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기춘, 미르·K스포츠재단 반대할 만한 사람 미리 정리한 듯"

허진무·이혜리 기자 입력 2016. 10. 26. 06:00 수정 2016. 10. 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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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유진룡 전 장관 일문일답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4일 경향신문과 만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4년 10월) 문체부 김희범 1차관에게 명단을 주면서 1급 실·국장들을 자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다음은 유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 실·국장 6명이 문체부를 떠난 것은 청와대 개입이었나.

“청와대에서 그렇게 요구했던 것은 사실이다. 김희범 1차관이 (차관으로) 오자마자 김 실장이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차관이) 갔더니 (김 실장이) 명단을 주면서 다 자르라고 했다는 것이다.”

- 그 명단에 1급 실·국장들이 구체적으로 있었나.

“성분검사한 리스트를 김 실장이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그걸 김 차관에게 주면서 정리를 하라고 한 것이다. 김 차관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면서 왜 악역을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한 이야기를 들었다.”

- 김 차관도 문체부 사람 아닌가.

“(김 차관이) 나중에 그 당시에 그런 악역을 하게 됐다는 것에 대해 (실·국장에게) 미안해하더라 하는 이야기를…(들었다).”

- 김 차관에겐 불편한 개입이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했지만 그 전모는 김 실장이 (해외에 나가 있던) 김 차관을 아마 그거 시키려고 부른 것 같다. 그거 시키고 바로 6개월 후에 (김 차관을) 잘라버렸다. 김 차관이 미 애틀랜타 총영사 할 때 김 실장이 불러서 한참 통화를 하고 불러서 아무튼 성분검사를 한 후에 불러온 다음에 바로 맡겼던 임무가 그거라고 하더라.”

- 김 실장은 왜 명단을 줬을까.

“내가 나가고 나서 아마 김 실장 생각에는 자기들 말을 잘 듣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미리 정리작업을 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이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몇 달 후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추진 전 미리 자기 사람을 만들어놓으려고 했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거기(문체부)에서 자기 말을 안 들을 만한 사람들을 다 정리해서 자기가 무리한 주문을 했을 때 그것을 원칙을 이야기하면서 거부할 만한 사람이 누군지 찾아내려는 작업을 한 게 아닌가 싶다.”

- 당신이 막을 수는 없었나.

“내가 나온 다음의 일이었다. 내가 나온 다음에 교훈을 주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공무원 사회 전체에 말을 안 들으면 장관에서부터 밑에까지 다 자른다는 교훈…. 그렇게 확실하게 함으로써 미르재단이니 K스포츠재단이니 할 때 아무도 이야기를 못한 거다.”

- 김 차관은 6개월 뒤에 사표내지 않았나.

“김 차관은 토사구팽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 차관도 그때 왜 잘렸는지 몰랐다. 청와대인가 장관이 나가라고 해서 장관에게 말했더니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지 어떡하나’라고 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황당한 상황이었다. 김 실장 때문에 손에 피를 묻히는 상황이 되고, 자기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음에도 끝나자마자 바로 잘리니까 본인은 억울했을 거다.”

- 정유라씨의 상주 승마대회 비리를 조사했던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과장이 잘린 것에는 박모 전 승마협회 전무이사(최순실씨 측근)가 개입했나.

“당연히 개입돼 있었다. 조사 자체가 (박 전 이사가)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문제가 됐던 것이다. 진 과장이 박 전 이사와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사람 요구대로만 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박 전 이사가)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진 과장이 공정하게 처리한 것인데 바르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다 잘랐다.”

- 공무원 입장에선 참담한 일 아닌가.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 문체부는 차은택 영향 아래서 움직였기 때문에 문체부 모든 직원들이 그 사실을 안다. 그래놓고는 직원들에게 다 뒤집어씌우려고 하니까 직원들은 더 참담한 것이다.”

-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에는 나간 사람들을 무능하고 문제가 있다면서 밀어냈기 때문에 그 사람들로서는 상당히 상처를 많이 받고 나갔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게 일종의 명예회복 의미도 있다. 잘린 사람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람들이었다. 하나도 보상을 못해주고 잘리게 만든 그런 상황이 미안하다.”

<허진무·이혜리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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