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 초딩도 피우는 '비타민 담배', 아무도 모르는 연기의 정체

이슈팀 이지연 기자 2016. 10. 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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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왕 김꿀빵] 청소년 인기 아이템 '피우는 비타민', 안전성 검증은 '뒷북'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지연 기자] [[설명왕 김꿀빵] 청소년 인기 아이템 '피우는 비타민', 안전성 검증은 '뒷북']

"교복 입고 사러 가도 그냥 줘요. 학생이라고 안주려는 약국도 가끔 있는데 비타민 담배로 금연할 거라면 다 뚫려요."(경기M고등학교 3학년 A양)

'피우는 비타민'이라고 들어봤니?(#비타민담배 #비타스틱 #릴렉스틱) 약국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인데, 모양이 전자 담배랑 비슷해.

하지만 니코틴 성분이 들어 있는 건 아니라서 중·고등학생들은 물론이고 초딩들까지도 아무런 제한없이 쉽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지. 신분증 없이도 구할 수 있는 담배라니,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이용했을지 상상이 가지?

'피우는 비타민'으로 알려진 '비타스틱'. /사진=뉴시스

SNS를 검색하면 청소년들이 피우는 비타민을 이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 구하기 쉬운데다 담배 피우는 척도 할 수 있으니 허세를 부리고 싶은 학생들 사이의 '잇템'이 된 거지. 게다가 내용물이 '비타민'이라고 하니 선생님들께 걸려도 '이거 비타민인데요?'하고 우길 수 있고 말이야.

어린 양들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피우는 비타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어. 성분만 다를 뿐 거의 모양이나 사용법이 담배와 다를 게 없다 보니까 피우는 비타민이 마치 진짜 담배를 피우기 전 치르는 튜토리얼 모드처럼 여겨진다는 거야.

운동선수들이 연습과 훈련을 반복한 끝에 본 경기에 나가듯이 우리의 자라나는 새싹들이 담배 비스무리한 걸 피우면서 담배에 점점 익숙해지고 마침내 별거 아니게 된 담배에 손을 대게 된다는 얘기지.

청소년들의 허세템으로 떠오른 '피우는 비타민'. /사진=네이트 판 캡처

한창 성장중인 청소년들이 비타민을 섭취하겠다는데, 그게 기체 형태라고 해서 무작정 막는 것도 좀 이상해 보여. 비타민은 몸에 좋은 거니까 열심히 챙겨먹으라고 할 땐 언제고?

그런데 말이야. 비타민이 몸에 좋은 건 사실이지만 연기 형태로 비타민을 흡입했을 때도 몸에 좋은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해.

일단 피우는 비타민의 성분을 살펴보면 비타민의 총 함량은 평균 약 50㎎정도에 불과해. '비타500' 같은 일반 비타민 음료에 들어있는 비타민 함량이 평균 500㎎이니까 피우는 비타민의 비타민 성분은 음료의 1/10밖에 안되는 거지.

게다가 피우는 비타민은 음료처럼 한 번에 섭취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에 나눠서(#평균 500회) 흡입하기 때문에 음료나 알약 형태와 비교했을 때 섭취량이 훨씬 적어.

일동제약 비타민연구소에 따르면 비타민은 '위'와 '장'을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비타민을 입과 폐를 통해서 흡입해봤자 효과가 없다고 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비타민 성분은 열에 의해 파괴되지. 결국 피우는 비타민에서 나오는 기체 속에 비타민 성분이 남아 있을 확률은 0에 수렴하는 거. 피우는 비타민을 통해 비타민을 흡수하는 건 불가능한 셈이지.

그동안 우리가 피워댄 건 뭐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비타민 없는 비타민 기체가 몸에 좋은지, 나쁜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큰 문제야. 피우는 비타민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대부분이 액체 성분의 안전성만 검증한 상태거든. 물론 그마저도 검증하지 않은 곳도 있고.

그리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10월 1일부터 피우는 비타민을 '흡연습관개선보조제(의약외품)'로 지정하고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제품만 판매하도록 했어.

의약외품 허가를 받으려면 피우는 비타민이 정말 안전한지 증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험 결과를 제출해야 하거든. 그런데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제품이 현재까지 하나도 없어. 고로 지금 판매되고 있는 피우는 비타민은 모두 po불법wer! 단 to the 속 대상!

이런 이유때문에 피우는 비타민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제품인 '비타스틱'의 유통업체 (주)비타씨그코리아는 9월 한 달 동안 고별 행사를 열고 10월부터는 판매를 중단했어.(#재고정리#폭탄세일#사장님이_미쳤어요)

의약외품 허가를 받으려고 했는데 허가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제품당 약 4억원 ㄷㄷ) 시간도 오래 걸려서(1년 반 이상 ㄷㄷ) 어쩔 수 없이 판매를 중단하게 되었다면서.

비타스틱 고별 행사 안내문. /사진=비타스틱 홈페이지

업체의 얘기대로 의약외품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자료를 만들려면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기관을 통해 실험을 진행해야 돼. 피우는 비타민의 연기를 마시는 게 안전한지 검증을 해야 하는 거지.

그런데 그런 실험을 진행해 줄 수 있는 기관 자체가 국내에는 몇 개 없어. 그마저도 이미 다른 분야의 실험들이 진행 중이어서 피우는 비타민의 흡입 독성 검사를 지금 당장 롸잇나우 진행해 줄 수 없는 상황이야. 그래서 피우는 비타민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1년 전부터 실험을 의뢰해 왔는데도 아직까지 결과를 얻지 못했대.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사진=복지TV '명품가요쇼' 캡처.

검사 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따르면 흡입독성을 검사하는 데 하나의 제품 당 약 7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 그러면 7가지의 각기 다른 향을 가진 피우는 비타민인 비타스틱 같은 경우는 모든 제품에 대한 검사가 완료되려면 약 49개월이 걸린다는 소리지.

검사 결과를 받는 데만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인 거야. 앞으로 피우는 비타민은 적어도 몇 년 동안은 보기 힘들 거란 소리지.

흡연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피우는 비타민을 즐겨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피해자가 되었어. 아니, 담배 좀 끊어보려고 피우는 비타민으로 갈아타려고 하는데 갑자기 단종이라고?

게다가 비타민이니까 건강에 좋다고, 몸에 좋은 담배라고 내버려 둘 땐 언제고 이제와서 모르겠다니? 위험할 수도 있다니? 정부 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그동안 우리는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피우는 비타민 제품들을 약 1년간 이용해 온 거야. 체내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정부야, 정신 차려. /사진=뉴스1

애초에 제품이 유통되기 전에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고, 일단 유통시켜놓고서 문제가 터지면 그때서야 조치를 취하는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 또다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 벌어졌어.

가습기 살균제(feat.옥시)도 그렇고 메디안 치약(feat.아모레퍼시픽)도 그렇고 계속해서 같은 문제들이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발전이 없다니 정말 놀랍지 않아?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아닐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어. 매번 넘어간다면 이런 방식이 관례가 될 거고, 정부나 우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에 익숙해질테니까 말이야. 그동안 피우는 비타민을 이용해왔다면 건강검진 꼭 받아보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또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안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자구.

는 이제 그만!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이슈팀 이지연 기자 easykit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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