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능력 격차 심각.. "단군 이래 이런 교실 처음"

이은하 입력 2016. 10. 23. 10:21 수정 2016. 10. 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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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천 운서초등학교 김중훈 교사

[오마이뉴스 글:이은하, 편집:손지은]

'문해력의 뿌리'란
'문해력의 뿌리'는 '발생적 문해력'이라는 개념의 은유적 표현이다. 발생적 문해력은 읽기 능력이 마치 지표 아래 묻힌 씨앗이 땅속에서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다가 어느 날 지표를 뚫고 새싹을 내미는 것처럼, 눈에 띠지 않는 읽기의 기초 기능들이 점진적으로 발달해 가다가, 문자언어를 읽고 쓰는 발달 양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 기자 말
발달상의 이유로 혹은 책을 잘 접할 수 없는 환경 탓에 문해력의 뿌리가 약해 초등학교 고학년이 다 되도록 책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관련기사: 한국은 문맹 제로?: 공교육이 외면한 아이들). 전문가들은 모든 학생의 20%를 읽기 부진아로 보고 있다. 이들 중 5∼10%는 특수한 교육을 받지 않으면 글자를 배우기 어려운 아이들 이라고.

대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칠 때쯤이면 50쪽짜리 동화책 한권을 한 자리에서 후딱 읽어낸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꽤 긴 분량의 동화책을 읽는 아이도 제법 된다. 잘 읽는 아이들은 점점 더 잘 읽게 되고, 못 읽는 아이들은 더 못 읽게 되는 읽기에서의 '매튜 이펙트'(노력과 재능과 상관없이 이른 시기에 출발하는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 누적적인 이득을 얻는 현상을 뜻함.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마태복음의 유명한 구절을 따서 '매튜 이펙트'라 이름 붙였다. - 기자 말)에 따라 고학년이 됐을 때 두 그룹 간에는 엄청난 격차가 생긴다.

더 큰 문제는 한글 해독력이 다른 과목 공부에도 영향을 준다는 데 있다. 기초학습에 빨간 불이 들어온 아이들. 고학력이 다 되도록 책을 못 읽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만 돌리는 공교육의 관계자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단법인 좋은 교사운동에서 한글 해득 교재 개발 및 한글문해교육전문가 과정 강의를 맡고 있는 김중훈 교사에게 학교 내 한글문해 실태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읽기 개선 방법을 들어 보았다. 김 교사는 인천 운서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현직 교사이기도 하다.

그는 어렸을 때 난독증으로 한글과 영어를 습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길 원해 최근에는 난독증을 알리는 데 힘쓰며 우리나라의 문해교육과 한글교육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전화로 진행했다.

"단군 이래 이런 교실은 없었다"

 강의 중인 김중훈 교사
ⓒ 김중훈 교사 제공
- 학교 현장에서 한글교육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격차다. 이미 유아기 때 한글 해득을 해 책을 너무 잘 읽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한글을 못 깨친 아이들도 있다. 사실 한글을 못 읽는 아이들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요즘 들어 유독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1학년 때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차츰 알겠지 하고 넘겨버리다 나중에는 개인의 책임으로 넘기기 일쑤였다. 그래도 지금처럼 격차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

- 왜 이런 일이 생긴다고 보는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읽기에 약점이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 현행 과정에 따르면 3월 말부터 5월초 정도까지 약 한 달 만에 한글을 배우고 그 다음 단원으로 넘어간다. 한달 만에 한글 해득이 안 되는 애들도 있는데, 한글을 배웠으니 이제 모든 애들이 책읽기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 버리니까 계속 못 읽는 상태로 남게 된다.

반면에 기존에 이미 한글을 해득하고 읽기 연습도 많이 하고 온 아이들은 점점 더 잘 읽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 국어교과과정이 문제라는 것인가?
"물론이다. 한글을 배우는 시간이 너무 적다. 이미 한글을 배우고 왔다는 가정을 하고 국어과목을 배운다. 나는 한글 사교육을 부추긴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학교에 가면 한달 만에 한글을 배워야 한다니까 부모들이 불안해서 너도 나도 한글 선행 교육을 하는 것이다."

- 집이 어려운 아이들은 읽기를 점점 못할 수밖에 없는, 읽기에서의 매튜 이펙트가 교실 내에서도 보인다는 말 같다.
"그렇다. 가난한 취약계층 아이들이 한글을 읽는 건 더 어려워졌다. 읽기나 언어 발달은 환경이 중요하다. 자극을 많이 줘야 어휘력도 풍부해지고 말이나 글도 빨리 배운다. 부모가 신경을 못 써주니 환경적인 자극을 많이 못 받는다. 더구나 옛날에는 형제, 자매가 많아 언어가 촉진됐는데 지금은 외동이나 둘이 많다 보니 환경적으로 보살핌을 덜 받는 아이들의 경우 이런 혜택도 못 받는다.

특히 요즘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다. 초등학교의 경우 대략 2∼3%가 다문화 가정이다. 도시도 낙후된 지역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10%가 넘기도 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언어가 발달하지 못해 어휘력도 부족하고 읽기도 잘 안 될 수밖에 없다. 말이 완성돼야 글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환경적으로 보살핌이 안 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반면 요즘은 과잉학습이 많이 된 아이가 있고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은 언어적으로 소외됐으니 '단군 이래 이런 교실이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학습자가 생겼다. 특히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비율이 1학년의 경우 6학년보다 3배가 많다. 앞으로 학습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가 관심을 갖고 대비를 해야 한다."

- '환경이 어려워서'라기보다 발달상의 문제로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이다. 내가 좋은교사운동본부와 한국난독증협회에서 활동하는 일들이 이런 친구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읽기 부진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발음이 안 좋고 조사를 빼 먹는다든지 글씨를 거꾸로 읽는다든지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다. 두 번째는 읽기는 잘 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경우다.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모두 나타나는 경우다.

첫 번째는 난독증으로 글자를 읽는 자체가 힘드니까 나중엔 책을 안 보려고 한다. 두 번째 아이들은 과독형으로 글자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니 역시 책에 재미를 못 느껴 안 읽게 되고 읽기 부진이 점점 더 심화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체 아이들 중 5∼10%가 난독 증세를 갖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에게 개별적인 지도를 못 해주고 있다."

"3학년이 되기 전에 진단하고 교육해야"

 책
ⓒ pixabay
- 가정에서는 이런 친구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초등학교 3학년까지가 유창성과 해독력이 좋아지는 시기다. 그 시기를 넘기면 교육을 해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기진단과 교육이 중요하다. 난독증은 소리와 글자를 연결시키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증상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큰 소리로 읽는 연습을 많이 하면 좋다. 한글 자판을 치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자판을 치다 보면 소리와 글자 연결이 연습 된다.

영어는 파닉스 연습(발음 중심 학습법)을 계속 해야 한다. 파닉스가 잘 되어 있는 책을 매일 30분씩 꾸준히 읽으면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 1학년 읽기 부진 아동의 88%가 4학년이 될 때까지도 읽기 부진 상태라고 한다. 읽기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모들이 치료를 하다 보니 잘못된 교육이 많다던데, 난독증 진단은 어디서 받고 관련 교육은 어디서 받을 수 있나?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진단도구가 정확하지 않았다. 1∼2년 사이에 도구들이 많이 개발됐다. 한국난독증협회에 문의하면 자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한국난독증협회는)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신부님이 지금은 사회인이 된 난독인과 부모들 그리고 헌신된 전문인들과 함께, 난독증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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