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황토나무집

매거진 2016. 10.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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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돌 그리고 흙으로 엮어낸 일상

황토집을 처음 접하고 그대로 집짓기까지 이어져버렸다는 건축주 부부. 그들을 사로잡은 황토집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집의 우측면으로 갈수록 지붕선이 높아져 리듬감 있는 외관이 완성되었다. 
전면의 데크는 현무암 석재로 포장해 개량한옥과 어울리는 질감과 무게감을 가진다. 


“처음에는 모던한 스타일의 목조주택을 짓고 싶었어요. 하지만 흙과 나무로 지은 집을 접하고 생각이 크게 바뀌었죠. 잠깐 머물다 나왔을 뿐인데 집에서 나는 향과 기운에 무척 상쾌했거든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건축주 정경숙 씨는 개량한옥을 선택한 이유로 먼저 이 방식으로 집을 지은 아주버님 댁의 방문 경험을 소개했다. 오랜 도심 콘크리트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교외의 전원주택을 고민하고 있던 부부에게 흙과 나무, 숯 등의 천연자재로 지어지는 개량한옥은 신선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가격보다도 ‘몸에 맞는 자재와 공법’에 무게를 둔 부부는 그대로 계약을 진행했고 집짓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앞마당에는 암석정원을 꾸며 산세의 풍경과 자연스레 어울린다.
PLAN - 1F (98.05㎡)
PLAN - ATTIC (18.48㎡)


HOUSE PLAN

대지위치 : 경상남도 창원시 / 대지면적 : 977㎡(296.06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다락층 / 건축면적 : 98.05㎡(29.71평)

연면적 : 116.55㎡(35.31평) / 건폐율 : 10.04% / 용적률 : 11.93%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약 6.7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지상 - 한옥목구조, 황토심벽치기

구조재 : 벽 - 황토왕겨숯단열벽체, 북미산 더글라스 240×240 기둥, 지붕 - Ø120㎜ 원목 서까래

지붕마감재 : 방수시트 시공 후 세라믹기와

단열재 : 왕겨숯단열벽체 120㎜

외벽마감재 : 황토분말 도장 50㎜

창호재 : LG하우시스 페어 유리 일반 이중 새시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 화목보일러

공사비 : 평당 600만원

실시설계 : 삼원 건축사사무소

계획설계 및 시공 : 황토와 나무소리 055-748-9581~3  |  www.inamusori.co.kr


목조기둥과 원목가구, 황토미장은 전통적인 실내 분위기를 연출한다. 
평소 등산이나 헬스 등 운동을 즐기는 부부는 데크에도 운동기구를 놓았다. 
찜질방에는 전통방식의 구들과 장판, 간소한 가구를 놓아 한식 느낌을 살렸다. 


작년 9월에 입주해 이제 꼭 1년이 된다는 정경숙 씨는 “우리 부부가 평소 비염이 있어 겨울이면 가습기를 틀기 바빴는데, 이 집에 와서는 한 번도 가습기나 제습기를 틀어본 적이 없다”며 새집에서의 변화한 일상을 이야기했다. 집을 구성하는 흙과 나무, 특히 숯 단열재가 자연적으로 습도를 조절해 장마철에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내부 실 배치는 남쪽을 향해 안방부터 찜질방까지 좌우로 길게 배치했다. 정경숙 씨는 각 실 중 가장 자주 애용하는 공간으로 찜질방을 꼽았다. 집의 동측에 다락을 배치해 일반적인 한옥의 단조로움을 벗어나 리듬감있는 외관을 구성했다. 안방 반대편에 위치한 찜질방의 바닥은 전통 방식의 구들 위에 한지 장판으로 마무리했다. 벽면은 다른 실과 마찬가지로 황토 미장을 했지만, 특별히 더 두텁게 마감해 황토의 느낌을 충실히 살렸다. 덕분에 아늑해진 찜질방은 부부의 겨울 침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난방은 찜질방에는 구들에 장작을, 나머지는 화목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적용했다. 지난 겨울, 난방비로 월 10만원에 못 미치는 금액을 지출했다. 겨우내 찜질방에서 지내 전체 난방을 적게 한 것도 있지만, 마감을 포함한 220㎜에 달하는 왕겨숯단열벽체의 단열성능도 난방비 절감에 큰 역할을 했다.


주방은 보조주방과 공간을 나눠 효율적인 사용을 도왔다. / 외부 다용도실로 나가는 공간. 붙박이장에는 건축주가 아끼는 도기 그릇들이 가득하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황토분말 도장 50㎜ / 바닥재 : 강마루, 전통 한지 장판

욕실 및 주방 타일 : 진주 화신하우징 / 수전 등 욕실기기 : 진주 화신하우징, 대림

주방가구 : 자체제작 / 조명 : 오픈마켓 구매

계단재 : 미송 / 현관문 : 부산 빅하우스

방문 : 자체제작 / 붙박이장 : 자체제작

데크재 : 현무암


주방에는 보조 주방을 따로 두었다. 주방의 큰 창으로 보조 주방을 거쳐 밖을 조망할 수 있게 하고 싶었지만, 서까래 구조상 보조 주방에는 창을 크게 쓸 수 없어 아쉽게도 계획한 면적의 절반 정도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주방에는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이 있어 실내외의 유연한 출입 동선을 구성했다. 복도와 공간을 구분하는 주방 쪽 내벽은 상부 부분을 오픈했다. 덕분에 천장이 한눈에 들어와,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동시에 넓은 공간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집 밖으로 나오면 서측에 카포트와 태양광 발전기, 외부 다용도실과 화장실이 있다. 외부 다용도실은 찜질방의 구들을 덥히는 아궁이실을 겸해 활용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기가 놓인 공간은 그 전까지는 텃밭으로 활용했었는데, 야간 조명을 즐기는 건축주의 에너지 고민으로 보조금 지원을 받아 발전기를 설치하게 되었다.


주택 좌측면 뒷부분 모습. 외부 화장실과 다용도실이 위치해있으며 오른쪽으로 아궁이 굴뚝이 보인다.
외부 화장실과 다용도실

외부에 따로 배치된 화장실과 다용도실은 용무를 위해 내부로 들어가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외부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다용도실에는 아궁이를 배치했다. 아궁이 앞, 직접 손으로 돌려 작동하는 옛 방식의 풍로가 정겹다. 


주택 입구에서 본 개량한옥의 전경


이 집에 와서 아쉽거나 힘들어진 점이 없냐는 질문에 장난스런 표정으로 “정원이며 집이며 소소하게 관리하는 게 가끔 귀찮긴 해요.”라며 웃는 정경숙 씨. 하지만 일어나면 푸른 산과 들이 눈앞에 펼쳐져 매일이 새롭고, 정원을 관리하며 땀을 흘리고 나면 오히려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자연의 재료를 담아 숨을 쉬는 집처럼, 부부는 집, 그리고 땅과 함께 호흡하며 느긋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ZOOM IN  |  왕겨숯단열벽체

개량한옥에는 120㎜의 왕겨숯단열재와 안과 밖 황토 미장 각 50㎜씩 총 두께 220㎜ 달하는 단열벽체가 사용되었다. 이 벽체는 0.22W/㎡·K의 열관류율을 가지는데, 올해 7월부터 강화 적용된 단열기준 0.320W/㎡·K(남부지역 단독주택 외벽 기준, 수치가 낮을 수록 단열 성능 높음)을 충분히 만족하는 성능이다. 왕겨숯단열벽체는 단열 외에 실내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취재_신기영  |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0월호 / Vol.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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