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에 숨겨진 잔혹함..지구촌 뒤덮은 '광대공포증'

2016. 10. 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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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등서 범죄·괴담 확산
할로윈데이 앞두고 두려움 증폭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웃는 얼굴의 광대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유럽, 호주와 뉴질랜드 등지에서 광대 분장을 한 이들이 행인들을 놀라게 하거나 흉기를 들고 실제로 공격까지 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광대 공포’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범죄의 한가운데에 광대가 서게 된 현상에는 확대 재생산된 광대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가 반영돼 있다. ‘광대 공포증’이라는 용어가 따로 존재할 정도다.

최근 스웨덴에서 광대 분장의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청소년이 다친 데 이어 뉴질랜드에서는 어릿광대 차림으로 행인들을 위협하던 사람들이 체포됐다. 할로윈 특수를 기대하던 상점들은 광대와 관련된 복장과 가면을 치우기 바빠졌다. 미국에서는 8월 말부터 킬러 광대가 아이들을 숲으로 납치해 간다는 괴담이 떠돌기 시작한 가운데 광대 분장을 한 이들이 시민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이어졌고, 영국에서는 전기 톱을 든 광대가, 호주에서는 도끼를 든 광대가 나타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할로윈을 앞둔 들뜬 분위기가 광대 분장을 악용한 범죄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 확산이 빠르게 이뤄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광대 차림을 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이 퍼지면서 모방 심리에서 이 같은 일을 자행하기도 한다는 분석이다.

광대들의 위협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사례로 2014년 10월 프랑스 남부에서는 섬뜩한 광대 복장을 하고 칼과 권총으로 행인들을 위협한 10대들이 체포됐다. 같은 시기 아르헨티나에서는 전기 톱을 든 광대를 봤다는 신고가 줄을 이었다. 탐파 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2009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한 여성은 광대 복장을 한 괴한의 총에 사망했다. 이러한 사건들도 광대의 범죄 중 일부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웃는 얼굴의 광대라 한들 고운 시선으로 봐주기 어렵다. 하필 광대의 분장을 택해 장난과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광대에 대한 공포감과 관련이 있다. 영화에서 광대가 악인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광대가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과 관련해 몇 가지 원인들이 거론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광대 문화 전문가인 앤드류 스토트 뉴욕주립대 교수는 중세 시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던 광대의 모습이 16세기 리어왕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스며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광대들은 항상 위험과 두려움과 연관돼 있다”면서 이들이 인간들에게 일깨우는 ‘불편한 진실’이 광대들을 불편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광대 분장을 하고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봉사활동을 했던 미국인 존 웨인 게이시가 33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지면서 1978년 체포된 일도 광대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진 계기로 꼽힌다.

하얗게 칠한 피부에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 등을 덮어 화려한 분장을 해 화장 뒤에 숨은 인물이 누구인지 잘 알기 어렵다는 점도 광대를 무서워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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