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패닉.. 친박계조차 "믿을 수 없다"

김지은 2016. 10. 26.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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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이건 나라가 아니다”

남경필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

김용태는 朴 대통령 탈당 압박

친박, 참담함ㆍ당혹감 못 감춰

대선후보 조기 등판론 등 거론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설문 유출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연설문 유출 파문까지 더해진 ‘최순실 게이트’로 여권이 혼돈에 빠졌다. 비박계에선 당혹감을 넘어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탈당 요구도 나왔다. 새누리당의 패닉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되레 더 커졌다.

비박계 잠룡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건 나라가 아니다”라며 “사상 초유의 국기 문란이자 국정 농단”이라고 성토했다. 유 의원은 그간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은 삼가 왔다. 유 의원은 그러나 이날 서강대에서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봉건시대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국기 문란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고 질타했다. 비박계는 특검 도입, 국정조사 실시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성역을 가리지 말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병국 의원은 “현재 권력 하에 있는 검찰은 믿을 수 없다는 게 국민 여론”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도 혼돈 그 자체였다. 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날 “사태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며 입을 닫았다. 또 다른 친박 핵심 의원도 “믿을 수 없다. 이것이 사실이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참모진 전면 개편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도 발표하지 않은 이유도 이 사안의 파장을 섣불리 가늠할 수 없어서다. 한 친박계 최고위원은 “명목은 이 대표가 개별적으로 중진 의원 등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발표하자는 것이지만 사실은 어떤 의혹이 얼마나 더 나올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으니 사태를 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여권의 리더십 부재 사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친박계 인사는 “비박계의 특검 요구 등에 친박계가 격하게 반대하고 나서면 출구가 없다”며 “현 상황을 수습하려면 대선후보를 조기에 선출해 구심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 입장이 하나로 모아진 것은 아니었다. 친박계 중진 정우택 의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적 인적쇄신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오후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사과에 나섰지만 내용이 부실하자 여당조차 진정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개혁성향의 김용태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사과가 끝이 아니라 시작을 불렀다”며 청와대 참모진 전면 개편 및 특검 실시를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도 “법치주의를 농락하고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사건”이라며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정 정상화의 의지를 대통령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룡들의 발언도 사과 뒤 더욱 거세졌다. “최순실씨와 관련한 여러 의혹과 불법 여부에 대해 전혀 설명이 안 됐다. 청와대 자체적으로 충분히 조사를 해보고 한 말씀도 아닌 것 같다”(유승민 의원), “정황상 언론에 보도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큰데 여기서 더 새로운 사실들이 나오면 그때 가서는 정말 어떻게 하실 건지 걱정”(남경필 지사)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여권에선 최순실 게이트가 새누리당, 특히 비박계와 박 대통령이 갈라서는 기점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김용태 의원은 이날 “여야가 특검 도입에 합의하면 공정한 수사를 위해 대통령이 당적 정리 등 결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의 탈당을 압박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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