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계초월' 수원FC, 근거 있는 '잔류 자신감'

한준 기자 입력 2016. 10. 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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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올 시즌 세 번째 수원더비가 수원FC의 5-4 승리로 마무리된 이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려던 수원FC 선수단은 잠시 발이 묶였다. 분노한 수원삼성 서포터즈가 구단 사무국에 항의를 하고자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나가길 기다리던 수원FC 선수들의 모습은 밝았다. 다른 때보다 여유있게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눴다. 잠시 후 수원삼성 팬들이 길을 열어줘 문제 없이 빠져나갔다. 오히려 수원FC 선수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정규 라운드 종료 시점에 수원FC는 12개 팀 중 최하위지만 스플릿 라운드 5경기에 대한 자신감은 크다.

여름 이적 시장에 수원FC로 임대되어 친정에 돌아온 권용현은 수원 더비전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치른 11경기 동안 5득점 2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한 권용현은 "지금 다들 걱정 안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 게임 한 게임 다 잡으면 되는거지 우리가 왜 강등을 당하냐. 그런 생각으로 하고 있다. 즐겁게 뛰고 있다."

주장 이승현도 이날 권용현과 함께 시즌 5호골을 넣었다. 이승현은 "경기력이 우리가 나쁘지 않다. 할 때마다 느끼는 데 아쉽게 비기거나 진 경기가 많다. 경기력이 나빠서 밀려서 진 경기가 아니었다"는 말로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막공의 부활, 빠르고 과간함 움직임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경기 내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선수단을 독려했다. 거센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지시를 멈추지 않았고 팀의 다섯 번째 골이 터진 뒤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모습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조 감독은 표정이 많지 않은 편이나 이날만큼은 승리의 맛을 온 몸으로 느꼈다.

조 감독은 정규 리그 세 번째 라운드를 치르며 팀이 안정된 전력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1라운드에는 멋 모르고 달려들었다. 2라운드에는 부상선수와 경고 누적 선수가 생겼다. A그룹과 C그룹에 있는 선수간의 격차가 있어서 힘들었다. 지금은 그 차이가 줄어들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해줬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전북과도 비겼고, 서울에게도 아쉽게 졌다. 우리가 뒤에 있지 않고 공격에 나서는 경기를 하면서 낸 결과라서 더 의미가 있다."

K리그클래식으로 승격하는 과정에서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수원FC는 올 시즌 빈공에 시달렸다. 수원 더비 이전 32경기에서 29골을 넣는 데 그쳤다. 리그 최소 득점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5골을 몰아쳤음에도 총 34골로 12개 팀 중 득점이 제일 적다.

새 시즌을 맞아 영입한 공격수들이 모두 실패했고, 후반기에 영입한 선수들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수원 더비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던 수비수 블라단이 부상, 레이어가 경고 누적으로 빠지면서 국내 선수들로만 선발 명단을 꾸렸다. 오히려 헌신적인 커버 플레이로 전화 위복이 됐다.

이승현은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많이 움직이려고 했다. 내가 포워드를 보기는 했지만 다른 선수가 공격적으로 나서면 내가 내려오고 서로 구분 없이 움직이자고 했다. 그러다 보니 수원 수비가 헷갈렸다. 기회가 많이 났다. 5골을 5명이 넣었다"며 개인이 아닌 팀의 힘으로 공격을 펼친 것이 화력 회복의 비결이라고 했다.

"서로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야기한대로 잘 되니 기분이 좋았다."

수원FC는 전술적으로 수원삼성에 앞섰다. 원톱 자원 서동현의 부상, 브루스와 김병오도 갓 부상에서 회복한 가운데 조덕제 감독은 발 빠른 김부관 이승현 권용현을 전방에 내세웠다. 이승현이 원톱이었으나 실상 제로톱에 가까운 포진이었다.

권용현은 "사실 우리는 수원삼성이 스리백으로 나올 줄 알았다. 제로톱으로 뒷공간을 노리자고 했는데 포백으로 나와서 더 잘됐다. 공격적으로 하자고 했다. 수비적으로는 문제가 있었고, 공격적으로 놓친 기회가 조금 있었지만 5골을 넣었으니 잘됐다"고 했다. 수원FC는 정규 라운드 최종전에 와서 `막공`을 보여줬다.

선발 스리톱 외에 후반전에 투입된 호주 공격수 브루스와 김병오의 경우 개인 능력 면에서도 출중했다. 권용현은 "브루스와 병오 형이 힘이 있으니 믿고 그리로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둘은 믿음에 부응한 득점을 터트렸다. 이승현은 "브루스와 김병오가 선발로도 나올 수 있다. 우리는 공격 카드가 있다"고 자신했다.

#체력 한계를 넘게 만든 명승부

수중전 5-4 승리는 K리그의 역사가 됐다. 지난 두 경기 모두 수원삼성이 이기며 우위를 확인했으나 수원FC가 드라마틱한 승리로 설욕하면서 다음 수원 더비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이승현은 "진짜 명승부"라며 웃었다.

"K리그에 많은 경기가 있었다. 2골을 내주고 2골을 따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한 골씩 서로 따라가니 뛰면서 솔직히 우리도 재미있었다. 골은 안 먹는 것이 좋지만 이런 경기를 하고 이길 수 있다면 만족한다. K리그가 붐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이런 경기를 많이 해야 한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

권용현도 "무릎까지 쥐가 올라왔다. 이기고 싶었다. 이기고 싶었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은 없는 것 같다"며 역대급 시소 게임에 자신의 한계 이상의 체력을 쏟아낼 수 있었던 비결로 열정과 승부욕이 있었다고 했다.

격전에서 승리한 수원FC가 스플릿 라운드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팀은 인천유나이티드다. 현재 11위. 승점 35점. 수원FC와 차이는 단 2점이다. 수원FC는 10위로 자동 잔류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최소한 11위를 차지하 강등 직행은 피하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명확하다.

"하위스플릿에 가면 수원 더비처럼 피 튀길 것이다. 인천전은 승부를 봐야 한다. 비겨도 안되고 무조건 잡고 가야 한다. 토너먼트라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이 분위기를 타고 가야 한다." (이승현)
"11위로 플레이오프를 가더라도 자신있다. 우리 선수들을 믿고 간다. 힘들게 챌린지에서 올라왔다. 한 선수도 내려갈 마음이 없다. 자신감을 갖고 치르겠다. 인천은 좋은 팀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한번 잡는다. 걱정 안 한다." (권용현)

5-4 승리 뒤에 남은 숙제는 수비다. 이날 수원FC는 블라단, 레이어, 김근환 등 기존 주전 수비수들이 징계와 부상으로 뛸 수 없었다. 큰 부상이 아닌 만큼 스플릿 라운드에는 출격이 가능하다. 공격 숙제를 해결한 수원FC의 잔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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