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끝날 때쯤 내 아이 낳고 싶어 질 거다" 대학 성폭력 여전

이현주 입력 2016. 9. 30. 11:28 수정 2016. 9. 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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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교육 참여율 85%에도..수업 중 학생 손금 봐주겠다며 성희롱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금보령 기자] "내가 수업을 워낙 잘해서 이 학기가 끝날 때쯤엔 여러분들이 내 아이를 낳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강원도의 한 4년제 대학교에 재직 중인 A교수가 지난 학기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해당 대학의 B학생은 "문제가 될 것 같아 밝히기가 꺼려졌다"면서 "교수가 왜 저러는지 의아해하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학생들이 있었지만 굳이 일이 커질까봐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의 성폭력 예방 교육 참여율은 높지만 여전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자행되는 등 대학 내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수업시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해 신고하기가 애매한 상황도 발생했다. 대학생들은 성폭력 예방 교육은 실효성이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30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폭력 예방 교육 의무 대상 기관인 국내 대학의 교육 실시율은 지난해 기준 96.4%에 달한다. 교수, 교직원, 학생 모두 참여 대상이다. 여가부는 올해도 소규모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대학 성폭력 예방 전문 강사 교육을 실시하고, 예방 교육 실시 기준을 재정립해 안내하는 등 대학 예방교육 활성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학 성폭력 근절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은 물음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자료를 살펴보면 대학교수의 성폭력 예방 교육 참여율은 85%에 육박하지만 사실상 현장인 대학 내부에선 큰 의미가 없었다. 대학생 이모(여·23)씨는 "예방 교육을 들은 사람들한테서 성희롱을 당했다"면서 "본인 생각이 이미 고정된 상태에서 주입식 예방 교육은 소용이 없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대부분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간 낭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생의 성폭력 예방 교육 경험은 '없다'가 75.8%를 차지했다. 대학생 임규진(여·26)씨는 "주위에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다들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서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한울(23)씨는 "군대에서 사고만 치지 말아라는 방식의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적 있다"며 "짤막한 예방 교육을 들은 것으로 깊게 성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예방 교육이 사후 대처에만 쏠려 있는 탓에 교육을 듣더라도 예방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생 배수지(여·25)씨는 "예방 교육 같은 것을 들어봐도 사후 처리에 관한 내용들이 많았다"면서 "예방 교육은 들어봤자 별 소용이 없다는 무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모(26)씨는 "예방보다 사후 대처에 더 관심을 갖는 건 애초에 예방 교육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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