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자율조정.. 금융위 입김에 휘둘린 조선·해운업

김태구 기자 2016. 10. 2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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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관련 기관들은 들러리 지원 결정 기준도 애매모호 밀실-관치금융 민낯 드러내
금융위원회가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주조정을 산업계를 배제한 채 금융 중심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산업계의 피해가 수조원대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산업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금융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구성된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관련 기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과 같은 산업관련 기관도 참여하고 있지만 보조 역할에 불과하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 서별관회의도 청와대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권 수장들로 꾸려지고 있다. 어디에도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의 지원과 법정관리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모호한 기준을 적용해 또다시 산업계를 배제했다. 이는 정책결정과정에서 밀실정책, 관치금융이라는 후진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는 이유기도 하다.

금융위·산업은행, 모호한 구조조정 기준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금융위를 중심으로 한 정부 협의체에서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면, 채권은행들이 자율협약 등을 통한 개별기업의 자구계획을 바탕으로 채무조정 등 경영정상화를 돕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부실기업 가운데 채무조정이나 금융지원을 받을지 법정관리로 들어갈지는 채권은행, 특히 주채권은행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형태로만 보면 민간 주도로 산업계와 협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금융위 중심의 구조조정일 뿐이다. 금융위의 결정에 따라서 회생할 수도 파산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주채권은행이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서변관회의에서 결정된 자금 4조2000억을 대우조선에 지원키로 결정할 때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약 57조원에 달해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에는 금융기관 여신, 선박금융 등 금융시장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47조7000억원(산업은행 4조, 수출입은행 8조)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고용시장, 협력업체 등 산업손실은 10조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진해운, 자구 노력 없었나

반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익스포저는 산업은행, 수출은행의 여신 기준으로 각각 1조2000억원, 75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금융위와 채권단은 대우조선보다 혹독한 자구안을 요구했다.

이에 현대상선은 벌크전용선매각(1200억원), 부산신항만 지분매각(800억원), 현정은 회장일가 사재출연(300억원), 현대증권 매각(1조2500억원) 등 약 1조4500억의 재무구조 개선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출했다. 한진해운도 전용선 사업 유동화(4203억원), 터미널유동화(2800억원), 노후선박 매각(1365억원), 사옥·유가증권매각(1194억원) 등 약 1조원의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공했다. 현대증권 매각분을 제외할 경우 한진해운의 자구안의 규모가 더 컸고 사재출연도 조양호 회장이 400억원으로 현 회장보다 100억원 더 많이 했다.

자구안에 대한 채권단의 평가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엇갈렸다.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자율협약이 개시됐고,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지원 거부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파산을 염두해 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수출입 화물의 적체 등 물류대란으로 이어졌다. 선주협회 등에 따른 관련산업 피해액은 해운업 9조원, 부산항만 4조원, 무역업 7조원 등 총 2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약 1조원의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 수조원대 피해를 산업계에 전가한 겪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나 금융위는 빌려준 돈을 미끼로 대기업이 하는 갑질을 흉내내고 있다”며 “오랜 기간 정부가 간섭하면서 산업계 자율성이 저해됐고 이는 효율성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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