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 만난 사람] 중도보수 대통합론 꺼내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신헌철,전범주,추동훈 입력 2016. 10. 23. 18:18 수정 2016. 10. 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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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제는 나라발전 걸림돌 될뿐..가까운 시일내 개헌해야"
정국이 온통 먹구름에 덮여 있다.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호남 출신으로 당권을 거머쥔 이정현 대표는 가파른 여야 대치의 한복판에서 단식투쟁까지 했다. 미르 의혹과 송민순 회고록 사건이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이 대표가 계획했던 대대적인 정치 개혁은 시야에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단식 이후 첫 단독 인터뷰를 매일경제신문과 하면서 새누리당의 재집권과 박근혜정부의 지지율 회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합류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국민이 공감할 경선 방식을 차근차근 준비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개헌을 매개로 한 '중도·보수 대연합' 가능성을 제시했다. '트레이드마크'인 회색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 나온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고구마라테로 아침을 대신했다. 휴일도 없이 민생 현장을 휘젓고 다닌 터라 피곤한 기색도 보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특유의 에너지와 열정으로 1시간 동안 '격정 토로'를 했다.

―여당이 재집권해야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가장 잘 수호하면서 통일을 실현시킬 정당이기 때문이다. 개혁적인 인물을 영입하고 혁신적인 세력과 힘을 합친다면 위대한 과업들이 순탄하게 실현될 것이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국민적 지지를 받는 후보 선출, 새누리당의 변화가 중요하다. 새누리당은 새로 창당한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뜯어고쳐야 한다.

―'슈퍼스타K' 경선을 위한 준비는 잘되고 있나.

▷슈퍼스타K 방식은 대선후보들에게 치열한 정책 경쟁을 붙여 흥행도 하고 정책 우위도 점하는 새로운 시도다. 새누리당만 할 수 있는 정치 혁신이다. 이미 한 달 반 넘게 전문가팀이 꾸려져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다. 후보 선출 방식에 대한 2차 회독을 끝냈고, 굉장히 두꺼운 중간 보고서까지 나온 상태다.

―반기문 총장이 참여하지 않으면 흥행이 어렵지 않나.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본인 입으로 밝힌 바가 없는데 이분이 나올지 안 나올지, 새누리당일지 더불어민주당일지 제3당일지 자신 있게 누가 말할 수 있느냐. 그분이 안 나오면 '닭 쫓던 개'가 되나. 새누리당 당헌·당규를 특정인에게 맞출 수 없다. 누구를 막론하고 공당의 후보가 되려면 선출 절차를 따르는 게 기본이다. 어떤 후보를 위해서도 위인설법(爲人設法)을 하지 않는다. 당이 만들고 후보가 거기에 맞춰야지, 당이 맞출 수는 없다.

―'국민의당 연대설'도 나오는데.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정치는 생물이고 어떤 상상도 가능한 분야다.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모두 나라를 생각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훌륭한 정치인들이다. 급진은 아니고 개혁을 중시하는 분들로 느껴진다. 새누리당에서는 저런 분들 정도의 인사라면 기꺼이 영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현재 야당, 특히 호남 정치인들 중에는 중도와 보수가 많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는 궤를 달리하는 분들이라고 듣고 있다. 일부 극진보 진영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중도보수로서 충분히 한 팀으로 한배를 타고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분들이다.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민생 정치를 펴면 그간 손대지 못했던 큰 문제들을 통 크게 풀어낼 수 있다.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헌은 언젠가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지금의 5년 단임제는 시간을 끌수록 나라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하지만 국민 공감대가 절대 우선이다. 정치인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만들면 국민이 인정하지 않고 또 개헌해야 한다. 결국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고 국민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한 후에 정치권이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면 성사될 수 있다.

―대선 전에도 가능할까.

▷내년 대선 전에라도 개헌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여러 잠룡과 정치인들이 개헌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개헌을 하면 영남과 호남의 정치 장벽이 일거에 무너지는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

―호남에서 20% 이상 대선 득표를 자신했는데.

▷호남은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호남이 문 전 대표에게 또다시 몰표를 줄 이유도, 명분도 없다. 이미 총선 때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버림받았다. 사필귀정이다. 호남은 이제 정치 변방에서 정치 중심 세력으로의 변화를 시작했다. 정계개편이 된다면 호남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호남의 고민은 새누리당이 함께 풀겠다.

―비박계의 제3지대로의 이탈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한다. 있어도 미미할 것이다. 제3지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권력 투쟁에 실패한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지향점이 불명확하고, 세력도 지도자도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이탈하는 사람보다 문 전 대표 세력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의 과격하고 급진적이고 독선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정치에 피곤증을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안타깝다. 다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건·사고'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올 문제이지 근본적인 문제로는 보지 않는다. 대통령도 당도 누구를 비호하거나 편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인기영합 정책이나 비정상적인 권력 남용 등은 굉장히 자제했다고 생각한다. 과거 정권은 가시적으로 성과를 남기기 위해 무리한 일을 했고, 마무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성과 중심주의에 매몰되기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김영란법의 시행, 정부3.0의 정착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경제 살리기를 위해 애를 써왔지만 이에 협조하지 않는 독한 야당으로 인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진 것으로 본다. 결국 대통령이 해온 것에 대해 제대로 평가해주고 알아준다면 언제든지 평균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쟁 계속 일삼으면 국민 대폭발…법인세 놓고 秋대표와 토론 용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여전히 촌스럽고 투박하다. 그래서인지 그가 주야장천 '민생'을 부르짖는 게 가식으로 들리지 않는다. 인터뷰하는 동안 그가 가장 많이, 가장 힘줘 말한 단어는 단연 민생이었다. 그 대척점엔 정쟁이 있었다.

여당 지지율이 민주당과 처음으로 동률을 이루며 곤두박질한 상황에서 그는 인터뷰 직후 또 '욕을 먹으러' 민생의 장으로 나갔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대표 취임 후 민생현장 방문 일정만 45회를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 당 대표에 취임한 지 70여 일이 지났는데 소회는.

▶ 소회는 새누리당이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때 그때 말하겠다. 민생 현장을 찾아가서 서민의 소리를 경청하면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정치권이 민생과 국가 안위에 대한 문제를 다 제쳐두고, 몇 가지 정쟁에 매달려서 돌아가는 것을 보면 정치의 근본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정치권의 모든 정쟁이 결국 대선 때문인데, 상대방을 흠집 낼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것들로 설이나 의혹을 부풀리다 보면 정작 정치 햇빛과 단비가 필요한 많은 국민에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얼핏 생각하면 이런 정쟁들로 정치권이 떠내려가고 표류할 것 같지만 이러다가 결국 국민에 의해 정치가 대폭발, 빅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 지금까지 성과를 평가한다면.

▶ 처음 당 대표를 맡았을 때 '깨진 유리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부분을 공평무사하게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많은 갈등이 가라앉았다.

내가 말하는 건 '섬김의 정치'다. 과거 정치는 구태 정치로 엘리트주의, 권의주의로 뒤덮여 있었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을 얼마나 섬기느냐에 달렸고, 저는 당 대표로서 이를 위해 온몸을 던졌다.

- 야당 대표와 회담할 의사는 있나.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단독 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 다만 여야 강대강 대립 속에 정쟁을 더 키우는 토론이 아니라 법인세 인상이나 노동법 문제 같은 민생 정책 토론을 해야 한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라면 TV 토론이든 지도부 회동이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 단식투쟁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 나는 정치를 쇼와 계산으로 하지 않는다. 정권의 권력 남용은 야당의 투쟁 대상이다. 또한 거대 야당의 날치기 횡포와 국회의장의 중립 훼손이 속수무책일 때 여당은 당연히 이를 시정하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대북관을 어떻게 보나.

▶ 위험천만한 대북관을 갖고 있다. 그들의 집권 기간 중에는 사실상 방패를 완전히 내려놔 버렸다. 비정상이다. 아찔하다. 어떻게 북한 인권 개선촉구 결의 찬반 의사를 북한에 물을 생각을 했을까 상상이 안 된다.

- 일각에선 여당의 공세에 대해 최순실 의혹 전환용 카드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 최순실 사건은 개인의 사건·사고에 대한 문제로 정치권이 달려들기보다 검찰과 사법부에서 처리되면 되는 문제다. 개인의 사건·사고 문제는 관련자를 조사하고 구속시키면 된다. 하지만 회고록 이슈는 대통령 후보자의 안보관에 관련된 문제다. 개인 문제와 국가 안위 및 안보 문제를 같이 놓는다는 게 얼토당토않다.

-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의견은.

▶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는 검찰 조사가 끝나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한다고 항상 갈아치우면 어떻게 공직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겠나. 다만 검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난다면 단호히 처벌하는 게 바람직하다.

■ He is…

△1958년 전남 곡성 출생 △1984년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2008년 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 △2013년 청와대 정무수석 △2013년 청와대 홍보수석 △2014년 19대 국회의원(전남 순천곡성) △2014년 새누리당 최고위원 △2016년 20대 국회의원(전남 순천) △2016년 8월~ 새누리당 대표

[신헌철 기자 /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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