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7 불법보조금 못 받으면 호갱?..'문제는 단통법이야!'

2016. 10. 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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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이폰7 출시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케이티(KT)스퀘어 앞에서 아이폰7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밤새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아이폰7, ‘현완(현금완납)’으로 하시면 40만원 수준에 살 수 있어요.”

지난 22일 아이폰7 출시 후 첫 주말을 맞은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아이폰7을 사러 온 이들로 북적였다. 여기저기서 아이폰7 판매 정책을 소개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간간히 ‘보조금을 얹어 준다’는 안내가 들려와 귀를 쫑긋하게 했다. 고객들은 출고가부터 공시지원금, 할부원금에 보조금까지 꼼꼼히 질문하며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살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었다. 이미 정보를 알고 찾아온 이들이라는 것을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휴대폰 보조금 지급으로 유명한 판매점들이 모여 있는지 알 수 있는 풍경이기도 했다.

# “ㅍㅇㅂ 30만원 받았어요” “ㅎㅇ으로 싸게 구매한 것 같네요.”

휴대폰 정보 공유가 활발한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 등에 아이폰7을 현금 30만원을 받고 샀다는 인증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판매점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사이트에 접속해봤지만, 해당 글은 이미 삭제됐는지 찾을 수 없었다. 불법 보조금 관련 정보는 ㅍㅇㅂ(페이백), ㅎㅇ(현아, 현금완납) 등의 은어로 공유되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판매점 등에서는 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판매점 보조금 지급을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매장 직원들은 사진을 찍는 것을 막았다. “보조금을 이렇게 많이 주면 판매점은 얼마를 남기는가?” 물어보니 “그런 것을 왜 묻냐”고 쏘아붙였다.

애플의 야심작 아이폰7 시리즈가 지난 21일 국내 출시 후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불법보조금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판매점들의 안내를 받아보니, 단말기 출고가가 86만9000원인 아이폰7(32GB 모델 기준)은 40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출고가 90여만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갤럭시S7(64GB 모델 기준)은 2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고도 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출고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갤노트7을 갤럭시S7으로 교체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위로 보조금’이 10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갤럭시S7은 싸도 너무 싼 수준이다. 갤노트7을 환불한 뒤 보조금을 받고 갤럭시S7을 구매한 고객이 아니라면, 바로 교환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호갱님’이 된 셈이다.

아이폰7 대란은 이동통신사들이 리베이트(판매 장려금) 기준을 변칙적으로 높이면서 시작됐다. 갤노트7 교환 등으로 인한 ‘잠재 고객’이 많아지면서 이통사들은 아이폰7 고객 확보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다른 이통사 고객들을 ‘번호이동’으로 빼앗기 위해 이통사들은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는 판매점에 리베이트를 더 제공하기도 하는데, 지난 주말 아이폰7 대란에서도 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면 40만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판매점들은 이런 리베이트를 많이 받는 곳으로 알려진 곳들이다.

경쟁 과열은 불법 보조금으로도 이어졌다. 판매점이 제시하는 통신요금을 소비자가 일정 기간 부담하면 공식적인 할인과 별도로 현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페이백’이나, 책정된 단말기 출고가보다 낮은 금액을 현장에서 현금으로 지불하고 단말기 할부금을 없애는 ‘현금완납’ 등이다. 판매자가 이득을 덜 챙기는 대신 리베이트의 일부를 소비자와 나누고, 더 많은 소비자를 유치하는 ‘박리다매’ 방식인 셈이다.

네이버에 게재된 아이폰7 불법 보조금 관련 기사의 댓글창. 불법 보조금보다 단통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인터넷 갈무리

불법 보조금 논란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4년 10월1일 시행된 단통법은 지원금·할인 등에서 이용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페이백이나 현금완납 등의 별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불법이지만, 이런 ‘치고 빠지기 식’불법 보조금은 신형 휴대폰이 출시되면 늘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단통법 무용론’이 거센 이유다. 아이폰7 대란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을 보면, 불법 보조금 자체보다도 단통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판매자는 싸게 팔고 소비자는 싸게 사는데 무엇이 문제냐” “단통법이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들고 있다” “이통사들만 배불리고 있다” 등의 반응이다.

단통법이 정보를 가진 소비자들과 그렇지 못한 소비자들간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소비자는 “지원은 커녕 출고가 전부를 주고 샀다. 아이폰7 대란 기사를 접할 때면 나만 손해를 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동인천에서 소규모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했던 최아무개(35)씨는 “결국 단통법을 지키는 사람들만 ‘호갱’이 되는 상황으로, 판매점 등에서는 정보에 어두운 소비자들에게 100% 혜택을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제기능 못하는 단통법에 의해 피해는 고스란히 일부 소비자들이 받을 수밖에 없고, 나아가 소비자들끼리의 갈등으도 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1차 아이폰7 대란 소식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아이폰7 보조금을 주는 판매점이 어디인지 문의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불법 보조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통사 리베이트가 클수록 판매점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불법 보조금이 이슈가 될수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판매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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