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후폭풍.. 갈등 파고 높아진 남중국해
미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한 것은 7월 12일 국제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관할권을 부인하는 판결을 내린 후 처음이다. 이번 작전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확장 야욕 저지보다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지나친 친중 행보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20일 베이징(北京)에서 시 주석 등을 만나 남중국해 문제를 양자 협상으로 풀고 ‘관련 주권 국가 간의 협의’로 해결한다며 미국을 배제하는 데 합의한 다음 날 작전이 전격 이뤄졌다. 미국이 급박하게 움직이자 21일 필리핀 자신의 고향인 다바오 시로 돌아온 두테르테 대통령은 “‘결별’한다는 말은 외교관계를 단절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과의 협력 수준에 대해 ‘군사동맹’이나 ‘경제 블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내부 반발은 커지고 있다. 자유당(LP)의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새로운 외교 노선과 혼란스러운 발언들이 필리핀의 국가 이익을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25일 예정된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환심 사기에 나섰다고 23일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정서는 어려서부터 식민지 시절(1898∼1946년) 얘기를 듣고 자라는 등 평생에 걸쳐 축적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그가 1945년 3월 태어나 자란 민다나오 섬은 무슬림 지역으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이 필리핀을 300년 이상 식민지로 삼았을 때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곳이다. 미국이 이어받은 뒤에도 이곳의 저항이 심했다. 민다나오 다바오 시에 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여동생은 “오빠는 무슬림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며 미국이 침략과 식민지배 시절 많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게 됐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닐라 산베다대 법학과 재학 시절 유명한 공산당 지도자인 호세 마리아 시손 교수에게서 정치학을 배웠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인 시손 전 교수는 1969년 필리핀 공산당을 창당했으며 지금은 네덜란드로 망명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두테르테에게 미국은 제국주의이며 부패한 정치 경제 가문들의 결합이 필리핀을 지배하고 있다고 가르쳤다. 그는 이를 뒤집겠다고 맹세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공산당은 미 국무부에 테러단체로 등록돼 있는데 두테르테 대통령이 여기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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