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통령에 "나쁜 사람" 찍힌 노태강 전 국장, "국회 증언대 서고싶다" 요청
[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후 ‘찍어내기’ 당한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체육국장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출석해 모든 것을 증언하고 싶다”고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의 “나쁜 사람” 발언 후 문화부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된 노 전 국장은 최근 “아직도 그 사람 있어요”라는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나면서 공직을 떠나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으로 갔다. 노 전 국장은 최근 한 지인과 만나 재차 “국회 가서 발언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 전 국장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새누리당 관계자들을 접촉했다. 노 전 국장은 이들에게 “국회 증인으로 출석시켜 주면 모든 것을 말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자 “증인이 아니라도 일반 참고인이라도 출석시켜 주면 좋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4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출전한 전국승마대회에서 판정시비가 일자 청와대는 그해 5월 문화부에 관련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노 전 국장은 승마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을 지적하며 이른바 ‘최순실파’와 ‘반최순실파’ 모두가 문제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해 8월 유진룡 문화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노 전 국장과 그 직속 부하인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가리켜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국장은 즉각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당했다.
또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다시 노 전 국장을 거론하며 “이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최근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노 전 국장은 이후 “공직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간접적인 압박을 받은 후 지난 7월 공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국장은 올 8월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취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23일 “일단 대통령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하니깐 결국 안 보이는 곳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국장은 최근에도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거듭 “최순실씨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든 뭐든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청문회가 열려 국회가 저를 부른다면 나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가감없이 모든 이야기를 다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고 JTBC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이혜리·최민지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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