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 성추행' 최초 고발 20살 여성 "외롭고 무서웠다"

박정환 기자 2016. 10. 24. 12: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최초 문제 제기한 여대생 A씨 심경토로
'함영준 성추행 논란' 최초 문제 제기 여성 A씨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성추행 피해를 인터넷을 통해 처음 공개한 뒤에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습니다. SNS를 통해 고발 글이 2000회 이상 공유되자, 미술계 인사들이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제 주장보다 함 씨의 주장을 더 신뢰했습니다. 저는 너무 억울하고 무서웠습니다."

밝고 씩씩했던 A씨는 이내 울먹거렸다. 23일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에서 만난 A씨는 함 큐레이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지난 21일 인터넷에 처음으로 올렸다. 함 씨가 지난해 말 A씨에게 작업과 관련해 만남을 제안했고 차에서 "손을 잡고 다리, 어깨 등을 만졌다"는 내용이다.

네티즌들은 A씨의 글을 공유하며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으며, 유사 피해 사례에 관한 익명의 증언들이 이어졌다. 이에 함 씨는 지난 23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반성하는 차원에서 모든 직위와 프로젝트에서 물러나겠다고 했고 특히 '무엇보다도 명백한 피해자인 A씨께 가장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해자 A씨는 서울 소재 미술대학을 다니고 있는 21살 여대생이다. 그는 "무섭고 외로웠다"고 한 이유가 "다른 피해자들처럼 앞으로 미대를 졸업해도 이 사건 때문에 미술을 접어야된다는 예감 때문"이라고 했다.

A씨는 함 씨의 주변 미술계 인사들이 보인 행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사과문이 발표되자 함 씨를 지지했던 미술계 인사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입장을 바꿔 사과하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최소 100여 명이 넘는 상황이 올 때까지 함 씨와 오랫동안 작업했던 미술계 인사들이 정말 몰랐는지 의심스럽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함 씨 뿐만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가해자가 미술계에 너무 많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날 일민미술관 로비에선 피해자 A씨를 지지하는 네티즌 20여 명이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민미술관 측이 출입을 막아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A씨를 비롯한 이들은 '함 씨 성추행 논란'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젊은 여성에게 성적 피해를 입힌 사건"이며 "수치심에 조용히 넘어가면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고, 문제를 제기한 여성을 마녀사냥하듯 이상한 여자로 몰아가 더이상 활동할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명예훼손을 다룬 '형법 제307조'가 피해자를 이중으로 괴롭히는 대표적 악법이라며 개정을 촉구했다. 또 "실명 등을 거론하며 사실대로 문제를 제기하면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고발한다"며 "처음엔 사과하는 태도를 취하던 가해자조차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법 뒤에서 숨어 피해자 행세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해 운동권 내 성폭행 사건인 '박가분·한윤형 사건' 때에도 가해자가 먼저 피해자에게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먼저 고발했다. 적어도 2~3년 걸리는 재판 과정 속에서 피해자가 이중으로 고통받는다. 심지어 여성단체에서조차도 성폭력 문제를 제기할 때 실명을 공개하지 말라고 강조한다"라고도 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는 기자가 통화를 시도하자 "입장을 정리해서 다시 발표하겠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와 네티즌들은 함 씨가 24일 발표하는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대응을 정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함 씨마저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을 고발할 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art@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