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순실, '강남 아지트'서 정·재계 인사 접촉
[경향신문] ㆍ최씨, 미르·K스포츠·더블루K와 가까운 거리에 카페 운영
ㆍ“대기업 총수 면담 퇴짜” 소문도…지난 8월 돌연 문 닫아
ㆍ최씨 모녀회사 ‘비덱’이 매입한 독일 호텔에도 똑같은 카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60)가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카페를 운영하면서 정·관·재계 유력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이 포착됐다. 2014년 12월 처음 문을 연 이 카페는 올해 8월 말까지 운영되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돌연 문을 닫았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씨는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테스타로싸’(Testa Rossa·이탈리아어로 빨간 머리라는 뜻)를 설립·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 카페 1·2층에서는 각종 음료와 샌드위치 등을 팔았다. 3층에는 최씨가 개인 숙소로 쓰는 공간이 있다. 최씨는 주로 2~3층에서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한다. 이 카페 운영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정권 실세 친·인척과 대기업 회장 등이 이 카페에 자주 왔다고 주변에 말했다. 박 대통령과 가까운 최씨가 이곳을 ‘컨트롤타워’로 활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검찰이 기소해 재판 중인 대기업 총수가 최씨를 ‘면담’하려고 시도했지만 최씨가 만나주지 않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카페가 최씨 사업은 물론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의 ‘컨트롤타워’였다는 정황은 도처에서 확인된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회사의 이사였던 김성현씨(43)는 미르재단 사무실을 임차한 인물과 동일한 사람으로 확인됐다.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으로 불리기도 했던 김씨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씨 최측근이다. 이 카페를 통해 ‘최순실 → 김성현 → 차은택 → 미르재단’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K스포츠재단은 물론 미르재단 배후에도 최씨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 카페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과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곳에 있다. 미르재단과는 도보로 12분 거리(807m), K스포츠재단과는 6분 거리(394m)에 각각 위치해 있다. 최씨 소유의 페이퍼컴퍼니인 더블루K 사무실과도 불과 1940m 떨어져 있다. 더블루K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 자금을 유입하는 통로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 회사다.
최씨 모녀 소유의 독일 현지 스포츠 마케팅 회사 비덱(Widec)이 지난해 10월 매입한 독일 호텔 안에도 같은 이름의 카페 겸 레스토랑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호텔은 승마선수인 최씨의 딸 정유라씨(20)의 훈련 보조 차원에서 본인과 스태프를 위해 차려진 ‘베이스캠프’라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서울의 카페와 독일의 카페 겸 레스토랑은 ‘Testa Rossa’라는 이름은 물론 로고까지 똑같다.
이 카페는 지난 8월 말까지 운영된 사실이 확인되지만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다. 최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자 증거를 인멸하려 ‘비밀회사’ 더블루K처럼 종적을 감춘 것으로 보인다.
<구교형·송진식·이유진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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