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품고 나빌레라..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야자수를 연상케 하는 나무들을 지나 시골마을에 들어섰다면 그곳이 족자카르타다. 헛헛한 도시에서 외로웠던 마음을 달래줄 생명수 같은 장소다. 인도네시아 자바(Java)섬 중앙부의 자와텡가(Jawa Tengah)주 하단에 위치한 특별구다.
자연재해 등 고난을 수차례 이겨내고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인 희망찬 장소라 그 땅을 밟으면 덩달아 기운이 오르는 것만 같다. 경주 지진의 기억과 맞물려서인지, 이 장소에 더욱 애착이 간다.
지진이 온다는 예고가 오면 석 달씩 텐트 생활을 이어간다. 그 땐 한 마을이 서로를 도와 상부상조한다. 타국에서 지원을 받으면 옆집의 기저귀를 사주고, 분유를 나눠 먹는 식이다. 자연이 주는 어려움에 시름하지만 두려워만 하기보다 함께하는 힘으로 이겨내는 모습에 더 익숙한 곳이다.
◇ 하늘이 내려다보는 보루부드르 사원
위에서 내려다보면 동그란 검은색으로 보여 신비할 게 분명한 이곳의 조각들은 유네스코에서 복원하며 시간, 재료 문제로 제대로 끼워맞추지 못한 부분도 일부 존재한다.
◇ "화산 폭발? 나만 믿어"
아직도 불을 속으로 안고 요동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메라피 산(Mount Merapi·해발 2968m)에 가면 스릴 넘치는 지프투어를 즐길 수 있다.
활화산으로 지난 2006년 5월에도 폭발해 정부 차원의 대피령이 내려진 바 있다. 그러나 이 때 산의 수호신으로 통하던 무당(현지인은 그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이 안전할 거라고 예언했다.
그게 고작 10년 전쯤의 일이니,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 산이 아득하게 두려울 법도 한데, 정작 이곳은 그 무당의 죽음 이후 관광지로 더욱 번창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현지인은 "그 할아버지는 화산을 자기가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해 유명인사가 되어 광고도 찍었고 방송 인터뷰도 여러 번 했다"며 "정작 그 자식들은 모두 대피했다"고 전했다.
◇ 화산 폭발 당시에 멈춘 시계…골격만 남은 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프차를 타고 이곳을 오르내리는 코스는 분명 매력적이다. 가다보면 곳곳에서 집을 공사하거나 화산재를 수출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아이러니를 더하는 부분은 또 있다. 꼭대기엔 과거 사용되던 대피용 벙커가 있는데, 화산재가 뒤덮으면 700도까지 오른단다. 결국 이곳에서 두 사람이 말라 죽었고,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가 나와 현재는 쓰지 않는다. 아직도 열기가 남았다는데,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전하자 관광청 직원 트퀴아(Tquia·28)는 이에 대해 "경제활동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슬프게만 여길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 빗 속의 프롬바난 사원
힌두신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이 폭우에도 야외에서 펼쳐졌다. 관객들은 우비를 쓰고 공연을 본다. 유명 아이돌 공연 저리가라다. 고작 7~8세로 보이는 아이도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미끄러운듯 위태롭다.
프롬바난 사원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공연 내용은 납치된 공주를 구하는 백마 탄 왕자가 나오는 전형적인 '옛날 얘기'다. 현대적 시각에선 누군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으나 이 존중의 분위기에서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할 사람은 없다.
프롬바난 사원은 보루부드르와 달리 걷는 길이 가파르진 않다. 프롬바난엔 힌두신들이 있고 저마다 만지면 부여되는 복이 부위마다 다르다.
◇ 현지인이 보여주는 족자카르타…사연과 야시장
족자카르타 주민 수지(Sussi·40)의 남편은 삼둥이 중 둘째다. 이들의 결혼에는 놀라운 뒷얘기가 숨어있다. 원래 그와 교제했던 남자는 삼둥이 중 막내였다. 잠시 떨어져 있던 사이 편지로 안부를 주고받던 이들은 재회 후 혼인했는데, 남편이 뒤바뀐 채였다.
실상은 이렇다. 결혼 생각이 없던 막내는 둘째 형에게 수지와 교제하라고 떠밀었던 거다. 남자친구가 삼둥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수지는, 당연히 동일 인물이라고 여겨 교제를 이어갔고 결혼했다. 이후에야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았단다.
사기결혼이라고 펄쩍 뛸 법도 한데 수지는 남편과 알콩달콩 살림을 꾸리며 아이도 낳았다. 아기가 아빠와 다른 형제들을 동시에 보면 자지러져 열이 날 정도라니 그 닮음새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꾸며진 게 아닌 상처를 엿볼 수 있다는 데서 낯선 자는 얕은 위로를 얻게 된다. 이국적이지만 현실과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또다른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데서, 지친 당신에게 족자카르타를 추천한다.
[CBS노컷뉴스 강민혜 기자] minera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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