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컨테이너 53만개..한진해운이 남긴 '고아' 운명은?

황시영 기자 2016. 10. 25.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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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버려둔 채 출항·반선..美서부해안서 1만TEU는 현대상선이 수거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컨테이너 버려둔 채 출항·반선…美서부해안서 1만TEU는 현대상선이 수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터미널 주변에 한진해운 빈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사진=JOL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9월 1일) 이후 53만개에 달하는 한진해운 컨테이너박스(이하 컨테이너)가 갈 곳을 잃었다. 24일 현재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80척이 하역을 완료했지만, 17척은 아직 컨테이너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류대란의 '악몽'은 하역이 완료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법정관리 사태 이후 외신들은 한진해운 컨테이너가 '고아가 된 채(Orphaned)' 미국 롱비치항과 로스앤젤레스항 등에 쌓여 있다고 표현했다. 화주들이 물건을 찾아가면, 리싱(빌리는 것)이 대부분인 컨테이너들은 빈 채로 항만에 쌓여 간다.

◇한진해운, 컨테이너 버려둔 채 출항 및 반선=빈 컨테이너가 쌓여간 가장 큰 이유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영업중단이다. 새로 실을 물건이 없게 되자 한진해운은 그냥 컨테이너를 버려둔 채 출항과 반선(선주에 배를 되돌려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24일 기준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72척이 반선 완료됐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한진해운이 실어온 컨테이너를 화주나 물류업체들이 트럭 등에 컨테이너째 싣고 가 최종 목적지에 내린 다음 다시 항만(터미널)으로 넘긴다. 그러면 한진해운은 항만에서 빈 컨테이너를 찾아 다른 물건을 싣고 출항했었다. 컨테이너 리싱의 메카니즘은 해운동맹(얼라이언스) 내에서 작동한다. 리싱업체의 컨테이너를 동맹선사들끼리 나눠쓰는 것이다.

이는 한진해운과 동맹선사들, 리싱업체간 계약서에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러한 계약서들은 무용지물이 됐다.

◇화주, 현대상선이 빈 컨테이너 처리하고 운반=한진해운은 리싱업체에 "리싱을 반납하니 찾아가달라"고 밝혔다. 그러잖아도 법정관리 개시 몇달전부터 한진해운 유동성이 바닥나면서 리싱 연체료가 매월 100억원 가량 쌓여가던 차였다. 법정관리로 채무가 동결되면서 "리스료를 지불하지 못하니 빈 컨테이너를 찾아갈 수 있으면 찾아가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리싱업체들은 다른 지역으로 아직 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빈 컨테이너들을 각국 항만에 그대로 쌓아 놓았다. 한진해운 소유 컨테이너들이 쌓이기도 했다.

화주나 물류업체들이 짐을 가져가면서 항만 당국에 밀린 빈 컨테이너 보관료를 부담하기도 했다. 빈 컨테이너 1개당 하루 보관료는 50달러(약 5만5000원)이며, 컨테이너를 트럭에 싣는 수송장비인 섀시(Chassis) 보관료까지 합하면 80달러(약 9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에 컨테이너 5만개를 빌려줬던 영국 리스업체 씨코(Seaco)는 채권회수를 위해 한진해운 사선에 대해 압류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가, 서울중앙지법 인가로 비용이 지급되자 압류 조치를 철회하기도 했다.

전세계 항만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이 몇개인지 한진해운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이었던 미주노선의 미국 서부해안(롱비치, 오클랜드) 등에 총 1만8000개의 한진해운 컨테이너가 방치돼 있었으며, 이가운데 10%인 1만8000여개는 한진해운 소유로 확인된다.

한진해운 소유 빈 컨테이너박스들을 가득 실은 '한진시애틀호'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T-46터미널'에 정박해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롱비치·로스앤젤레스·오클랜드 항만은 미처리 컨테이너가 쌓여 포화 상태에 달해 다른 해운사 터미널 물류 처리까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하자, 한진해운에 항의했다. 이에 지난달초 처음으로 광양항을 출항했던 현대상선 대체선박이 한진해운 빈 컨테이너 1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가량을 수거했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대체선박을 정기선박으로 바꾸면서 남은 빈 컨테이너를 수거하기 위해 지난 14일 출항했다. 한진해운의 마지막 미국행 선박인 '한진 시애틀호'도 지난 18일 빈 컨테이너 3000여개를 싣고 출항해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중이다.

24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전세계에 있는 한진해운 컨테이너는 총 53만개다. 이가운데 1만5000여개만 한진해운 소유이며, 나머지 51만5000여개는 리스다. 컨테이너를 리스해주는 업체는 우리나라에는 없고, 한진해운은 해외업체 7곳에서 리스해 쓰고 있었다.

황시영 기자 app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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