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0대는 '5060'으로 묶을 수 없다?

2016. 10. 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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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50대의 ‘특이한’ 민심 흐름

연령대별 유권자 비율, 세대별 득표율 변화 (※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가 역대 선거 때 보여왔던 투표 성향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무 평가에서 24%만이 긍정적으로 답할 정도로 50대의 민심은 비판적입니다. 6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절반이 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60대와 쉽게 묶이지 않는 50대의 민심이 언제부터 시작됐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50대의 대통령 긍정 평가 24%
21%에 머문 40대와 비슷
여전히 과반인 60대와 차이
지난해 총선부터 50대 독립

고령층 증가 따른 보수화에 제동
386세대의 50대 진입과 유관
40대 후반~50대 초반은 ‘세대효과’
내년 대선에 이어질지 관심

지금의 50대는 예전의 50대가 아니다?

50대에서 나타나는 여론 패턴이 10년 전이나 심지어 5년 전 50대가 보여줬던 통상적인 모습과는 다르다. 과거의 50대는 ‘5060’이라는 별칭의 노인층으로 묶였다. 실제로 50대의 투표 및 여론 성향은 60대 이상의 최고령층과 거의 같았다. 2002년과 2012년 대선에서의 투표가 대표적인 예다. 2002년 당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50대의 57.9%가 이회창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후보에게 투표했다. 60대 이상에서는 이회창 지지가 63.5%를 기록했다.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맞붙은 2012년 대선에서 50대의 보수 편향은 더 심해졌다. 출구조사에서 2012년의 50대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62.5%를 몰아줬다. 60대 이상의 유권자(72.3%)보다 낮기는 하지만, 50대는 60대와 마찬가지로 10년 전에 비해 보수적 경향이 더 강해졌다.

그러나 최근 50대의 표심은 60대에서 ‘독립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20대 총선 정당 투표에서 50대의 표심은 60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기존에는 보수의 아성이나 다름없었던 50대였지만, 20대 총선에서는 39%만이 새누리당을 지지했다. 60대 이상이 여전히 59%라는 강고한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50대의 이런 ‘특이 현상’은 최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의 10월 셋째 주 조사에서 50대의 24%만이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62%는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60대 이상에서 “잘하고 있다”가 여전히 52%를 기록하는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50대의 대통령 직무 평가는 오히려 40대(‘잘하고 있다’가 21%)와 비슷하다.

2030 대 5060 구도 깨져

50대의 이러한 특이한 행보와 함께 전체 여론 구도의 변화도 주목된다. 그동안에는 ‘2030’ 대 ‘5060’의 대립이 중심축이었다. 2030은 야당 지지 내지는 진보적 성향이 강했으며, 이에 맞서 5060은 여당 지지 또는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 그 중간에 위치한 40대가 캐스팅 보트 구실을 했다. 2002년 대선에서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났다. 당시 2030세대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각각 59%, 59.3%의 지지를 보냈고, 반대로 5060세대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각각 57.9%와 63.5%의 지지를 보였다. 40대에선 이회창 후보(47.9%)와 노무현 후보(48.1%)에게 표가 반반씩 갈렸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40대의 민심은 2030과 같이 움직인다. 20대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40대의 여당 지지율(20.7%)은 20대(16.5%) 및 30대(14.9%)와 엇비슷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을 합한 야권 지지율에서도 40대는 72.9%로, 20대(76%)와 30대(79.5%)의 표심과 거의 같았다. ‘2030’이 아니라 이제 ‘2040’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이제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아니라 50대가 오히려 선거에서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과거에는 2030 대 5060의 구도에서 40대가 선거를 좌우하는 스윙 보터였다면 지금의 40대는 30대와 연동성이 강화되면서 젊은층으로 옮겨갔다”며 “대신 보수성이 약화되고 유동성이 커진 50대가 스윙 보터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60대 이상은 변함없는 보수 지지층, 2040은 강한 진보 지지층인 데 비해 50대는 진보와 보수를 오가고 있는 연령대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변화로 인해 보수적인 고령자층의 비율이 많아져서 선거에서 갈수록 보수가 유리하고 진보는 불리하다는 ‘기울어진 운동장론’도 근거가 약해졌다. 인구 구성만 놓고 보면 분명 고령층이 늘고 있다. 16대 대선(2002년) 때 20대와 30대의 젊은층 유권자는 각각 23.2%와 25.1%였다. 둘을 합하면 48.3%로,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이에 비해 50대는 12.9%, 60대 이상은 16.4%로 둘을 합해도 29.3%에 그쳤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뒤인 20대 총선(2016년)의 인구 구성은 젊은층과 노년층이 정반대가 됐다. 20대(19살 포함)는 17.6%, 30대는 18.1%로 2030의 비율은 전체의 35.7%였다. 반면에 50대는 19.9%, 60대 이상은 23.4%로 5060의 비율은 43.3%가 됐다. 12년 전과 비교하면 2030 유권자는 12.6%포인트가 줄고, 5060은 14%포인트가 늘었다. 내년 대선 때는 2030은 34%, 5060은 45%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노년층의 보수 지지 성향은 2012년까지는 강하게 나타났다. 2002년 대선에서 50대는 57.9%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고, 40.1%는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50대의 62.5%가 박근혜 후보에 표를 던졌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37.4%에 그쳤다. 10년 전의 50대에 비해 보수 성향이 약 5%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60대 이상의 경우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 대 노무현 후보의 지지 비율이 63.5% 대 34.9%였던 데 비해 2012년에는 72.3%(박근혜) 대 27.51%(문재인)로 보수 후보로의 쏠림이 약 10%포인트 더 커졌다.

386세대는 줄곧 진보를 더 지지

하지만 연령 효과(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어 가는 경향)가 현재의 50대에서는 잘 먹혀들지 않는 양상이 보인다. 오히려 30대와 40대 때의 투표 성향을 나이가 들어서도 유지하는 경향(세대 효과 또는 코호트 효과)이 관찰되고 있다. 노환희·송정택·강원택 교수(이상 서울대)가 출생 연도별로 세대를 구분해서 분석한 결과(‘한국 선거에서의 세대 효과: 1997년부터 2012년까지의 대선을 중심으로’. <한국정당학회보> 통권 제12권, 2013년)에 따르면, 현재의 47~56살인 1960~69년 출생 유권자들은 1997년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던 1997년 대선이나,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이던 2002년 대선,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이던 2007년 대선, 그리고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던 2012년 대선까지 4번 모두 다소나마 진보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보다 앞선 연령대인 1952~59년생(현재 57~64살)이나 1942~51년생(현재 65~74살), 1942년 이전 세대(현 75살 이상)들이 대체로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는 것(연령 효과)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

연구자들은 세대를 “동일한 역사와 문화권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생해서 역사적·문화적 경험을 공유하고, 공유된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유사한 의식, 태도, 행위양식을 가지는 집단”을 기준으로 구분했다. 즉, 1960~69년생은 대학 때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공유한 ‘386세대’, 베이비 붐 세대인 1952~59년생은 정치사회화 시기인 20대에 유신체제와 군부 통치를 경험한 세대다. 1942~51년생은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경험한 산업화 세대, 1942년 이전에 출생한 세대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 전쟁을 겪은 한국전쟁 세대로 구분했다. <표3>에서 보듯이 이른바 386세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큰 변화없이 세대적 정체성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논문은 “386세대의 세대 효과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젊은 유권자들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며 “고령화되는 인구 구성의 변화에 따라 중도 보수화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결론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즉, 현재의 50대 전체를 뭉뚱그려 얘기할 수는 없지만, 50대 전반의 성향은 분명히 60대보다는 40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의 분석(‘386세대 표심 향배가 2017년 대선 승패 가른다’, <데일리한국> 2015년 6월24일)에서도 위의 논문과 비슷한 경향이 발견됐다. 연령대를 5살 단위로 구분해서 이들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 대선에서 투표한 내용을 정 교수가 분석한 결과, 386세대에 해당하는 1963~67년생의 투표 성향이 가장 독특했다. 이들은 30대 중후반이던 2002년 대선 때의 투표 성향(진보 지지)을 10년 뒤(2012년 대선) 40대 중후반에도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86세대에서는 연령 효과가 아니라 코호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49살에서 53살에 해당한다.

이러한 두 연구 결과를 염두에 두고 보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가 왜 60대 이상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대략 현재 50대 전반의 나이인 386세대가 그 윗세대와 달리 나이가 들어서도 정치사회적 이슈에서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50대의 표심에서도 ‘이상한’ 경향이 나타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박근혜와 단절된 여당 후보라면…”

이런 현상이 2017년 대선에서도 이어질까?

정한울 교수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12년 대선 때 55살 이상 세대에서는 일종의 연령 효과인 보수화 현상이 있었던 데 비해 45살을 전후로 한 세대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젊었을 때의 성향을 유지하는 코호트 현상이 관찰됐다”며 “이들은 다음 대선에서도 진보를 상대적으로 더 높게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내년 선거에서 50대의 표심이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만, 50대보다도 더 분노한 세대는 현재의 40대다. 이들은 2007년에 잠깐 중간지대 내지는 중도 성향을 보였지만 2012년에는 다시 진보 쪽으로 돌아섰다. 40대는 부모 부양과 자녀 교육, 자신의 노후 준비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이전 세대에 비해 반정부적인 경향이 훨씬 더 강하다”며 ‘40대 변수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내년 대선의 선거 구도와 후보에 따라 50대의 표심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금 50대 중반까지는 과거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세대다. 이들은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박정희의 그림자를 보면서 정권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문재인 의원 등 민주당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내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과 완전히 단절한 인사가 여당 후보로 나오면 50대의 투표 성향은 과거처럼 60대와 비슷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세대 효과(cohort effect): 특정한 정치사회적 경험을 함께 가지고 있는 세대를 5년 또는 10년 등으로 구분한 연령을 코호트(cohort)라고 한다. 이들은 같은 경험으로 인해 가치관이나 관점이 비슷해 다른 세대와는 다른 트렌드를 형성한다. 정치학에서는 청년기의 성향이 세월이 흘러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연령 효과: 세대 효과와 반대로 나이에 따른 보수화 경향을 뜻한다. 청년기에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다가도 중장년을 지나 노년층이 되면 점점 더 보수 경향이 강해지는 것을 연령 효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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