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스마트폰 이어폰 너, 많이 컸네

심희정 기자 2016. 10. 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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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기기의 성능, 가격,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카메라 화소나 베젤(테두리), 그립감 등 이용자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도 가지각색이다. 앞으로는 이 기준에 ‘번들 이어폰’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맞춘 ‘프리미엄’급 이어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소비자 눈길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번들 이어폰’은 묶음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번들(bundle)과 이어폰을 결합한 말이다. 휴대전화를 사면 패키지에 함께 담겨있는 이어폰을 번들 이어폰이라고 부른다. 번들 이어폰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휴대전화의 부속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여러 제조업체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번들 이어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번들 이어폰이 ‘공짜’ 개념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진화하는 번들 이어폰

2007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음악 감상과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번들 이어폰의 휴대성과 성능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좀 더 선명하고 풍부한 음향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제조사들은 번들 이어폰의 성능을 점차 강화해 나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3와 갤럭시 노트의 번들이어폰(EHS64)에서 커널형 타입을 적용해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착용감을 높였다. 음악 감상과 모바일 TV 시청에 적합하다는 점도 내세웠다. 이어폰에 음량 버튼과 후면 마이크를 탑재했다는 점을 강조해 스마트폰을 작동하지 않더라도 이어폰 만으로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갤럭시 S4와 노트3부터는 고품질 음향을 강조한 번들 이어폰(HS3303)을 내놨다. 이어폰 엉킴을 방지하는 플랫 케이블, 일명 ‘칼국수 줄’을 적용해 편리성을 높였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LG G2, 팬텍 베가 시크릿업 등의 번들 이어폰은 모두 ‘칼국수 줄’을 적용했다. 음향 역시 달라졌다. 고음역대와 저음역대를 안정적으로 구사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커널형과 오픈형을 합친 ‘하이브리드 타입’은 갤럭시 S6부터 적용된 번들 이어폰 ‘인 이어 핏’의 가장 큰 변화다. 커널형은 귓속에 이어폰을 넣는 방식이라 장시간 사용하면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하이브리드 타입의 번들 이어폰을 써 본 사용자들은 불편한 착용감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기능도 한 발 앞서갔다. 삼성전자는 이어폰 마이크가 내장된 부분에 바람 소리를 최소화하는 재질을 적용해 통화할 때 선명한 소리를 전달하도록 했다.

품귀 현상으로 따로 구매하기도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 G시리즈에서 번들 이어폰 ‘쿼드비트’를 제공했다. 쿼드비트는 공개 직후 번들 이어폰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폰 음질 평가전문 사이트인 ‘골든이어스’는 “번들 이어폰이지만 10만원 이상의 음질을 갖췄다”라고 극찬했다. 국내에서도 번들 이어폰만 따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생기면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후 LG G2, G3 시리즈와 G Pro 2, G Flex 2까지 오랫동안 LG전자의 번들 이어폰으로 사용된 ‘쿼드비트 2’와 LG G4와 함께 제공된 ‘쿼드비트 3’ 는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번들 이어폰이 구현하기 어려운 저음을 깊이 있게 구현해 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번들 이어폰임을 고려하더라도 2만원대의 가격은 비싼 편임에도 쿼드비트 이어폰을 따로 사는 소비자도 꾸준히 있었다.

LG V10과 함께 제공된 ‘쿼드비트 3 Tuned by AKG’는 명품 오디오 브랜드 AKG에서 직접 튜닝해 또렷하고 선명한 음질로 호평을 받았다. 기기와 연결하는 부분이 ‘ㄱ(기역)자’ 모양에서 일자로 변경됐고, 컨트롤 조작부도 달라져 깔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또 장시간 사용해도 무리 없을 정도로 착용감이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9일 판매를 시작한 V20는 세계적 오디오 기업 뱅앤올룹슨의 ‘B&O 플레이’ 부문과 협업한 번들 이어폰을 함께 제공했다. B&O 플레이는 V20 번들 이어폰의 디자인부터 음색까지 함께 튜닝해 음향을 최대한 왜곡 없이 전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고유의 하이파이 오디오 기술에 B&O PLAY 특유의 음질튜닝 기술을 더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뛰어난 프리미엄 사운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폰 뒷면에는 B&O 로고가 새겨져 있어 디자인만 봐서는 번들 이어폰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번들’ 빼고 독립하는 이어폰

애플이 지난 7일 아이폰7과 함께 발표한 ‘에어팟(Airpods)’은 아이폰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출시 전 아이폰7에 이어폰 단자를 없앤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블루투스 이어폰을 번들 이어폰으로 제공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에어팟을 따로 판매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에어팟은 블루투스로 아이폰이나 태블릿 등 기기들과 연동된다. 선을 없애도 불편하지 않도록 에어팟은 이용자가 귀에 끼고 있는지를 판단해 자동으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일시정지 한다. 음성 감지 가속도계로 사용자가 통화 중인 상황에는 외부 소음을 차단한다. 배터리 수명도 긴 편이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시간까지 재생할 수 있다. 충전 케이스에 15분만 넣어두면 3시간 동안 사용할 수도 있다.

에어팟의 등장은 선을 없앤 이어폰이 앞으로의 표준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번들 이어폰이 ‘공짜’로만 제공되는 것이 아닌, 좀 더 많은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독자적인 길로 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에어팟 출시는 애플이 향후 다양한 아이폰 전용 액세서리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디바이스나 앱스토어 수익에서 벗어나 전용 주변기기를 통한 수익 다각화를 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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