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의 돈' 위안화, SDR에 편입..독이 든 성배?

신기림 기자 2016. 10. 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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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준비통화 지위 얻으려면 개방·자율화 필수"
중국 인민폐© AFP=News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국 인민의 돈(인민폐, 위안화)이 미국 달러의 아성에 도전하는 여정에서 힘겨운 첫 걸음을 내딛었다. 위안화가 1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공식 편입됨에 따라 중국 경제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의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이에 따른 지정학적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

위안화의 국제화는 시장 개방과 별개가 아니다. 외국 자본에 대한 본토 시장의 개방도가 높아지면 당국이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다소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의 개방도라면 중국이 꿈꾸는 진정한 기축통화의 길은 요원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세계 채권지수 편입시 위안화 위상 더 오른다"

위안화는 이날 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와 더불어 SDR 통화바스켓에 공식 편입됐다. SDR 통화바스켓에서 위안은 비중은 10.92%로 달러(41.73%), 유로(30.93%)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엔과 영국 파운드는 각각 8.33%, 8.09%다.

SDR 통화바스켓 편입은 일종의 기축통화 그룹에 속한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지기 때문에 상징적이고 기념비적인 일이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그 만큼 올라가면서 위안화가 더 폭넓게 통용될 수 있는 단계로 발돋움할 기반이 될 수 있다.

SDR 편입으로 정부가 자본 통제의 부담과 필요성이 줄어 자연적으로 위안이 세계 무대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SDR 편입 결정 이후 세계의 많은 중앙은행들은 외환 보유액 포트폴리오에 위안화 표시 자산을 점진적으로 반영중이다.

위안의 SDR 편입과 더불어 글로벌 저금리에 따른 수익률 사냥은 중국의 채권시장에 외국자본의 유입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실제 중국은 자국 채권시장을 씨티, JP모건, 바클레이스가 산출하는 세계 채권지수에 넣으려고 노력중이다.

HSBC 홀딩스의 이머징마켓 통화리서치 전략가들은 지난주 투자 보고서에서 중국이 세계적 채권지수에 편입되면 외국 자본의 유입에 따라 자본 통제 부담이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 高변동성·자본통제로 후퇴…"갈 길 멀었다"

하지만 당장 SDR 편입으로 하루 아침에 위안이 자유롭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안의 국제화는 최근 변동성과 정부의 자본통제로 더 후퇴하는 듯한 모습이다.

SDR 편입이 결정됐던 지난해 11월 이후 지난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위안은 오히려 더 불안하게 움직였다. 홍콩의 역외 위안화 예금은 2013년 이후 최저치로 줄었다. 결제 비중 역시 지난 6월 1.72%로 줄어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2대 경제국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 달러의 위상을 위협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한참 남았다. 위안화는 이제서야 겨우 국제화를 시작했을 뿐이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SDR 통화바스켓 편입은 글로벌 준비통화가 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존 그린우드 인베스코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국제적 기준통화의 위상을 원하는 동시에 강력한 통제도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비통화(기축통화)의 위상을 얻은 다른 통화들의 역사를 보면 이는 높은 위상과 통제를 동시에 추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린우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축통화의 위치가 그런 식으로 쟁취되는 것이 아니다. 자유롭게 접근하거나 사용하면서 그런 위치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태생적 한계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지도부가 금융 자유화와 시장 중심적 경제 개혁을 추구하고 있지만, 정치적·법적·제도적 개혁은 분명하게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제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개혁 없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절대 얻을 수 없다고 WSJ는 덧붙였다.

위안이 중요한 기축통화가 될 잠재성은 있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투자자들이 찾는 '안전 통화'의 위상을 얻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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