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넌 황소개구리..'유부도'가 위험하다
[경향신문] ㆍ람사르습지·‘철새 낙원’인 섬…“금강서 떠내려왔을 가능성”
ㆍ흰발농게·표범장지뱀 등 멸종위기 토착생물들 ‘비상’
지난달 12일 ‘철새들의 낙원’ 유부도 생태조사에 나선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 섬 초입의 물웅덩이에 나타난 ‘큰 덩어리’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펄쩍, 펄쩍’ 하고 뛰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에서 발견한 것은 바로 묵직한 황소개구리였다. 생태원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기수생태계 내 국제적 멸종위기 이동성물새(철새) 서식지 관리 연구’를 위해 방문한 청정지역 유부도에서 뜻하지 않은 생태계 교란종을 만난 것이다.
기수는 강어귀에서 바닷물과 민물이 섞인 물을 말한다. 유부도는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을 가르며 흐르는 금강 하구 밖의 기수역에 자리 잡고 있다. 작은 섬이지만 서해를 거쳐 북상하는 철새들의 이동경로상에서 중요한 중간기착지 구실을 하는 곳이어서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습지로도 등재돼 있다.
서천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도 추진 중인데 생태계 교란종이 서식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등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황소개구리처럼 달리 천적이 없는 외래종은 토착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생물다양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개구리보다 10배 이상 큰 황소개구리는 북미 원산의 외래종으로 1970년대 양식용으로 도입됐으며 현재는 국내 대부분 지역에서 확인되는 양서류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4년 연구에서는 곤충이나 다른 개구리뿐 아니라 새나 쥐까지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연구진은 특히 유부도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멸종위기 표범장지뱀이나 아직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곤충들이 황소개구리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부도에는 철새들뿐 아니라 흰발농게를 비롯한 멸종위기종과 역시 조사가 덜 된 다수의 식물들도 존재하지만 철새 연구에만 관심이 집중된 탓에 다른 생물종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태다. 생태원이 유부도 조사에 나선 것도 철새 자체뿐 아니라 서식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유부도 조사에 나선 연구진이 섬 초입 물웅덩이에서 포획한 황소개구리만 3마리다. 올챙이는 한 번 투망을 쳐서 잡히는 것만 200여마리에 달할 정도였다. 연구진은 아직 황소개구리가 크게 번지지 않은 상태에서 빠르게 실태를 파악하고, 포획작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생태원 김백준 박사는 “주민들은 이번에 조사한 웅덩이 외에 다른 곳에서도 황소개구리가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민물에만 사는 황소개구리가 바다를 건너 유부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인위적인 요인보다는 홍수 등 자연현상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생태원 김수환 연구원은 “사람들이 가져왔을 가능성은 낮으며 홍수 때 금강에서 떠내려온 것 중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소개구리는 담수와 바닷물이 섞인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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