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배추값, 조용한 고추값..이유 있었네

조현숙.이승호 입력 2016. 10. 25. 01:01 수정 2016. 10. 2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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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무·쪽파 등 신선 채소김치 제조업체들 확보 경쟁고춧가루는 외국산 대체 쉬워김치도 대량 생산하는 산업안정된 가격 시스템 시급
한 김치 공장 컨베이어벨트에서 종업원들이 김치를 대량으로 만들고 있다. [중앙포토]
김치, 이제 담가 먹지 않고 사 먹는 상품이 됐다. 김장철이 왔어도 마찬가지다. 친척들이 모여 왁자지껄하며 김치 담그는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전문업체의 대량 생산이 김치 시장을 숙성시키고 있다. 이 결과 김치를 만드는 재료의 가격도 시장 수급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공산품처럼 안정된 가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시급한 이유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1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4179원을 기록했다. 1년 전(2526원)과 비교해 65.4%, 5년 평균 가격(2651원)에 비해 57.6% 비싸다. 가을 배추가 풀리면서 한 포기 1만원에 육박하는 ‘금배추’ 사태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세계김치연구소
폭염으로 배추 생산량이 줄어든 게 이유지만 다른 원인도 있다. 김치 제조업체의 ‘사재기’다. 날씨 탓에 계약 재배 농가에서 원하는 만큼의 배추를 생산하지 못하자 다른 곳에서 배추 싹쓸이에 나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지역 도매시장에서 김치업체의 배추 구매 비중은 지난해 19%였다가 올해 30%를 넘어섰다. 배추는 수입하기 어렵다. 운송 기간이 2~3일만 길어져도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배추는 신선채소 상태로 수입할 수 없다.

김치 전문가인 박종철 순천대 한약자원개발학과 교수는 “주재료인 배추값이 비쌀수록 가격 등락이 비교적 덜한 공장 김치를 더 많이 사 먹기 때문에 배추 가격이 폭등한 올해엔 가정에서 김장을 할 엄두를 못 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무값도 올랐다. 21일 소매시장에서 개당 평균 3385원에 팔렸는데 지난해와 견줘 149.9% 급등했다. 평년 가격 1646원과 비교해도 두 배다.

정반대로 가격이 급락한 재료도 있다. 김치 주재료 중 하나인 마른 고추 시세만 대란에서 비켜 있다. 21일 ㎏당 소매 판매가는 1만6663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4% 떨어졌다. 폭염과 병해충, 재배 면적 감소로 마른 고추 생산량은 지난해 9만8000t에서 올해 8만6000t(농림축산식품부 예상치)으로 급감했다. 그런데 가격은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연이은 고추가격 하락에 정부가 재고 물량(현재 1만3000t)을 많이 쌓아뒀다는 게 큰 원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마른 고추는 장기간 보관(최대 3년)이 가능하다. 국산·외국산 가격 차이는 큰데 분간은 어렵다. 신선 채소 형태로 유통되는 배추·무·쪽파와 달리 사재기할 필요가 없고 외국산으로 대체하기도 쉽다는 얘기다.

김철순 농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국산 고춧가루 수요는 대부분 가정용이고 수입 고춧가루는 식당 등 요식업계와 가공업체에서 주로 쓴다”고 말했다.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가구가 줄면 줄수록 국산 마른 고추와 고춧가루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세계김치연구소
‘사 먹는 김치’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박종철 교수는 “1~2인 가구, 맞벌이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사 먹는 김치 소비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김치는 시장에서 대량 유통되는 제품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치 수급 정책의 중심을 서둘러 가정에서 산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공산품처럼 안정된 가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연구개발본부장은 “업체들은 김치 품질보다는 공급량을 맞추려고 배추 산지를 쫓아다니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을 쓰고 있다”며 “산지와 연계해 절임 공정을 따로 하고, 김치 제조업체들이 공산품처럼 안정된 가격으로 이를 받아 양념·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임 배추 등 김치 재료의 저장성·보존성을 높일 수 있는 제조 기술 개발·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세계김치연구소
그래야 밀려드는 값싼 수입 김치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최지현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20개 김치 제조설비 업체 가운데 전문업체는 한 곳에 불과할 만큼 김치 산업의 경쟁력이 뒤처져 있다”며 “김치 품질의 균일화, 유통기한 연장 등 제조 과정의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이승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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