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와 만납시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되려는 '느티'의 이야기

김동환 2016. 10. 1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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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내견.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훈련된 장애인 보조견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장애인 스스로 독립된 삶을 영위하고,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28개국에 70여 곳의 안내견 양성기관이 있습니다. 2년 마다 각국 기관 관계자들이 세미나도 개최합니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1993년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처음 문을 열었으니, 약 10년 만에 세미나를 개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하면 어떤 개가 떠오르시나요? 네, 맞습니다. 리트리버죠. 정확히 명칭을 부르자면 래브라도 리트리버입니다. 캐나다에서 유래한 종입니다. 털이 길고 원산지가 영국인 골든 리트리버와는 다릅니다.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충성심이 강해 안내견으로 양성하거나 일반 가정에서 반려견으로도 함께 지내기도 합니다.

15일은 올해로 37회를 맞이한 ‘흰 지팡이의 날’입니다.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지정한 날이죠. 리처드 후버 박사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도우려 제작한 흰 지팡이의 상징적인 의미를 따 명명했습니다. 흰 지팡이와 안내견 모두 시각장애인에게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지금까지 총 189마리의 안내견을 무상으로 시각장애인에게 기증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은 총 59마리입니다. 삼성화재라는 명칭 때문에 다소 헷갈릴 수 있지만, 운영 주체는 에버랜드입니다. 안내견학교는 삼성화재가 에버랜드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내견학교에서 생활하는 느티를 만나고 왔습니다. 올해 두 살인 느티는 수컷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20대 초반이라고 하네요. 교육과정의 60~70%를 끝낸 느티는 내년 1월에 시험을 봅니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서는 총 세 차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만약 시험을 통과한다면 느티도 한 시각장애인의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인터뷰 내내 얌전히 앉아있던 느티.



“오전 8시에 출근해서 훈련 일정과 관련해 스탠드 미팅을 합니다. 밥을 먹이고 변을 보게 하면 그때부터 훈련이 시작됩니다.”

올해 안내견 훈련사 경력 20년째인 신규돌(47)씨는 “50군데 정도의 훈련지가 있다”며 “난이도에 따라 개체에 맞는 훈련을 진행한다”고 말했습니다. 50곳이라지만 가지를 치면 더 훈련코스가 많아진다는 게 신 훈련사의 설명입니다.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선 수내역 인근에서 진행된 훈련은 난이도가 제법 높다고 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탑승을 시작으로 백화점과 각종 시설이 밀집한 지역을 지나, 근처 아파트까지 다녀오는 코스입니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유혹을 견뎌낼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박재만 훈련사, 신규돌 훈련사, 홍아름 훈련사 그리고 이진용 훈련사(사진 왼쪽부터).



신 훈련사는 “사람이 많으면 반응도 다양하다”며 “만지는 사람도 있고, 무서워서 도망가는 사람도 있으며, 무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다행히 안내견 인지도가 높아진 덕분에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지나가며 미소 지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안내견을 안타깝게 여기는 시선이 많습니다. 태어나 고생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물론 저도 그랬는데요. 이날 훈련을 지켜보니 그렇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안내견들에게 훈련은 산책이었습니다. 시작부터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모습이 마치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이었습니다.

“훈련은 평일에만 합니다. 주말에는 개들도 쉬어요. 학교 마당에서 뛰놀기도 하고, 사료가 들어간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부정강화라고 해서 ‘안돼’라는 말이 많은 훈련을 진행했는데요. 이제는 ‘잘했어’라는 말을 많이 해주는 긍정강화 훈련을 하다 보니 개들이나 훈련사들이나 모두 즐거워합니다.”

 

건널목에서 대기 중!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현재 안내견학교에는 총 19마리가 살고 있는데요. 전부가 시험에 통과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통상 10마리 중 3마리의 비율로 시험을 통과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7마리는 어떻게 될까요?

신 훈련사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개들은 반려견의 삶을 살게 된다”고 했습니다. 안내견학교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안내견으로 부적합하다고 판정된 개들은 치료견, 재활보조견, 인명구조견 등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하거나 일반 반려견이 됩니다.

“안내견은 무엇을 먹나요?”라고 질문했더니 “사랑을 먹고 산다”라고 신 훈련사는 답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한바탕 웃은 신 훈련사는 “사료만 먹고 산다”며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만 먹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대신 개들의 활동량과 체형에 따라 사료양은 달라진다고 합니다.

 

느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홍아름 훈련사가 데리고 있던 다른 안내견. 어쩐지 웃는 것 같습니다.



신 훈련사는 “말썽을 부리고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던 개가 기억에 남는다”며 “훈련시킨 개가 시각장애인과 짝이 되어서 환상적인 궁합을 선보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식을 보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미성년자를 빼고 안내견이 꼭 필요한 장애등급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안내견과 살 수 있는 시각장애인 수가 줄어든다”며 “‘왜 많은 사람에게 주지 않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많은 분께 혜택을 주고 싶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신 훈련사와 동행 인터뷰를 하는 내내 옆에서 걷던 느티는 건널목이 눈앞에 나타나면 제법 멈출 줄도 알고, 기다렸다가 갈 줄도 압니다. 대견합니다. 내년 1월 시험 통과도 문제 없어보입니다. 과연 느티는 어떤 결과를 안게 될까요?

안내견 양성에는 약 2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번식에서 퍼피워킹(Puppy Walking), 안내견 훈련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교육 등을 모두 끝내야 비로소 진정한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살아간다고 하네요. 여기서 퍼피워킹은 1년간 일반 가정에 위탁, 사회화과정 거치는 걸 말합니다. 이들 위탁봉사자는 모두 무보수 자원봉사자입니다.

 

저도 같이 걸어봤는데요. 예상과 달리 끄는 힘이 강해 약간 당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길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만났을 때의 주의사항을 소개합니다.


① 보행 중인 안내견을 쓰다듬는 등 접촉은 피해 주세요. 안내견은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터라 쓰다듬어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안내견을 만지면, 옆의 시각장애인 보행에 영향을 줘 예기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눈으로만 보시고 마음으로 귀여워 해주시는 게 안내견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② 안내견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마세요. 보행 중에 먹을 것을 탐하면 시각장애인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주인이 주는 사료만 먹어야 합니다. 자칫 설사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귀엽다고 안내견에게 사람이 먹는 과자 같은 음식을 주는 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게 모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③ 안내견이 기특하다고 “우쭈쭈” “쪽쪽” 등의 말로 부르는 건 안내견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에 방해가 됩니다.

④ 다만, 버스정류장이나 건널목에서 안내견을 볼 때는 정차하는 버스를 시각장애인에게 알려주시거나 신호등이 바뀌는 걸 말해주셔도 됩니다. 개는 색맹이므로 신호등의 색깔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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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삼성화재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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