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조정석, 앞으로 '디테일 조'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정덕현 입력 2016. 9. 30. 10:05 수정 2016. 9. 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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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웃음도 짠함도 배가시킨 조정석의 웃픈 멜로 연기

[엔터미디어=정덕현] ‘사랑해요 표나리’ 그의 방안 가득 채워진 그림들은 아마도 이 짠내 가득한 남자의 마음 그대로가 아니었을까. 이화신(조정석)의 방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 표나리(공효진)는 그 그림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간 이화신이 했던 어린아이 투정 같던 그 행동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화를 내고 삐치고 투덜대던 그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가 서로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도 억지로 괜찮은 척 하려했던 이화신의 짠내나는 사랑과 우정이었다는 것을.

<질투의 화신>처럼 희비극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단번에 보여주는 멜로는 흔치 않다. 표나리를 사이에 두고 친구인 고정원(고경표)과 갯벌에서 주먹다짐을 했던 이화신이 온 몸에 뻘을 묻힌 채 홀로 걸어가는 장면은, 표나리와 고정원이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묻은 뻘을 닦아주는 장면과 교차된다. 그러니 혼자 그들을 위해 자리를 뜨는 이화신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슬프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렇게 걷던 그가 목 뒤에서 꿈틀대는 낙지를 쑥 꺼내놓는다. 그 짠한 장면을 깨는 이 웃긴 상황은 그러나 낙지에게 괜스레 화를 내며 “떨어지라고!”를 외치는 이화신의 모습을 통해 더더욱 웃기면서도 짠한 장면이 된다.

이렇게 ‘웃픈’ 이야기들은 애초에 이화신이 남자의 몸으로 유방암에 걸리는 흔치 않는 상황을 통해 예고된 바 있다. 아무리 남자라고 하더라도 유방암은 유방암이다. 그러니 수술 받고 항암치료 받는 그의 상황은 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표나리와 함께 수술을 받고 수술 후 가슴이 제대로 자리를 잡게 하기 위해 보정 브래지어를 하는 장면은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망한 형의 장례식장에서 이화신은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보정 브래지어를 하고 있는 게 엄마에게 탄로나 흠씬 두드려 맞는 장면은 또 웃음을 준다. 웃기면서 슬프고, 슬프면서 웃긴 이 기묘한 희비극적 상황들. <질투의 화신>의 멜로가 독특해지는 지점이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해진 건 이화신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덕분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그는 이 양자를 모두 버리지 못한다. 고정원과 표나리가 가까이 지내는 것에 대해 질투하지만, 표나리가 그에게 잘 해주는 것이 “불쌍해서”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화신은 고정원이 생일이라며 그가 뭘 좋아하는지를 줄줄이 표나리에게 알려준다. 그 때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을 지으려 노력하는 이화신의 표정과 행동들은 짠내가 가득하다.

그렇게 갯벌에서의 주먹다짐을 한 후 고정원과 이화신은 관계가 데면데면해지지만, 그들은 동네 슈퍼에서 함께 거하게 소주를 마시며 금세 우정을 재확인한다. 계성숙(이미숙)과 방자영(박지영)이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 그들은 안주를 시켜달라며 두 사람의 양볼에 뽀뽀를 한다. 즉 그들의 우정은 계성숙이나 방자영처럼 남녀 간의 사랑으로 얽혀질 수 없는 대상 사이에서는 그 애정을 공유할 수 있을 만큼 돈독하다. 하지만 그들 앞에 표나리가 나타나자 관계는 다시 어색해진다. 애써 술에 취한 척 표나리를 연호하지만 그들 밑에 깔려 있는 어색함은 어쩔 수 없다.

<질투의 화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웃픈 캐릭터 이화신이고, 그 이화신이란 캐릭터를 가능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배우 조정석이다. 화를 내지만 쓸쓸해 보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그게 안쓰럽게 느껴지며, 지독히 슬픈 상황에서조차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는 건 조정석의 연기가 그만큼 디테일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조정석표 웃픈 멜로.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 웃음도 짠함도 배가시키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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