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1위 국가가 '헬조선'..성장 아닌 행복 정책 펼 때"

입력 2016. 10. 21. 14:56 수정 2016. 11. 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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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의 닉 마크스 연구위원이 2006년 지구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를 개발한 이유는 기존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사람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측정하기엔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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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조 강연 나설 닉 마크스 인터뷰

행복지표 만드는 진정한 목적은
정부 정책방향 ‘성장서 행복’ 전환
“한국도 다양한 행복지표 개발해
생산적인 행복 논의 이끌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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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의 닉 마크스 연구위원이 2006년 지구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를 개발한 이유는 기존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사람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측정하기엔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는 1968년 미국 대선 후보 시절에 로버트 케네디가 연설한 “지디피는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한다”는 말을 인용했다. 닉 마크스는 “로버트 케네디가 1968년에 암살당하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저 같은 통계학자들에게 세상 속에 뛰어들어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들을 찾아오라고 했을 것”이라며 “그러면 그것들을 기초로 지디피를 재설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11월23일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기조강연에서 왜 우리가 행복을 측정해야 하는지, 또 측정한 결과를 어떻게 정책에 활용할 것인지를 발표한다. <한겨레>와의 인터뷰는 지난 17일부터 전자우편을 통해 세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닉 마크스 영국의 민간 신경제재단(NEF) 연구위원이 2010년 7월 미국의 온·오프라인 대중강연 사이트 테드(TED)에서 지구행복지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닉 마크스는 11월23일 열리는 ‘2016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강연에 나선다. 닉 마크스 제공

■ GDP 대 지구행성의 행복 사실 대공황기인 1930년대 초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만든 국민총생산(GNP) 통계가 결함이 많다는 것은 오래된 얘기다. 경제학자 노드하우스와 토빈이 지디피가 측정하지 않는 가사노동과 여가, 환경오염 등의 가치를 반영한 첫 대안 지표인 경제후생지표(MEW)를 1972년 만들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1974년 천연자원의 소진 등을 반영한 ‘삶의 현황 지표’(LSI: Life Situation Index)를 만들어 2년마다 갱신하고 있다. 같은 해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없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무료 온라인 서비스가 쏟아진 2000년대 이후엔 지디피가 디지털 시대에 들어 경제지표로서 더욱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닉 마크스는 “지디피가 측정하지 못하는 영역이 많지만 오히려 불행한 일들이 지디피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플로리다의 원유유출,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사고가 일어나면 거액의 복구재정이 투입되고 지디피는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닉 마크스 역시 지디피의 대안 지표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그가 주안점을 둔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닉 마크스는 “성장보다 행복이 중요하지만,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등 미래를 포기하며 추구하는 현재의 행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1994년에 연구한 영국의 ‘지속가능한 경제후생지수’(ISEW)와 2006년에 개발한 지구행복지수는 모두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지구행복지수는 행복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다. 지수의 이름이 말하듯 지구 행성이다. 이 지수가 포함하는 기대수명 등 여러 요소 중에서 그가 가장 비중있게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는 건 일종의 환경부담비용인 ‘생태발자국’이다. 생태발자국에 대한 강조는 유엔(UN)이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하는 ‘더 나은 삶 지수’(BLI: Better Life Index) 등 여타 행복지수에 견줘 뚜렷이 다른 점이다. 예컨대 유엔과 오이시디의 행복지수에선 스위스·노르웨이·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경제선진국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지만, 지구행복지수에선 2016년 기준으로 코스타리카, 멕시코, 콜롬비아, 베트남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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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를 행복으로 분류해보니… “전세계 국가들을 세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환경 보존은 비교적 잘 되고 있으나 삶의 여건이 열악해 행복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지만 지나친 소비와 자원 사용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대부분의 서구권 국가와 일부 중동 국가들이 해당된다. 셋째가 경제적 여건은 서구 국가들보단 다소 뒤떨어지지만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소비나 환경보존의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국가들이다. 지구행복지수는 이런 나라들을 높게 평가한다.” 닉 마크스는 이어 “미디어를 통해 서구권 생활방식들이 전세계로 퍼지고 있는데, 오히려 서구권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나라들의 생활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닉 마크스는 지구행복지수의 한계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상위권에 오른 나라들의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는 질문에 “그건 지구행복지수가 측정하지 못하는 영역”이라고 시인했다. 지구행복지수를 소개하는 공식 누리집에는 여섯 개의 질의응답 중 하나로 ‘행복지수가 측정하지 못하는 영역’이 나열돼 있다. 인권침해, 폭력, 안전 등이 대표적이다.

그가 행복을 측정하는 완벽한 도구로 지구행복지수를 제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해 다양한 행복지표들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행복지표를 만드는 목적은 정부 정책의 관심을 성장이 아닌 사람들의 행복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그는 ‘행복이 궁극적 목적이라면 어떤 정부 정책이 필요한가’를 연구하기 위해 2001년 신경제재단 안에 웰빙센터를 설립했고, 2009년엔 ‘국민행복계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러한 다양한 행복지표들이 가져올 정책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정부가 범죄율만 측정하면 치안과 방범활동에만 신경 쓴다. 하지만 사람들이 범죄에 얼마나 공포를 느끼는지를 조사하면 무엇이 사람들을 무섭게 하는지, 계층별·지역별 차이가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연구할 수 있다.” 가령 범죄율이 감소하고 있어도 대중매체가 자극적인 범죄를 자주 보도하면 사람들은 실제 위험보다 공포를 더 크게 느낀다. 이럴 경우 통계청이 나서 뉴스에 언급된 사건의 실제 빈도를 통계 자료로 정확히 제시해주면 과장된 공포감에서 비롯된 불행과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

■ ‘헬조선’을 넘어 행복 논의로 우리는 대부분의 삶을 일하며 보낸다. 일은 개인과 사회의 행복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닉 마크스는 일터에서의 행복 조건을 조사·연구하기 위해 2012년 ‘해피워크스’(HW)라는 기구를 설립했다. ‘일터와 행복’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현대인들이 평생 10만 시간 이상을 보내는 일터는 행복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장소다. 일터는 그동안 나의 연구에서 밝혀진, 주체성·공정성·관계 등이 행복에 중요하다는 실용적 지침들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닉 마크스가 그동안 여러 일터와 많은 노동자들을 접하면서 발견한 노동시장의 현실 역시 정책 결정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는 “임금과 복지 등의 여건이 동일하다면, 상대적으로 일반 서비스 직군보다는 보육교사 같은 타인을 돌보는 직군이 더 행복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영국에서 돌봄 직군에 대한 대우가 좋은 편은 아니다. 이런 직군에서 ‘0시간 계약직’(zero-hour contract: 따로 근무시간과 조건을 정하지 않은 일종의 비정규 노동계약)이 확산되는 퇴행적인 모습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는 “서비스 직군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는 역설적이게도 그들에게 고객을 향해 억지로 행복한 모습을 요구하는 ‘감정노동’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 영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닉 마크스는 아시아미래포럼 강연을 준비하면서 한국 사회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전했다. “기사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른다는 사실과 기성세대들이 그런 젊은이들을 못마땅해한다는 것을 접했다. 다양한 행복지표들을 개발하면 세대간 인식의 격차를 넘어 생산적인 행복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윤형중 기자, 이민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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