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살이로 시작하는 협소주택 이야기

매거진 입력 2016. 10. 17. 09:52 수정 2016. 10. 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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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집

결혼생활 5년차, 두 번째 집에서의 계약이 끝난 뒤 남편은 한 협소주택에 한눈에 반했다. 네 살 아이가 있는 한 가족은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주택생활을 시작했다.


가로수가 우거진 길 사이로 보이는 건물의 외관
CONTEXT


“갤러리야? 공중화장실이야? 아니면 관리사무소?”

서울 동작구 까치산 아래, 논란의 중심에 선 건물 한 채가 있다. 문이 열리고 네 살박이 아이와 부부가 나오자 사람들은 “이게 집이었구나!” 하고 신기해한다. 일반적인 주택과 달리 너무 높고 길어 조형물 같기도 한 이 협소주택에는 얼마 전 정봉광, 김화빈 씨 부부와 딸 루아, 세 식구가 이사를 왔다.

지금의 협소주택이 세워진 부지는 원래 주변 아파트 텃밭으로 사용하던 땅이었다. 텃밭으로 쓰기에도 그리 넓지 않은 고작 42㎡의 면적. 윤집의 윤병철 소장은 누구도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던 자투리땅에 건축가의 직감을 발휘해 협소주택을 시도했다.

원래는 한 명의 자녀를 둔 윤소장 가족이 직접 살기 위해 지은 집인데, 둘째가 태어나는 바람에 더 넓은 집이 필요해져 고민 끝에 세를 내놨다. 마침 근처에서 전세를 구하려고 발품을 팔던 봉광 씨의 눈에 이 집이 들어온 것이다.


가족이 거실 겸 간단한 서재로 사용하는 3층 공간의 계단에 걸터앉은 모녀
건물의 뒷편으로는 조금 낮은 대지에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도심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든다. / 주변 나무가 어울리는 컬러로 입구에 힘을 주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동작구 / 대지면적 : 42㎡(12.70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 건축면적 : 24.69㎡(7.47평)

연면적 : 49.97㎡(19.67평) + 19.05㎡(서비스면적) / 건폐율 : 58.79%(법정 60%)

용적률 : 118.98%(법정 200%) / 최고높이 : 9.7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조 / 구조재 :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조

지붕마감재 : 복합방수, 무근콘크리트, 우레탄 도막방수, 잔디식재 + 목재 플로링

단열재 : 벽 - THK60 열반사로이단열재, 천장 - THK100 열반사로이단열재

외벽마감재 : 콘크리트 면처리 후 발수코팅 / 창호재 : LG하우시스 THK24 로이복층유리 PVC 이중창호 /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디자인 : yoonzip(윤집)  http://yoonzip.tistory.com

건축설계 : 건축사사무소 꾸메 02-6219-0749

SECTION


그러나 가족이 입주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부모님들은 너무 좁고 낯선 외관을 갖고 있어 ‘집 같지가 않다’며 난색을 표하셨다. 게다가 주택이 밀집된 곳이 아닌 길 한복판에 있는 것도 부모님들에게는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봉광 씨는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오픈되어 있어 오히려 안전하는 생각이었어요. 아주 늦은 밤부터 이른 새벽까지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 있거든요. 이런 곳에서 침입을 시도하는 것이 더 힘들지 않을까요?”

아파트만 고집했던 화빈 씨도 문제였다. 예쁜 집이지만 매일 계단을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 도무지 ‘내 집’ 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다며 반대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올림픽 유치보다 더한 설득을 했고, 결국 각서를 쓰고 사인까지 하고 나서야 이사를 결정했다. 이랬던 화빈 씨가 본격적으로 ‘내 집’이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바로 옥상의 해먹이었다. 일상에 시달리던 어느 날, 옥상의 해먹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다고. 그 이후로 아내는 이 집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독특한 집의 구조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 때문에 내성적인 성격도 많이 변했다. 집이 도시에서 이웃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어 네 살 아이에게도 참 좋다는 부부다.


부부의 침실로 사용하는 1층은 현관보다 반층 낮은 공간에 배치했지만, 창이 넓은 발코니를 통해 쏟아지는 햇볕이 있어 자연광으로도 충분히 밝다. 
가족의 주생활 공간인 3층. 생활공간이 남향이라 집안 곳곳에 화분도 많이 배치할 수 있다. 


애초에 세 사람으로 구성된 가족을 위해 지어 놓은 협소주택은 루아네 가족에게도 딱 맞았다. 세 층의 바닥 면적을 전부 더하면 스무 평이 조금 넘는 공간이지만 스킵플로어 방식으로 층 사이마다 각각 현관, 화장실, 아이의 놀이터를 배치했기 때문에 같은 면적의 단층집에 비하면 훨씬 넓게 사용할 수 있다. 1층은 부부의 침실과 드레스룸이, 2층에는 주방이, 3층에는 서재 겸 거실이 있어 집으로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1층에서 옷을 갈아입고 2층과 3층을 오가며 아이와 하루를 보내게 된다. 수납공간이 많아 침대나 책상 말고는 따로 가구도 필요하지 않다. 부부는 그 자체가 너무 예쁜 집이라 인테리어를 최소화로 하고, 패브릭이나 소품으로 조금씩 공간에 힘을 주었다고 전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실. 반층 높이에 현관이 있고, 계단 반층 내려오는 사이 공간을 드레스룸처럼 활용했다. / 3층에서 옥상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아이의 장난감을 두어 아이가 이곳을 자신의 방처럼 쓰며 놀이를 할 수 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친환경 VP 도장 / 바닥재 : 동화자연마루 강마루

욕실 및 주방 : 타일 미래세라믹, 패턴타일, 모자이크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 가구 : 주문제작 / 조명 : 화인조명 LED T5, 펜던트, 브라켓

계단재 : THK15 미송합판 위 강마루 / 붙박이장 : 제작가구(THK17.5 일반합판 위 투명수성락카)

데크재 : THK21 방부목 데크


2층과 3층 사이의 빈 공간에 위치한 욕실
2층은 주방으로 깔끔하게 구성했다


옥상 정원에 모인 가족. 옥상이 있어 빨래널기도 좋고 사람들을 자주 초대해 바비큐 파티도 한다.


부부는 루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이 집에 살기로 계약을 했다. 루아가 진학을 하게 되면 학교에 맞춰 집을 옮겨야 할 테니, 어쩌면 지금 이 시기에 살기 딱 좋은 집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우선 유치원이나 부부의 직장과도 가깝고, 아직은 루아가 어리기 때문에 방문 없이 트인 공간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단층인 집에서는 루아가 여기저기 장난감을 흩트리며 다녔지만 지금은 층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루아도 놀이공간에서만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부부는 계약이 끝나면 이 집을 설계한 윤 소장의 도움을 받아 다음 살 집을 마련하려는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음 집 계약은 무조건 아파트로 한다’는 각서의 내용은 이미 흐릿해진지 오래다.


윤집 윤병철 소장이 전하는 ‘바람이 불어오는 집’ 이야기

협소주택 프로젝트인 ‘사이 프로젝트ʼ의 하나로 완성된 ‘바람이 불어오는 집’은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이 땅을 발견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한적한 도로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나무가 우거진 이곳에 집을 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공사가 끝나고 옥상에 올라가서 본 풍경이 산 정상에 올랐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한적한 도로의 풍경이 좋아 집을 짓게 되었지만 설계에 돌입하자 외부에서 집을 향한 시선이 문제 요소가 됐고, 계단과 마당에 설계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당은 꼭 필요했지만 대지 특성상 다른 집처럼 지상 층에 둘 수 없어 옥상으로 올렸습니다.

작고 폭이 족은 대지에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대지의 형태와 축을 그대로 따라가 건물을 배치했습니다. 벽체 두께는 최소화하고, 외부 마감재 두께를 줄일 수 있는 철근콘크리트조에 내단열을 선택했습니다. 원래는 제가 가족과 살기 위해 계획한 집이었지만, 지금 살고 있는 가족이 제가 계획한대로 집을 이용하며 애정을 가져주니 무엇보다 기분이 좋습니다.


취재_이아롬  |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9월호 / Vol.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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