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백남기씨의 사망원인은? '그것이 알고 싶다' 물대포의 어마어마한 위력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2016. 10. 2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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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백남기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무엇일까.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경찰이 실시했던 살수차 위력 실험과 똑같은 실험에 나섰다. 경찰이 쏜 물대포의 위력은 강화유리를 깨버릴 정도였다.
경찰의 실험 영상과 달리 제작진이 실시한 실험에서 5mm의 강화유리는 수압 7바에서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경찰은 “이 결과보고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테스트 방법도 다 신뢰할 수 있는 거다. 저희들이. 아마 이때 실험에서 만약에 파손이 됐으면 파손됐다고 이렇게 기재가 돼 있을 텐데…”라고 했다.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 백선하 신격조직과 교수는 “故 백남기 환자의 치료 및 진단서 작성과 관련해 어떠한 형태의 외압이 없었음을 말씀드린다.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고 맹세한 히포크라테스 선언은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는 저희 의료행동 윤리”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호 교수는 “용기가 칼 들고 싸우는 게 아니고 정말 필요한 걸 끝까지 지켜내고 소신을 지켜내는 것이 용기다. 이 소신은 합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자 김상중은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면 이 모든 것은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망의 원인이 분명해 보이는 매우 단순한 사건이 복잡해 진 것은 부검의 필요성 강조와 사인에 대한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고 사건의 본질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11월 14일 쌀값 인상을 요구하며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던 농민 백남기 씨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지 317일만에 사망했다.
당시 현장 동영상에서 백남기 농민은 밧줄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나온 순간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고 수압이 세 쓰러져서도 쓸려나갈 정도였다. 2015년 11월 15일 수술 직후, 의식은 단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지난 9월 25일 사망했다.
그러나 사망 직후 서울대병원 백선하 주치의는 "6일전부터 시작된 급성신부전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아 급성 심폐정지가 사망의 직접원인이 됐다"고 병사임을 주장했다. 반면 한 전문의는 병사의 정의에 대해 "자연발생적인 노화, 암 따위"라며 "의사가 병사를 했다는 건 '원래 가만히 있어도 돌아가실 분이다'라고 쓴거다"라고 했다.
경찰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방향 조절을 하며 살수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영상을 보면 타겟을 향한 직사 살수로 보였다. 앞서 강신명 전 경찰총장은 직사살수의 경우 수압 15바 정도의 수준으로 선진국 수압보다 낮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실제 3차원 거리 측정 기술 등을 통해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당일을 직접 재현했다. 제작진은 같은 물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호수까지 똑같은 것으로 제작했다. 크레인과 살수차 전문가들이 총출동됐다.
살수차 직원은 물 수압이 14바라면 "사람이 제대로 맞으면 살이 다 찢어져 나간다"고 했다. 실제 테스트를 하던 중 살수차 직원이 호수를 놓칠 만큼 압력이 셌고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2차 안전정치를 한 뒤 다시 시뮬레이션을 했다.
책상이 부서져버릴 정도의 수압이었다. 물의 위력은 철제가 휠 정도였다. 1.5cm의 나무판자도 산산조각이 났다. 뒤에 철판을 고정하고 댔어도 소용없었다. 1.2톤 벽돌도 깨질 정도였다. 경찰 측에 따르면 강화 유리도 부서지지 않는 수압이라고 했지만, 실제 제작진이 행한 실험에선 강화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직후 뇌CT 영상을 본 윤일규 신경외과 전문의는 "골절이 아주 머리 중심부까지 생겼다. 충격이 굉장히 강하단 소리다. 추락, 높은데서 떨어져 얼굴을 부딪혔다든가, 달리는 차에 부딪힌 정도다"라고 했다. 최초 충격은 얼굴 왼쪽으로 시작돼 주된 골절이 생겼을 거라고 전문의는 짐작했다.
이를 더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넘어지는 모습까지 분석했다. 법영상분석 전문가는 "넘어지며 않았는데 또 (물대포가) 날아오니까 발라당 넘어졌다"며 "최초는 머리하고 등 부분이지만 회전을 하며 가장 수압을 많이 받은 건 왼쪽이다"라고 했다. 왼쪽 머리를 맞고 넘어지며 우측 머리뼈가 산산조각나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백남기 농민이 왜 당시 현장을 나가야 했는지를 살펴봤다. 손주 재롱에 즐거워하는 백남기 농민의 생전 영상에서 그는 평범한 할아버지였다. 집회를 함께 하자고 한 건 이웃 지인이었다.
일한만큼 생산비를 받자고, 양로원으로 변해버린 농촌을 살리기 위해 집회를 하자고 했다. 백남기 농민은 우리 밀을 알리기 위해 농사에 열정을 쏟는 사람이었다. 백남기 농민의 작은 어머니는 "저리 세상을 가버렸으니 기막혀 어찌 살겠나. 못산다. 언제 해결이 날까"라고 했다. 사고를 당하고도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조카의 사연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백남기 농민이 집회에 참석하던 날은 17만원이었던 쌀값은 13만원대로 떨어졌다. 집회당일 670여 대의 경찰차에 가로막혔고, 발포 비상령이 떨어져 살수차가 동원됐다.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양은 "너무 무서웠다. 왜 거길 나가서 맞고 있느냐고 한다. 하지만 경찰한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시위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부당한 현실을 참을 수 없어 시위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MC 김상중은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됐다.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이고자 했던 이유는 정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경찰은 그 집회가 안전하게 진행될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 있었다면 그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사과해야 할 거다. 이 지극히 기본적인 것이 이뤄지지 않은 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너무 먼 길을 돌아온다. 한 사람이 안타깝게 죽었다"라고 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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