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려도..서민 울고 은행만 웃었다

선명수 기자 입력 2016. 10. 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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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가산금리 ‘나홀로 역주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금융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금리 인하 효과는 낮다.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가 내린 만큼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예·적금 등 수신금리는 줄줄이 하락했고 수시입출식 예금은 금리가 0%대에 근접했지만 대출금리만 나홀로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은행연합회 공시자료를 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6월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2.66~2.82%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연 1.25%가 됐다. 하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오히려 역주행하면서 석 달 뒤인 9월엔 연 2.77~3.17%로 상승했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 시 임의로 붙이는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가산금리 산정은 은행들의 재량으로 결정되는데, 은행들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3개월간 이들 은행의 기준금리 및 가산금리 추이를 보면, 지난 6월 연 1.53~1.57%였던 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9월 연 1.46~1.52%로 소폭 하락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산정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도 지난 6월 연 1.44%에서 9월 1.35%로 소폭 내렸다. 그러나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가산금리는 연 1.13~1.26%에서 연 1.25~1.70%로 크게 올랐다. 특히 우리은행의 가산금리는 같은 기간 1.24%에서 1.70%로 0.46%포인트 급등했다.

4대 은행이 석 달간 올린 가산금리는 평균 0.24%포인트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0.25%포인트)과 차이가 0.01%포인트에 불과하다. 기준금리 인하분만큼 가산금리를 올려 소비자들이 금리 인하 혜택을 체감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은행들은 지난 3분기(7~9월)에만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지난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9% 오른 2조7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신한금융은 2011년 이후 5년 만에 3분기 누적 순익이 2조원을 넘어섰고, KB금융과 우리은행 역시 올해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익을 벌어들였다. 하나금융도 4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 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이 급증해 은행들은 3분기에만 이자 이익으로 4조6857억원을 쓸어담았다.

여기에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최근 정부가 대출 억제에 나서면서 집단대출 등의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 서민 부담만 더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3.1%)·씨티은행(3.0%) 등 일부 시중은행의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달 이미 연 3%를 넘어섰다.

한편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암코가 2011~2015년 인수한 부실 주택담보대출 4891건 중 주택을 경매에 부쳐 매각한 이후에 무담보로 전환된 채권은 전체의 46%(2242건)으로 나타났다. 연체자 절반가량이 집이 은행에 넘어간 뒤에도 여전히 빚이 남아 추심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대출금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적용돼 집값보다 적지만, 은행들이 연체액에 연 7~8%의 가산금리를 붙이면서 빚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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