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채용의 비밀(하)] 민낯 면접에서 공개 오디션까지..승무원 채용 방식 '논란'

안혜원 입력 2016. 10. 23. 06:58 수정 2016. 10. 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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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사진, 민낯 면접 등 외모 중시하는 채용 관행 여전 지망생들 "실무 능력보다 외모 더 신경쓰여" 제주항공·에어아시아, 동영상 제출 요구해 빈축

'하늘의 꽃'이라 불리는 항공사 승무원은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높은 인기 탓에 승무원이 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채용 경쟁률은 100~200대 1을 넘나든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무원 지망생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향하는 곳은 사설 학원이다. 그런데 사설 학원들이 지망생들의 불안감을 등에 업고 채용 시장을 교란하기 시작했다. 승무원 취업 시스템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한국경제DB

[ 안혜원 기자 ] 중동계 항공사인 카타르항공은 승무원 채용시 지원자들에게 전신 사진을 요구한다. 세부 요구 조건은 까다롭다. 반드시 반팔 의상에 무릎 길이 치마를 입고 찍어야 한다. 앞머리는 옆으로 내리고 팔을 아래로 늘어뜨린 차렷 자세도 필수다. 엄격한 규정 탓에 카타르항공사의 전신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해주는 업체도 생겼다. 가격은 최소 10만원에서 80만원에 달한다.
 
카타르항공에 제출한 사진으로 다른 항공사에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 뒤로 넘긴 머리와 자켓 착용을 요구한다.
 
민낯 면접을 보는 곳도 있다. 중국 동방항공이다. 회사 측은 승무원에게 적합한 혈색을 평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한 승무원학원이 제공한 카타르항공의 전신사진 규정. 엄격한 규정 탓에 전신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해주는 업체도 생겼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여권(女權)이 낮은 중동·아시아 지역 항공사에서는 승무원 채용 시 외모를 중요한 조건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들 항공사에 지원할 경우 실무능력 평가에 대한 준비보다는 외모 가꾸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 채용이 진행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 항공사 면접시에는 단정한 쪽머리와 유관순 복장(흰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 등이 지원자들 사이에선 암묵적인 필수 조건으로 여겨진다.
 
올해 국내 대형항공사에 지원한 강미연씨(가명·23)는 "각 항공사가 선호하는 메이크업 방식, 손톱 색상도 있다고 들었다"며 "나보다 면접 실력이 뛰어난 지원자보다 외모가 출중한 지원자가 더 신경쓰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승무원에 지원하려면 고학점, 높은 토익점수, 각종 대외 활동보다 미인 대회 출신자가 훨씬 유리하다고 들었다"며 "면접 시작 약 10초만에 첫인상으로 당락이 결정된다고 한다. '지원 당시 면접관이 선호하는 외모'가 가장 중요한 스펙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떠돈다"고 전했다.
 
채용에서 외모를 중시하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일부 항공사의 경우 서류 전형에서 사진이나 동영상 등 외모 조건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만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하반기 승무원 채용에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인 '재주캐스팅'을 실시했다. 재주캐스팅 지원자들은 일반적인 지원 서류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으로 50~60초 분량의 동영상을 찍어 보내야 한다.
 
제주항공은 올해 하반기 객실승무원 채용인원 120명 중 20%인 24명을 재주캐스팅으로 뽑는다. 제주항공 측은 "스펙 등을 고려하는 서류 전형이 포함된 일반 전형에서 통과하기 어려운 지원자들을 배려한 제도"라며 "지원자들의 끼와 개성을 보기 위한 제도이지 외모를 평가하는 전형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원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1분 가량의 영상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장기는 한정된 만큼 결국 외모 평가가 주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재주캐스팅에 지원한 박진원씨(가명·24)는 "영상을 준비하기 위해 헤어·메이크업, 의상 등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며 "좋은 목소리를 위해 스피치 학원에서 단기 강습도 받았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하반기 승무원 채용에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인 '재주캐스팅'을 실시했다. 지원자들은 SNS 인스타그램으로 50~60초 분량의 동영상을 제출했다. / 사진=제주항공 홈페이지


국내에 취항하는 말레이시아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는 네티즌 투표로 한국인 승무원을 선발해 빈축을 샀다. 에어아시아는 올해 5월 국내에서 승무원 채용을 진행하면서 '온라인 오디션 형식'의 특별 채용 방식을 취했다.
 
지원자들이 1분짜리 자기소개와 기내 안내방송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보내면 회사 측이 이들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표를 받는 방식이다.
 
온라인에 영상을 게재한 2주간 재생수만 70만회에 달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지원자 60명 중 표를 많이 받은 20명이 최종 선발됐다, 회사 측은 득표 수를 채용 과정에서 70%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들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선정적인 의상이나 행위 등을 영상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아시아 측은 "내부 검열을 통해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영상을 제외한 60명의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모 등 외적인 요건으로 승무원을 평가하는 항공업계의 승무원 채용 행태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항공사들은 키나 몸무게, 나이 등이 아닌 실무 능력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항공 업계도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를 추구하기보다는 실무 중심의 채용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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