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인종차별에 침묵할 수 없다" 美 흑인 억만장자 3인방

2016. 10. 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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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고 50년 후인 1915년, 노예해방을 위해 싸웠던 옛 흑인 병사들이 워싱턴에 모였다. 전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여전한 차별에 시달리던 흑인 전역병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기릴 연방 박물관을 지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어 그 꿈이 이뤄지기까지는 다시 100년이 더 걸렸다.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 흑인 노예제부터 흑인 인권운동, 최근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이르는 미국 내 흑인들이 걸어온 역사를 담고 있다. 전시품 반절 가량은 기부품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사상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 Culture)’의 개관식이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좌초 위기에 놓여있던 박물관 건립을 국민 프로젝트로 탈바꿈시켰다. 미국 내 유일한 흑인 억만장자 3인방도 함께 힘을 불어넣었다.

바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사모펀드 비스타이쿼티파트너스(Vista Equity Patners) 설립자 로버트 F. 스미스(Robert F. Smith)가 그 주인공들이다.

흑인 부호들인 이들이 기부한 금액은 총 4600만달러. 우리 돈으로 520억원에 이른다.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미국 인종차별 갈등 속에서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서는 중이다.
 

로버트 F. 스미스

소프트웨어나 정보기술(IT) 회사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비스타이쿼티파트너스 설립자 로버트 스미스는 자산이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억만장자다. 오스틴ㆍ시카고ㆍ오클랜드ㆍ샌프란시스코 등지에 회사를 둔 비스타이쿼티는 30여개 소프트웨어 회사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1400억달러(157조원)에 달한다. 

비스타이쿼티파트너스 홈페이지. CEO 소개글에 로버트 스미스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다[출처=비스타이쿼티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회사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최고경영자(CEO)인 스미스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비스타이쿼티파트너스 홈페이지를 포함해 그동안 그의 얼굴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흑인 억만장자인 스미스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 눈초리 때문이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특히 “투자자나 고객들이 나의 능력으로 평가하길 바랐다”며 “까만 피부색에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로 인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스미스가 대중 앞에 등장한건 약 1년 전이다. 올해 6월 전 세계 예술가들이 ‘꿈의 무대’로 꼽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 운영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카네기 홀의 첫 흑인 의장이자, 비(非)뉴요커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는 점차 현실과 맞서는 중이다. 스미스는 지난 1월에는 모교인 코넬대학에 5000만달러(약 564억원)를 기부했다. 2000만달러는 개인적인 기부형태로, 나머지 3000만달러는 재단을 통한 투자로 이뤄졌다.

졸업한 학교를 향한 단순한 애교심이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로 칭해지는 흑인, 그 중에서도 여성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 코넬대 공대에 재학 중인 5000여명 가운데 흑인 학생은 3%에 불과하다. 이 중 여학생 수가 반절에 가까운 42%를 차지한다. 스미스는 인종ㆍ성별의 차별 속에 사는 후배에 대한, 더 나아가 인종차별에 맞서는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건립에도 2000만달러(약 225억원)를 지원하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윈프리 [출처=오프라닷컴]

박물관 건립에 2100만달러(약 237억원)를 기부한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62)는 흑인 인종차별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2013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3만5000달러(약 3900만원)짜리 가방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으나 윈프리를 알아보지 못한 종업원이 “여기는 당신에게 너무 비싼 가게”라며 이를 거부한 경험이 있다.

단지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문전박대한 셈이다. 당시 윈프리는 “나는 조용히 가게를 나왔다”며 “나의 경험이야말로 여전히 인종차별이 횡행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개탄했다.

자산 28억달러(약 3조 1570억원)로 미국서 가장 성공한 흑인 여성으로 꼽히는 오프라는 여성과 흑인들을 위한 교육에 수억달러를 기부해왔다.

그는 1987년 오프라 윈프리 재단과 오프라 엔젤 네트워크를 설립,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돕기 시작했다. 장학금을 지원하고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나눔이었다.

2007년에는 오프라 윈프리 리더십 아카데미 재단을 설립했다. 교육과 질병, 인종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인 흑인 여자아이들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학교를 짓기도 했다. 윈프리는 이를 위해 5년간 4000만 달러(약 452억원) 이상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왔다. 사생아로 태어나 10대 시절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던 그는 사촌에게 강간을 당해 14세때는 미혼모가 됐다가 2주 후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마이클 조던[출처=셀러브리티넷워스]

“더는 침묵할 수 없다”며 인종차별 문제에 전면 승부수를 띄운 흑인 억만장자도 있다. 11억4000만달러(약 1조2850억원) 자산을 보유한 마이클 조던(53)이다.

그는 지난 7월 인터넷매체 ‘더 언디피티드’에 글을 기고했다. 최근 미국서 발생하고 있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가혹행위와 여전히 사회에 팽배한 인종차별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자, 아버지를 폭력으로 잃은 사람으로서, 그리고 흑인으로서, 법 집행 당국 손에 숨진 흑인들의 죽음에 근심하고 있다”며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들과 함께 비통함을 느낀다. 나 역시 그 고통을 안다”고 전했다. 그는 1993년 아버지를 강도ㆍ폭력 사건으로 잃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인종에 관계없이 공정한 대접을 받아야하며, 우리를 지켜주는 경관들이 존중받고 지지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200만달러(약 22억 5500만원) 기부를 약속했다. 기부금은 각각 100만 달러씩 국제경찰기관장협회(IACP) 산하 공동체-경찰 관계 연구소와 전국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법률구조기금에 전달됐다.

두 기관은 흑인 등 유색인종 공동체와 경찰의 관계를 개선하는 운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당시 현지 매체들은 선수 시절 정치ㆍ사회 이슈에 대해 발언을 삼갔던 조던이 흑백 갈등 문제에 목소리를 높인 건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조던은 오프라 윈프리와 로버트 스미스에 이어 500만 달러(56억원)를 흑인역사문화박물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조지 소로스

흑인 억만장자만 인종차별 문제에 분노하고 맞서는 것은 아니다. 백인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85)가 대표적이다. 미국 월가의 ‘큰 손 투자자’로 불리는 소로스는 자신의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을 통해 미국 전역의 ‘풀뿌리’시민단체에 연간 3300만달러(약 372억원) 이상을 수년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흑인단체인 시카고 새뮤얼 드윗 프록스터 콘퍼런스(SDPC)부터 히스패닉 인권 신장 단체 ‘메이크 더 로드 뉴욕’ ㆍ평등 USA 까지. 인종 차별 시정과 미국 사법시스템 개혁을 요구했던 여러 시민단체가 모두 소로스에게서 재정을 지원받았다.

그는 지난달에는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스타트업ㆍ기업 등에 총 5억달러(약 5637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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