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3년 교황 요한 22세.. 고려 충숙왕에 편지 썼다"

2016. 9. 2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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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작팀 "바티칸 수장고서 필사본 발견" / 당시 금속활자 기술, 유럽 전파 가능성 주목

로마의 교황이 1333년 고려 제27대 충숙왕에게 보내는 서한의 필사본이 바티칸 수장고에서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금속활자의 비밀들’ 제작팀은 동양의 금속활자가 유럽으로 흘러간 흔적을 찾던 중 지난해 8월 바티칸 비밀문서 수장고에서 필사본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라틴어로 된 편지는 교황 요한 22세가 쓴 것으로, “존경하는 고려인들의 국왕께”로 시작된다. 편지의 전달 임무를 맡은 니콜라스라는 사제는 베이징으로 향하는 도중 사라져 충숙왕에게 직접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편지는 당시 교황청 사제들이 고려에 직접 건너갔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편지에는 “왕께서 그곳(고려)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대해 주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뻤습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금까지는 1594년 임진왜란 때 일본 군종사제로 조선에 들어온 스페인 출신 세스페데스 신부가 한반도에 온 최초의 유럽인으로 기록돼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금속활자의 비밀들’ 제작팀이 바티칸 수장고에서 발견한 1333년 로마 교황이 고려 충숙왕에게 보냈다는 서한의 필사본.
연합뉴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편지의 진위다. 제작팀의 장동찬 PD는 “일반 열람을 원칙적으로 불허할 만큼 엄격하게 관리되는 바티칸의 수장고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식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장은 “문서는 모사하기 어려운 라틴어나 옛날 그림으로 된 것이 많아 해당 편지가 후대에 만들어지거나 조작되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세계종교평화협의회는 지난 6월 말 바티칸기록원에서 편지를 확인하고 두 장짜리 사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세계종교평화협의회 관계자는 “서신 내용은 현재 번역 중이며 앞으로 교황청과 협의를 통해 서신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편지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제작팀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고려 활자기술의 유럽 전파 여부다. 편지를 보낸 1333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고려의 직지심체요절이 발행되기 44년 전이다. 양측의 교류가 지속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고려의 활자기술이 1455년 활판인쇄에 성공한 구텐베르크 활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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