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2년, 앞으로 과제는

박송이 기자 입력 2016. 10. 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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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터넷 서점에서 우후죽순으로 늘려가고 있는 중고서점은 ‘변형된 형태의 할인’으로 신간판매 촉진을 상당히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페이백 서비스’는 독자가 책을 구매할 때 그 책을 다시 되판다는 조건으로 50%씩 할인을 시켜준다.

오는 11월이면 도서정가제가 개정된 지 만 2년이 된다. 도서정가제 개정으로 서점은 출판사가 정한 가격대로 책을 판매하게 됐다. 개정 이전에는 발행 18개월이 지난 구간은 정가제 대상에서 제외돼 할인율이 50%를 넘는 경우도 많았다. 신간도서의 경우는 가격할인과 기타할인을 포함한 할인율은 총 19%였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신간도서의 할인율은 가격할인의 경우 10%로 제한됐고, 구간도서는 신간과 똑같은 할인율을 적용받되 정가만 다시 책정할 수 있게 됐다.

대형서점 진열대/경향신문 자료사진

지역서점 감소세 줄고 신간 출판 늘어 지난 2년 동안 도서정가제는 도입 취지를 잘 살리고 시행되고 있을까. 도서정가제 개정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지역 서점 살리기였다.

한국서점조사연합회가 지난 3월 발표한 <2016년 한국 서점 편람>에 따르면 전국 서점의 수는 2000년대 이후 계속 감소세였지만, 최근 들어 감소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수익이 개선되리라는 기대심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 들어 다양한 독립서점들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도서정가제 개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세계 출판계의 흐름이 그렇다. 다른 나라에서도 서점이 과도한 할인경쟁으로 적자를 보고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가 할인을 포기하고 큐레이션 기능 강화로 서점을 만들었더니 오히려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예컨대 ‘삶과 죽음’ ‘방랑벽’ ‘환상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의 독특한 주제로 큐레이션을 하니 독자들이 다시 찾고 서점도 흑자로 돌아섰다.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한국에서도 독립서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도입한 또 다른 취지는 신간 출판의 증가다. 도서정가제 개정 이전에는 구간의 가격할인 폭이 크다 보니 가격경쟁이 구간에 집중돼 있었다. 콘텐츠보다 가격경쟁력으로 베스트셀러에 구간이 집계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구간 중심의 베스트셀러 목록이 신간 중심으로 바뀌었다. 도서정가제 덕분에 신간 위주의 판매 관행이 정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영업의 관점에서 보면 큰 출판사에서는 세계문학전집 등의 구간들을 할인판매하지 못하니까 영업하기 힘들었다고 하더라. 반면에 신간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형 출판사는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영업하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도서정가제의 취지가 다양하게 많은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인데, 일단 그 취지는 어느 정도 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도입 취지는 어느 정도 살렸지만, 그러나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첫째는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는 ‘변형된 형태의 할인’을 없애는 것이다. 정부의 ‘문화융성카드’는 ‘변형된 형태의 할인’의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오프라인 서점에서 15% 할인을 제휴카드 청구할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문화융성카드’를 보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격 할인은 10%까지지만, 제휴카드와 같은 제3자의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도서정가제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할인제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의 취지가 과도한 할인경쟁을 제어해 시장을 안정화시키자는 것인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융성카드를 만들어 추가 할인을 가능하게 하고, 일부 인터넷 서점들도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추가 할인을 시행하고 있다. 또 경품이나 기타 할인쿠폰이 여전히 많다. 할인판매에 대한 금단현상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늘어난 수익 혜택 독자에게도 돌아가야 특히 인터넷 서점에서 우후죽순으로 늘려가고 있는 중고서점은 ‘변형된 형태의 할인’으로 신간 판매 촉진을 상당히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의 설명이다. “중고서점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페이백 서비스’는 독자가 책을 구매할 때 그 책을 다시 되판다는 조건으로 50%씩 할인을 시켜준다. 중고책 수요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있기는 하지만, ‘페이백 서비스’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영해 시장을 형성시킨 측면이 크다. 인터넷 서점에서 직접 중고책 사업에 관여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에는 없다. 중고책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신간 판매 촉진이 상당히 저하되고 있다. 이는 변형된 형태의 할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정가제 범위 안에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출판사도 중고서점으로 인한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중고서점의 증가로 출판사들에 타격이 크다. 중고서점이 늘어나면서 아무래도 신간 판매가 준다. 규정상 인터넷 서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갖기 위해서는 중고서점의 형태여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게 인터넷 서점이 중고서점을 만드는 일종의 알리바이가 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급률 문제도 해결해야 할 일이다. 도서정가제 도입 직후 도서정가제의 혜택은 고스란히 서점에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할인폭이 제한되면서 발생한 이익이 서점으로만 돌아간다는 것이다. 도서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판매하는 가격의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출판사가 정가 1만원인 책을 서점에 6000원에 납품하면 공급률은 60%다. 그간 출판사들은 인터넷 서점의 높은 할인율을 감안해 책값을 매겼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출판사의 공급률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출판계와 서점 간의 공급률 문제가 발생했다. 출판계는 지속적으로 공급률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서점들이 공급률을 인상하는 등 조정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도서정가제의 개정이 독자들에게도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책값이 인하돼야 하고, 주로 도매상을 통해 거래를 하는 동네 작은 서점들의 공급률 또한 해결되어야 도서정가제 개정안의 취지에 맞는 해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3년마다 재검토하게 돼 있다. 1년 후에는 개정안을 연장할지, 강화할지, 완화할지를 논의하게 된다. 도서정가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서정가제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35건이었다. 월평균 5.8건으로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월평균 과태료 부과 건수인 3.9건보다 48.7%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김병욱 의원은 “간행물 유통질서를 바로잡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출판사와 동네서점 등이 제자리를 잡게 하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 정착과 사재기 근절이 꼭 필요하다”면서 “도서정가제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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