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현장리포트] "이랏샤이마세" 일본땅 밟자마자 맞아준 건 '페퍼'

이승우 2016. 10. 2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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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이제 상상 아닌 일상 소프트뱅크 '페퍼' 1분 만에 완판 주문 받고 말동무하고 돌봄까지..로봇은 인공지능·IoT 기술 결정체 일본 2020년 '로봇월드컵' 개최 선언 로봇설비 도입한 중소기업에 세금 혜택 등 기술 표준·산업 고도화에 박차 "로봇 SW 부족하다" 미국 등과 협력

[ 이승우 기자 ]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 나리타공항이나 하네다공항에서 가져오신 짐을 호텔까지 보내드립니다.”

지난달 22일 일본 도쿄역 지하의 공항 서비스 센터. 한 점원이 관광객을 상대로 수화물 운반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그의 설명을 유심히 듣고는 짐을 맡겼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서는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아리가토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를 외친 이 점원은 키 120㎝ 남짓한 인간형 로봇 ‘페퍼’였다.

페퍼는 소프트뱅크 로봇이 지난해 선보인 서비스용 로봇이다. 사람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 지난해 6월20일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준비한 물량 1000대가 1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휴대폰 판매, 쇼핑몰 안내, 커피숍 주문 등에 활용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페퍼를 제조원가 이하인 19만8000엔(약 210만원)에 팔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수집해 페퍼의 성능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로봇산업은 경제성장 연결고리”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로봇’이다. 로봇은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다. 로봇 기술의 발달로 제조업은 물론 국방, 농림어업, 서비스업 등 전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로봇산업 성장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중요한 연결고리”라며 “이 같은 이유로 세계 각국은 로봇산업을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진 주로 산업용 로봇 위주로 시장이 성장했지만 IoT와 AI의 발달로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용 로봇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14년 기준 일본의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600억엔 수준으로 산업용 로봇(6000억엔)의 1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이면 산업용 로봇과 같은 1조2000억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스다 다카시 도레이경영연구소 산업경제조사부문장은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할 서비스 로봇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2020년 로봇올림픽 개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로봇올림픽’도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개최 형식과 종목을 확정하고 2018년 사전 대회를 열 계획이다. 제조·서비스·재해 등 3개 분야 10개 종목에서 참가자들이 로봇 기술을 겨루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로봇 기술을 자랑하는 동시에 서비스 로봇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로봇 활성화를 위해서도 발벗고 나섰다. 산업 고도화는 물론 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이다. 경제산업성은 지난해부터 로봇산업의 중소 수요업체와 중소 공급업체를 동시에 지원하는 ‘로봇도입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존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 중소기업·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로봇 도입 비용의 3분의 2를 보조하고 로봇설비 도입 비용에 세액공제 혜택 등을 주고 있다. 로봇 제조업체에는 보급형 서비스용 로봇 개발·제조비 지원을 추진 중이다. 이노우에 히로 경제산업성 산업재생과장은 “로봇 도입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새로운 시장과 산업으로 구조 변화에 대응하면 그 이상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없인 시장 경쟁 어려워”

일본 로봇산업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로봇 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이를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화낙의 이나바 요시하루 회장은 지난 7월 한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IoT나 AI 기술을 접목해 효율적인 공장을 세우기 위해 시스코, 록웰오토메이션 등 외국 정보기술(IT)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프트뱅크가 영국 모바일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가와 마사시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소프트웨어가 빠진 제조업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도쿄=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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