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망 진단 레지던트

입력 2016. 9. 29. 23:48 수정 2016. 9. 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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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 출신 서울대병원장...경찰, 부검 계획 세워뒀었나

<한겨레21>은 10월3일부터 시중 판매되는 1131호를 고 백남기 농민 특집판으로 꾸몄다. 백남기씨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인 9월26일부터 사흘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지켰다.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와도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다. 국민을 죽음으로 몰고도 사과할 수 없다는 경찰의 민낯도 취재했다. 한 생명을 죽음으로 이끈 무기, 물대포에 대해서도 살폈다. 특히 사망진단서 관련 의혹도 취재했다. 그 일부를 온라인으로 먼저 보도한다. _편집자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의 사망진단서 작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백씨의 진료를 맡았던 서울대병원은 9월25일 사망진단서에 사망 종류를 ‘병사’라고 적었다.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는 ‘병사’, 외부 충격 등의 요인으로 사망했을 때는 ‘외인사’라고 적는다. 백씨의 경우 외부 충격이 이뤄진 것이 분명한데도 서울대병원은 그의 죽음을 병사로 분류한 것이다.

유가족은 이같은 사망진단서 작성이 병원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백씨의 딸인 백도라지씨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몇 시 몇 분에 돌아가셨다고 사망 선언을 한 뒤 (레지던트 ㄱ씨가) ‘진단서를 발급할 건데 본인의 이름으로 나가기는 하지만 사망 원인, 병명 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권한이 없다’고 했다. ‘신찬수(서울대병원) 부원장과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 두 분이 협의한 내용대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최초 진단서에 적시된 ‘외상성’이라는 표현 삭제...‘심폐정지’는 사망 원인 될 수 없어  

<한겨레21>이 입수한 백씨의 사망진단서를 보면 사망의 직접 원인을 ‘심폐정지’라고 적고 있다. 심장과 폐가 활동을 멈춰 사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망은 심장과 폐가 정지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한의사협회는 ‘심폐정지’를 사망진단서의 사망 원인으로 쓰지 말라고 강조한다.

대한의협이 2015년 3월 발간한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에는 “사망의 원인에는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은 기록할 수 없다”며 “사망하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은 사망의 증세라고 할 수 있고 절대로 사망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대병원이 대한의협의 사망진단서 지침을 무시한 셈이다.

서울대병원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한 심폐정지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백씨의 사망진단서를 보면, 심폐정지의 원인이 ‘급성신부전’이며 급성신부전의 원인이 ‘급성경막하 출혈’이라고 적혀 있다.  

급성신부전은 신장이 빠르게 기능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중증환자의 경우, 투여 약물의 독성이 신장을 손상시킬 때 흔히 발생한다. 결국 급성신부전은 앞선 원인인 급성경막하 출혈을 치료하다가 생긴 병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급성경막하 출혈은 대뇌를 감싼 ‘경막’이라는 조직이 충격받아 안쪽에서 출혈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백씨가 물대포를 맞아 쓰러지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경막 안쪽에 출혈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서울대병원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백씨가 병원에 실려온 2015년 11월14일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진단서를 보면 “외상으로 인한 급성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 제거술 시행”을 했다고 되어 있다. 특히 이 진단서에는 경막하 출혈이 ‘외상성’이라며 외부 충격으로 발생한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대병원은 최초 진단서에 적시된 ‘외상성’이라는 말을 뺀 뒤 사망진단서에서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적었다.

경찰, 지난해 말부터 부검 계획 정황...서울대 병원 언제부터 부검 계획했나?   

9월 26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백남기 농민 빈소 에서 고인을 추모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는 결국 경찰이 부검영장을 신청하는 빌미가 됐다. 경찰과 검찰은 백씨가 위독했던 9월25일 오전까지만 해도 ‘부검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경찰은 백씨의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다음날인 9월26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두피 밑으로 출혈(급성경막하 출혈)이 있었다고 되어 있는데, (사망진단서에는) 신부전으로 인한 심장 정지로 병사했다고 밝혔다. 사인이 불명확해 부검을 통해서 사인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삼아 부검영장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해명조차 온전히 믿기 어렵다. 경찰이 백씨가 병원에 실려온 시기부터 부검을 계획했던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백도라지씨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백씨가 사고를 당한 직후 생명이 위태로웠던) 지난해 11~12월쯤 경찰이 백남기 대책위 중 한 분에게 ‘부검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당시 처음으로 경찰에 부검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부터 부검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해부터 부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사망진단서에 원인이 병사로 적혀 있어서 부검을 한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의구심이 드는 사망진단서가 발급되고 이를 빌미로 경찰이 곧바로 부검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이 때문에 병원과 경찰, 검찰이 긴밀하게 서로 소통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이력도 주목된다. 서 원장은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냈고, 그 직후 병원장으로 취임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겨레21>과 통화에서 “서울대병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였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들과 관련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차원에서 사망진단서와 관련한 논의를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서창석 병원장과 신찬수 부원장이 사망진단서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300일 넘게 (백씨를) 치료해온 담당 의료진이 의학적으로 병사로 판단했고 병원은 그 부분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병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 출신...사망진단서는 대한의협의 진단서 작성 지침 위배   

‘예의’는 흔히 쓰는 법률 용어가 아니다. ‘국가법령센터’에서 확인해보면 법조문 제목에 예의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사례는 단 하나뿐이다.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제17조다. 이 조문의 제목은 ‘시체에 대한 예의’다. 제17조 1항에는 “시체를 해부하거나 시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표본으로 보존하는 사람은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적혀 있다. 부검이라는 행위 자체가 주검을 모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검은 그 모욕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을 때 이뤄진다. 1987년 박종철 열사의 물고문 증거를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 바로 부검의였다. 하지만 2016년 가을, 수상한 부검이 이뤄지려 하고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백도라지씨 인터뷰
백도라지씨
사망진단서를 쓴 레지던트가 뭐라고 이야기를 했나? 사망선언을 한다. 몇시몇분 돌아가셨다 이렇게. 그걸 하고 나서 진단서를 발급할 건데 사망 원인, 병명이라던가 이에 대해서는 본인은 권한이 없다고 했다.. 본인 이름으로 나가는 것이긴 하지만 신찬수 (서울대병원) 부원장과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 두 분이 협의한 내용대로 써야 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분들한테 연락받고 심폐정지, 급성 신부전, 경막하출혈, 그리고 병사라고 쓴다고 했다. 당시에 병사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항의하거나 하진 않았나? 당시 인의협(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를 했다. 이렇게 쓴다고 하는데 맞냐고. 그때 선생님이 약간 시끄러운데 계셨다. 병명만 듣고 병사는 못들었다고 한다. 그때 통상적으로 그렇게 쓴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는데, (인의협 선생님이) 나중에 병사라는건 못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나중에) 들었다. 병원에서 백남기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부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나? 그렇진 않다. 병원에서 직접적으로 그렇단 얘기 한 적은 없는데. (아버지가) 일요일에 돌아가셨고. 토요일부터 경찰이 병원 밖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가족한테 얘기한 건 아닌데 다른 경로로 부검에 대해서 경찰과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부검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언제인가? 여러 방면으로 들었다. (2015년) 11월쯤 사고발생 직후에 저희 병원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경찰) 정보관이 있다. 그분이 처음 부검 얘기 꺼내긴 했다. 11월인지 12월인지, 그때부터 계속 병원 왔다갔다 하는 분. 그 분이 그때(2015년 11~12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실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긴 했다. 그때 (경찰이) 돌아가시게 되면 부검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가족한테는 아니고 백남기 대책위 활동하시는 분한테 그런 말 하신 적 있다. (경찰) 본인 그렇게 알고 있다고. 부검 얘기는 그때부터 말도 안 되지 않냐고 생각했지만 그때부터 (경찰의 부검) 의지는 알고 있었다. 다른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관여한 적은 없나? 그건 잘 모르겠다. 혜화경찰서에서 가족 동태 살피는 분이 있었다. 저희 아버지가 응급실에 있다가 수술이 끝나고 중환자실로 옮겼다. 옮기고 나서 바로 정보관들이 진치고 앉아 있었다. 그 이후로 계속 상태 물어보고. 서울대병원에서 가족보다 경찰한테 아버지 상태를 먼저 말해주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 늘 들었다. 아버지 상태 변화가 있으면 의사한테 듣고 (백남기) 대책위에 말했다. 그런데 대책위 쪽에서 듣기로 제가 말하기 전에 경찰한테 (아버지 상태에 대해서) 먼저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래서 저희는 병원이 환자의 개인 정보에 대해서 민감하게 다뤄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을까 그게 의문이었다. (결국) 일요일에 돌아가셨지만 월요일부터 상태가 안 좋으셨다. 검찰도 상태 알고 있었다고 들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겨레21> 1131호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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