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없는 민족' 쿠르드..IS 격퇴 참여 약일까 독일까

김윤정 기자 2016. 10. 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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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쿠르드지역정부 군사조직 페슈메르가 소속 한 쿠르드계 군인이 20일(현지시간) 이라크 모술 동북부 10km 떨어진 지점에서 담배를 물고 걸어가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벌어지는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대항전에서 매번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쿠르드'다. 때론 IS만큼이나 무자비한 테러집단으로, 때론 IS 격퇴전에서 없어선 안 될 든든한 지원군으로 묘사되는 이들은 누구일까.

22일(현지시간) CNN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복잡성에 쿠르드라는 변수가 더해져 미국뿐만 아니라 터키,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국가의 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족은 '나라 없는 세계 최대 민족'이다. 쿠르드인들은 터키, 시리아, 이라크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거주하며 그 수는 약 3000만 명에 달한다. 시리아에 10%, 터키 18%, 이라크 15~20%, 이란 10% 등 중동 분쟁의 핵심 국가에 고루 분포돼 있다.

이들은 다 같은 쿠르드가 아니다. 거주 지역 국가의 역사와 성격에 따라 계파가 나뉘었다. 터키의 PKK(쿠르드노동자당), 시리아 YPG(시리아쿠르드민병대), 이라크 KRG(쿠르드지방정부)가 대표적이다.

터키의 PKK는 터키로부터 분리독립을 지향하는데, 터키에서 종종 대규모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반면 이라크내 자치권을 인정받고 있는 KRG는 현재 이라크 모술 탈환 작전에서 이라크군을 도와 IS 거점 마을 탈환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YPG도 시리아 북부 지역 IS격퇴전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꼽힌다.

지난 8월 터키 동부 엘라지에서 PKK 소행 차량폭탄테러 발생 현장. © AFP=뉴스1

각 계파의 성격과 지향점이 다르므로 주변국의 셈법도 복잡하다. PKK는 터키의 최대 숙적이다. 터키 남동부에서 독립국가 설립을 꿈꾸며 1978년 창설된 PKK는 1984년부터 터키 정부와 무력 충돌을 벌여왔다.

이로 인해 그동안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015년 터키 정부와 PKK간 평화협정이 깨지면서 다시 터키에서 PKK 소행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터키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에서도 이들을 테러 집단으로 간주한다.

시리아 YPG(시리아쿠르드민병대). © AFP=뉴스1

PKK와 달리 시리아의 YPG에 대해선 터키와 서방국 간 입장이 다르다. 터키 정부는 YPG가 PKK와 연계된 '테러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터키가 가장 꺼리는 것은 시리아 북부에서 이들이 IS를 격퇴하며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지난 8월 터키가 시리아 IS 격퇴전에 적극 참여한 것도 실은 YPG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터키군은 지난 19일 YPG를 대대적으로 공격해 200여 명의 쿠르드 대원을 사살했다고 밝힌 데 이어 21일에도 YPG의 목표물 70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PKK와 YPG를 구분하고, YPG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리아 북부와 터키 남부 경계 인근 IS 격퇴전에서 지상군 역할을 하는 쿠르드·아랍 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의 주요 병력이기 때문이다.

YPG를 둔 터키와 미국의 입장차는 양국 관계는 물론 IS 대항 전선의 균열까지 야기하고 있다. 비날디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애슈튼 카터 미 국방장관이 방문한 21일 “미국이 IS 격퇴전에 YPG를 활용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터 장관은 터키의 YPG 공습과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이라크 KRG(쿠르드지방정부) 군사조직 페슈메르가© AFP=뉴스1

IS를 지원한다는 의혹까지 받으며 터키 PKK와 시리아 YPG에 대해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내는 터키가 이라크 쿠르드계인 KRG(쿠르드지방정부)를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밀접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터키와 KRG의 관계는 최근들어 더욱 가까워졌다. 이라크 북부 바시카캠프에서 터키군은 KRG의 동의 하에 IS격퇴전을 위한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터키 연구원 파디 하쿠라는 CNN에 “KRG는 터키 제품의 주요한 수출 시장이며 터키 발전 동력”이라며 “터키는 KRG가 다른 쿠르드족 보다는 덜 위협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치권을 인정받은 KRG가 안정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일궜다는 점과 PKK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도 터키 정부가 손을 뻗는 이유로 꼽힌다. 하쿠라 연구원은 “터키는 KRG가 PKK와 YPG에 비해 터키 내부 영토 점령에 대한 열망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KRG도 현재로선 터키와의 관계를 해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도 KRG에 대해선 우호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터키와 KRG가 가까워지는 건 이라크 등 주변국에겐 눈엣가시다. 이라크 내에서 자치권을 갖고 있는 KRG가 터키의 지원을 받아 독립국의 야망을 키우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또 수니파 터키인이 다수 거주하는 이라크 북부에서 터키가 영향력을 넓히려 하는 것도 불만일 수 있다. 이라크가 터키의 모술 탈환 작전 참가를 ‘불법 점령 및 내정 개입’으로 규정하며 격렬히 반대한 이유다. 하쿠라 연구원은 “터키는 이라크 북부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것”이라며 “IS 격퇴 전선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와 미국 및 터키 PKK(쿠르드노동자당), 시리아 YPG(시리아쿠르드민병대), 이라크 KRG(쿠르드지방정부)의 관계도. 파란 선은 우호적 관계(supports), 빨간 선은 적대적 관계(Opposes)를 뜻한다. (출처:CNN) © News1

y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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