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로또 1등만 되면.." 불안한 한국 '씁쓸한 자화상'

김선영 입력 2016. 10. 24. 19:12 수정 2016. 11. 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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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로또(온라인복권) 판매점. 주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다 들렀다는 정모(21)씨는 "요즘 유명한 집 딸이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하라면서 ‘돈도 실력’이라고 했다던데"라며 "(그의 말에) 기분은 나쁘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알바비 일부로 매주 로또를 산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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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래..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 불황속 호황 누리는 로또 판매점

“로또 명당 33번째 1등 당첨!!”

지난 2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로또(온라인복권) 판매점. 로또가 처음 발매된 2002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1등 당첨자만 33명이 나와 소위 ‘로또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로또 추첨일인 이날 오전부터 판매점 앞은 대박을 꿈꾸는 ‘로또 손님’들로 북적였다. 눈짐작으로 본 대기 인원만 50∼60명에 달했다. 직접 맨 뒤에 줄을 서서 로또를 사 손에 쥐기까지 12분이 걸렸다.

지난 22일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로또 판매점 앞에 로또를 사러 온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판매점 사장 김현길(61)씨는 “손님이 많을 때는 주변 지하철역까지 200∼300 줄을 서서 2∼3시간씩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통 주 6일 동안 5만명 정도가 가게를 찾는데 그중 금·토 손님이 40∼45% 정도”라며 “판매액이 한 주 4억원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작은 편의점으로 시작한 이 판매점은 이제 간단한 음료 정도만 팔 뿐 직원 6명이 3명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이 집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주변 풍경도 바뀌었다. 손님들이 타고 온 차량이 판매점 앞 도로에 늘어서면서 교통이 정체되기도 하고 대기자들에게 귤이나 감 등 간단한 먹거리 등을 파는 노점상도 들어섰다. 노점상 A(56)씨는 “토요일에는 노점 경쟁도 치열해진다”며 “오늘은 새벽 5시에 나와 자리를 잡고 매대를 폈다”고 했다. 근처 중국집은 간판에 ‘짜장면 드시고 로또 1등 당첨되세요’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로또 판매점을 찾은 사람들은 20대 청년부터 60∼70대 노인들까지 다양했다. 이들의 로또 구매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세대별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사이클 복장으로 판매점을 찾은 김모(34)씨는 “의정부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운동도 할 겸 로또를 사러 왔다”며 “로또가 되면 일단 결혼자금으로 쓰고 아파트도 하나 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왔다는 최모(50·여)씨는 “자식들 다 놀러나가고 심심해서 남편이랑 함께 왔다”며 “오는 데만 1시간 반이나 걸렸지만 당첨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 우리 부부 노후자금도 만들고 아이들 기 안 죽게 제대로 밀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다 들렀다는 정모(21)씨는 “요즘 유명한 집 딸이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하라면서 ‘돈도 실력’이라고 했다던데”라며 “(그의 말에) 기분은 나쁘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알바비 일부로 매주 로또를 산다”고 소개했다.

불안한 미래 탓에 로또를 기웃거리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24일 나눔로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로또 총 판매금액은 2011년 2조8120억원에서 2015년 3조2458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조7434억원어치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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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337개에서 2014년 5999개로 줄었던 로또 판매점도 지난해 6343개로 다시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 현재 6841개로 불어났다.

덕성여대 최승원 교수(심리학)는 “로또가 ‘현실의 어려움을 한번에 뒤집어 줄 수 있다’는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이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어려운 사회구조 속에서 당첨 확률이 희박해도 로또에 희망을 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당첨 이후 원하는 바를 들어보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담겨 있다”며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서민들이 복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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