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차림 2인1조..계산대 옆자리서 카드 긁을 때를 노린다
◆ 김영란법 후폭풍 / 포상금 노리는 '란파라치' 동행 취재해보니 ◆
운동복 차림의 최 모씨는 "어젯밤에 기초생활 부정 수급자를 잡아 한 건 올렸다"며 "오늘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만큼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파파라치 13년 차 '베테랑'이라고 스스럼없이 소개했다. 그 옆에 자그마한 몸집에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멘 등산복 차림의 김 모씨는 소위 '란파라치'(파파라치+김영란법 합성어) 견습생이다.
란파라치는 김영란법을 어기는 사람의 모습을 몰래 찍거나 증거를 포착해 포상금을 챙기는 사람이다. 김씨는 거제조선소에서 도장일을 해오다 사고로 몸을 다쳐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둔 뒤 일을 배우기 위해 나섰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소위 란파라치의 하루 동선과 주요 타깃을 살펴보기 위해 기자 신분을 밝히고 이들의 양해를 받아 동행 취재했다.
오전 10시. 본격적인 활동 시작에 앞서 최씨 휴대폰이 끊임없이 울렸다. 서울 강남을 비롯해 여의도, 광화문, 심지어 지방에서도 각종 제보가 들어온다고 했다.
최씨는 "파파라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라며 "정보가 없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보가 그럴듯하다고 판단하자 그는 곧바로 강남의 모 관공서 주변 식당가로 향했다. 한 고급 일식집으로 들어서자 "예약하러 왔다"며 자연스럽게 예약 명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20분 뒤 올게요"라며 주인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태연히 식당을 나왔다. 해당 식당 입구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초소형 캠코더를 꺼냈다.
최씨는 "눈이 나쁘면 파파라치로 일하기 힘들다. 나는 시력과 눈썰미가 굉장히 좋은 편"이라며 한동안 일식집 입구를 지켜봤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최씨가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며 급히 스마트폰과 초소형 카메라를 숨긴 지갑을 챙겨 차 밖으로 나섰다.
란파라치들은 이 주변 주요 구청, 동사무소, 세무서 등의 공무원 얼굴, 직책, 이름을 전화번호부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는 듯했다. 사전에 해당 관청 사무실에 붙은 사진, 이름, 직책 등을 촬영해두고 암기해 둔 덕분이다.
하지만 최씨는 금세 실망의 탄식을 내뱉었다. 지켜보던 남성 네 명이 고급 일식집이 아니라 카페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씨는 "평소에는 이 거리가 점심 때면 명동처럼 가득 찬다.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라는 지침이라도 내려온 것 같다"며 "김영란법이 효과가 있을지 의심했는데 있긴 있나 보다"고 말한 뒤 고개를 저었다.
오후 1시께. 다른 관공서 근처로 이동해 고급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으며 살펴보기로 했다.
이들은 계산대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 잡고 카메라 렌즈를 계산대를 향해 돌려놨다. 최씨는 "망원카메라, 안경카메라, 지갑카메라 등이 있지만 요새는 스마트폰이 가장 의심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식당에서는 신발만 보면 방 안에 어떤 관계의 사람이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며 "의심이 가는 방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오면 따라가 얼굴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구두라도 공무원들이 즐겨 신는 중저가 브랜드 신발과 소위 '스폰서'들이 즐겨 신는 고급 구두는 때깔부터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란다.
오후 3시께. 이번엔 관공서 주변의 스크린골프장과 당구장에 주차된 차량들을 집중 촬영 대상으로 삼았다. '부적절한 관계'들은 업무시간에도 밖에서 만남이 잦은 게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장 쉽게 한 건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정보원에게서 은밀한 제보를 받아 '타깃'을 덮치는 것이다.
파파라치들도 형사들처럼 평소 정보원 관리에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형편이 되고 실적이 좋은 꾼들은 고급 식당가 종업원, 매니저 등과 안면을 트고 친분을 유지한 뒤 성공하면 수입을 일정 비율로 나누기도 한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 입장에서는 평소 찾던 단골식당이라도 신분, 지위 등 개인정보를 노출시켰다간 언제든 파파라치에게 제보가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다. 고급 정보원들은 아예 예약 보드판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해 주기도 한다고 했다.
한밤에야 일과를 마친 이들은 "김영란법 합헌 이후 반응을 쭉 살펴봤고 오늘 '간'을 보니 확실한 것만 신고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예상대로 그럴듯한 장면을 찍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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