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대낮 80분간 갇혔다.. 공포의 지하철

손장훈 기자 2016. 10.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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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왕십리역서 또 멈춰서.. 승객들에 '기다리라' 안내방송만 3호선 전동차선 연기 나 대피.. 코레일 파업 한달새 4차례 사고 軍 소속 대체 기관사가 몰아.. 승객 "노인·학생들 소변도 못봐" 보상금으로 고작 1인당 5000원

철도노조가 역대 최장기 파업(23일 현재 27일째)을 이어가는 가운데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전철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이유로 파업에 들어간 이후 한 달 사이 네 번이나 열차가 사고로 멈춰서거나 운행이 지연됐다.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대형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3시 34분 서울숲역에서 출발한 수도권 전철 분당선 열차가 도착지인 왕십리역을 500m 앞둔 지상 구간에서 멈춰 섰다. 이 열차에 탄 승객 150여명은 코레일의 사고 수습이 늦어지면서 실내등이 꺼진 어두컴컴한 열차 내에 81분간 갇혀 있다가 코레일 직원과 소방대원의 구조로 전철 선로를 걸어서 탈출했다. 당시 이 열차는 터널 안과 밖에 걸쳐 멈추는 바람에 터널 안쪽 칸은 비상등만 켜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 외에는 다른 상황 설명을 전혀 듣지 못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사고 수습이 지체되자 일부 승객은 '노인분, 학생들이 소변을 지리기도 했다'는 등 SNS로 사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사태 수습 이후 코레일 측이 보상금으로 5000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도 "고객을 우롱하는 거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규정상 1시간 이상 열차가 지연되면 5000원 대체 교통비를 지급한다"면서 "다른 열차를 투입해 사고 열차를 견인하려 했는데 연결에 문제가 생겨 예상보다 수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5시 30분쯤엔 지하철 3호선 대곡역(경기도 고양시)에서 오금역 방향으로 출발하려던 전동차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객 200여명이 승강장으로 내려 대피했다가 10분 뒤 다음 전동차를 이용하는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 측은 제동 장치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바퀴 쪽에서 연기가 난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분당선 선릉역 승강장, 지난 17일 코레일이 서울메트로와 공동 운행하는 1호선 종로 3가역 승강장에서 열차가 멈춰 서는 일이 있었다. 최근 네 번의 사고 가운데 세 번(23일·22일·17일)은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코레일이 투입한 군(軍) 소속 대체 기관사가 열차를 운행하다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철도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대체 인력의 피로도가 커져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이 운행하는 수도권 전철은 평소 정규직 기관사 1212명이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는 노조 파업으로 필수공익요원인 정식 기관사 760여명, 대체 인력 380여명이 일하고 있다. 대체 인력은 군 소속 기관사 150여명과 퇴직 기관사 30여명, 열차 운행 경력을 가진 관리직 200여명으로 꾸려져 숙련도가 떨어진다.

이번 파업으로 차량 기지에서 근무하는 열차 점검 및 정비 인력이 부족해진 것도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차량 정비원의 파업 참가율은 76%로 기관사(96.2 %), 열차 승무원(91.7%)에 이어 셋째로 높다. 최진석 교통연구원 철도교통본부장은 "열차는 한 달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정기 점검을 받는데 정비 인력이 부족하면 아무래도 꼼꼼히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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