을 이유로 아이폰으로만 통화를 원했고 삼성 휴대폰의 사용을 꺼렸다. 9월 중순께부터는 아날로그 ‘2G’ 폰을 개설해 썼다. 카카오톡 대신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을 썼다. 자신이 정권에 밉보여, 청와대나 최씨 등으로부터 감시받고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나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지난해 미르재단에 합류하기 전까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티에프(TF)에 있었다. 그의 직업은 ‘디벨로퍼’다. 부동산 개발을 기획하고 자금조달에서부터 사후 관리까지 총괄하는 일을 했다. 그 전엔 한 방송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앞서 캐나다에서 잠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에 합류하게 된 배경엔 차은택씨가 있다. 그 전부터 알던 차씨가 “국가를 위해서 일을 해보자”는 제안에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고영태씨 소개로 차씨와 함께 최순실씨를 알게 된다. 시점은 2014년 전후다. 하지만 ‘회장님’으로 불리는 이가 최순실씨라는 걸 안 건 올해 들어서라고 밝혔다.

그는 올 초부터 최씨의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월 초쯤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는다. 버티던 그는 6월말 해임되고, 9월말 사직하게 된다. 해임 직후 한 언론과 잠시 접촉했다가 <한겨레>와 만나게 된다. 적어도 지난달 말까지 그가 녹취 등을 언론에 직접 제공한 적은 없다. 그는 자신이 박근혜 정권의 많은 ‘치부’를 알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한 얘기는 전체의 10분의 1,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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